한 기업의 '공장장'이 자신의 기업이 너무나 좋은 꿈의 직장인데도 불구하고, 언론이 특정 집단(노동조합)의 입장만을 대변하여 비난을 받고 있다며 한탄하는 기사를 실었다. 같은 기업의 '임원'은 다른 언론사에 유사한 취지의 칼럼을 작성했다. 며칠 간격으로 작성된 이러한 글이 진심에서 우러나와 작성된 것인지, 특정 기업의 입김이 작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의 입장이라는 것은 객관적일 수 없다. 자신은 공장장이거나 임원으로서 회사의 정책과 대우가 너무나 좋다고 생각되어도, 현장에서 연장근로만 80~90시간씩 해야 하고, 이러한 연장근로가 없을 때에는 100여만 원 남짓의 임금만을 받아가는 노동자들의 입장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대부분이 평범한 정규직이 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공장장과 임원이 소시민이라는 탈을 쓰고 작성한 글들을 보면서, 좋은 기업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한국의 법정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으로, 한 달 평균 173시간이고, 1년에 2080시간이다. 이에 더하여, 법률상 일주일에 12시간의 연장노동이 가능하므로, 1년에 624시간의 연장노동이 가능하다. 즉, 1년 평균 약 2700시간의 노동이 가능한 것이다.

소위 영동시골에서 연봉 8000만 원을 받아 간다는 특정기업은 '유성기업'이다. 그런데 공장장도 적시한 바와 같이 이러한 연봉 8000만 원은 약 20년 이상의 근속에, 잔업에 특근까지 했을 때 가능한 연봉이다. 잔업, 특근을 얼마나 해야 하느냐... 기본 2080시간에 더하여 잔업, 특근만 평균 월 90시간(주 평균 21.5시간)을 했을 때이다. 즉, 연 평균 3160시간을 일해야 한다.
그렇다면 약 10년 정도의 근속수준에, 잔업과 특근이 없는 경우는 어느 정도나 월급을 받을 수 있을까? 유성기업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한 노동자의 2016년 6월 급여명세서를 살펴보면, 연장, 야간, 휴일근로가 없었을 경우 약 127만 원 남짓이 지급되며, 4대 보험 등을 공제한 실수령액은 86만 원 가량이다. 공제 전 지급액이 최저임금 수준(2016년 최저임금 시간당 6030원, 월급여 126만170원)을 간신히 넘고 있는 것이다.
즉, 유성기업이라는 공장장의 '좋은 기업'은 노동자에게 과로사할 정도로 일하여 넉넉한 임금을 받아가거나, 법정노동시간만큼만 일하고 최저한의 수준의 생계를 유지해라는 선택을 강요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지도 특정 노동조합의 조합원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유성기업이 시끄러워진 것은 복수노조가 본격적으로 가능해진 2011년이다. 2011년 사용자 측의 임금교섭 해태로 인하여 촉발된 노사갈등 이후 사용자는 불법적 직장폐쇄를 단행하여, 제1노조의 조합원들의 공장출입을 원천봉쇄한 상태에서 제2노조를 만들었고, 제2노조원과 제1노조 노동조합간 조합원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을 통해, 기존 노동조합의 와해를 꾀하였다. 이 과정의 불법행위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으며, 심지어 제2노조가 사용자에 의하여 만들어졌다는 점까지 법원의 판결을 통해 확인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용자가 기존 노동조합의 간부들 11명에게 행한 해고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이 고등법원에서 이루어졌다.
유성기업의 경우 제1 노동조합의 와해시도가 매우 노골적이고 체계적이었는데, 이에는 ‘창조컨설팅’이라는 노무법인의 전략이 개입하였음이 드러나, 해당 노무법인의 대표가 자격취소 처분을 당하기도 하였다. 특히 유성기업의 경우, 이러한 체계적인 노조파괴 전략이 유성기업의 원청인 현대자동차의 개입 하에서 준비되고 진행되었으며, 현대차의 경우 하청인 유성기업의 노동조합 통제를 통하여 현대차 사내의 노사관계를 컨트롤하고자 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즉, 유성기업의 노사분쟁, 노조탄압은 유성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차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때문에 현대차는 그 어느 하청의 노사문제보다도 유성기업의 노사문제에 힘을 쏟으며, 유성기업의 제1노조에 대한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10년차 노동자의 기본임금(연장노동 등의 추가노동을 안 한 경우 지급되는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이고, 과로사할 정도의 노동을 요구 받으며, 특정 노조에 가입할 경우 연장노동 등에서 임의 배제되는 등 차별받고, 각종 징계를 당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 요구나 형사고소·고발을 원청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기업. 과연 이러한 기업이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좋은 기업인가?
노동조합 활동을 안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회사 눈치 보느라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하는 것,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이 박탈된 기업은 좋은 기업인가? 내가 현재 노동조합 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언제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열려있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내가 노동조합이라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아놓고, 특정 노동조합의 가입시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유성기업이고, 현대차이며, 넓게는 노동조합 조직률 10%의 대한민국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에게 좋은 기업이란 어떤 것일까? 노동자마다 원하는 좋은 기업은 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다음의 정도는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생각된다.
법정 노동시간만 일하고도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위험하지 않으며,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고, 부당한 대우(부당해고, 부당전보, 성희롱, 모욕 등 각종 괴롭힘)에 대하여 제대로 항변할 수 있고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기업이 아닐까? 또한 내가 지금은 노동조합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조합원이 될 수 있고, 기업의 부당한 노동정책 및 환경변화에 대하여 "싫다"라고 할 수 있으면서도, 이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기업. 회사 간부가 얼토당토 않은 기사나 작성할 시간에 노동자의 불평에 귀 기울여주는 기업이면 더 좋겠다. 이런 기업이 회사의 임원이나 간부가 아니라 노동자가 바라는 '좋은 기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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