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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취소하면 미국이 보복한다고?

[정욱식 칼럼] 한국민 의사를 표하는 또 하나의 방법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의 보복이 있을 거란 말씀은 이해하겠는데요. 그럼 거꾸로 사드 배치를 철회하면 미국한테 보복당하는 건 아닌가요?"

요즘 강연에서 자주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이다. 일반 사람들은 물론이고 일부 언론과 전문가,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일각에서도 나오는 걱정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철회해도 미국에게 보복당할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 이유를 하나씩 짚어보자.

먼저 한국 내 사드 배치 결정은 미국 언론과 국민들의 큰 관심사가 아니다. 한미 양국의 발표 이후 한국과 중국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해왔지만, 미국 언론은 단신으로 취급해왔다. 그래서 미국 국민들은 사드 자체도 잘 모르고, 한국에 이걸 배치하기로 했다는 것도 잘 모른다.

이는 사드 배치 철회 시 미국 여론의 움직임이 중국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점을 예고해준다. 중국인들은 한국에 분노를 표하면서 한국산 제품 불매, 한류 거부, 한국 여행 취소 등 다양한 보복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사드 배치를 철회하거나 유보하자고 해서 미국 국민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리는 만무하다. 잘 모르고 또 관심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은 이제 본격적인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기 때문에, 사드 결정이 번복되어도 큰 뉴스로 취급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과 미국의 사드 추진 입장의 경중의 차이가 크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까지 나서서 여러 차례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만큼 사활적인 문제로 간주하고 있다. 반면 미국한테 사드 배치는 사활적인 문제라기 보기 어렵다.

▲ 아세안 지역 안보포럼에서 만난 존 케리(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AP=연합뉴스
이러한 분석이 내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과 모순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나는 한국 내 사드 배치가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 방어체제(MD)의 일부이자,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가기 위한 지름길이며, 중국 봉쇄를 겨냥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사드 배치는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사드 배치는 미국에게 사활적인 문제는 아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당장 사드를 배치하지 않더라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우위는 확고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핵 전력 차이는 최소 300배 이상 난다. 그래서 중국에겐 사드 배치가 전략적 균형의 와해로 간주되지만, 사드가 유보되거나 철회되어도 미국이 입게 되는 전략적 손실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미국의 차기 정부는 전략적 손실, 즉 중러 간의 전략적 결속을 우려해 사드 배치를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셋째, 사드 결정이 바뀐다고 해서 오바마 행정부가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오바마 행정부의 임기가 별로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이 사드 배치 철회나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해서 이를 문제 삼을 수 있는 정치적, 시간적 여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이다. 이게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핵심 선거 참모들이 클린턴 캠프로 대거 합류하고 오바마 부부가 전당대회에 참석해 찬조 연설을 할 정도이다. 그런데 힐러리 클린턴의 대표적인 외교 정책이 바로 동맹 강화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는 동맹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이 사드 배치를 철회하거나 유보한다고 해서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곤 상상하기 어렵다. 만약 이럴 경우 동맹 회의론을 품고 있는 트럼프를 돕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오바마 행정부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함으로써 동맹 강화를 주창하고 있는 클린턴을 도우려고 할 것이다.

물론 한미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주무 부처인 펜타곤과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는 주한미군 사령관은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드 배치로 인해 우리가 입게 될 손실을 생각하면 이건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에겐 사드 이외의 대안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정부가 미국에게 재검토를 요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정이 이렇다면 국민과 국회가 나서야 한다.

때마침 재미 교포와 성주 군민들 중심으로 '사드 철회'를 위한 미국 백악관 10만 청원 운동에 나섰다. 8월 14일까지 10만 명 이상이 서명하면, 백악관은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 하지만 7월 27일 현재 약 8만 1000명 정도가 모자라다. 서명 운동이 당장 미국의 입장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우리 국민들의 의사를 전달하는 데에는 효과적일 것이다. (☞서명하기)

국회, 특히 야3당도 공동으로 사드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에게 사드 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비준 동의권, 감사 및 청문회, 예산심의 등 국회에게 주어진 헌법적인 권리를 총동원해 제동을 걸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지금은 근거 없는 공미론(恐美論)에 갇혀 허송세월할 때가 아니다. 한국의 국익을 집어삼킬 '스타워즈'를 에피소드로 끝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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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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