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은 8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사드 배치 발표 전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국회에서 만나 '사흘 전 대정부 질문 때는 결정된 바 없다더니 얘기가 다르다'고 강력히 항의했는데, 한 장관이 '국방부 결정이 아니고 어제(7일) NSC 상임위를 열어 거기서 긴급히 결정됐다'고 저에게 털어놨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방부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원래 국방부 입장은 그것(대정부 질문에서 한 답변)이 맞는데 청와대가 NSC를 열어 국방부에 압력을 가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 차원에서 직접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김 의원은 "국방부조차도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에 따라가기 급급할 정도"라며 "청와대 차원에서의 전격적 결정에서 이번 발표가 나왔다는 게 확실시된다"라고도 했다.
그는 "청와대 안보실과 주한 미군이 국방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접촉하는 대화 통로에 의해 결정을 하면, 국방부는 사후 수습하고 처리하기 바쁘다"며 "전문가와 전문 기관의 폭넓은 공론에 의해 진행되는 게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 미국과 '직거래'를 하는 위험한 논의 구조"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사드 배치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제에 편입되는 첫 걸음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강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사드는 한-미-일 3국의 미사일 방어 자산을 통합하는 접착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다음 수순이 예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드로 배치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미-일 3국 간의 관계가 바뀔 것"이라며 "3국 간 공동 군사 작전을 할 수 있는 '동북아 미사일 방어 사령부' 같은 게 갖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방부가 '한-미-일 군사 정보 공유 양해 각서(MOU)'가 사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 '관계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사드에 이어 이지스함에 탑재할 요격 미사일을 도입한다면 그 역시 MD 체제로 가는 단계적 수순일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지금 국방부는 '사드가 들어와도 한미 간 미사일 방어를 위한 공동 사령관(지휘 체제)이 없으니 MD가 아니다'라고 하지만, 이번에 사드를 들여오면서 '운용 절차는 추후 논의한다'고 했으니 나중에 가서는 생길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앞서 한 기자회견에서도 "사드는 장차 미국의 동북아판 MD를 구축하는 교두보로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와 한반도가 동북아 분쟁의 열점이 될 가능성을 급격히 증대시킨다"며 "미국은 이미 사드 배치를 통해 한-미-일 미사일 방어 자산을 통합 운용하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혀 왔고, 지금의 사드 배치가 다음 정부에서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 공동 작전 체계로 이어져 중국·러시아와 전략적 충돌을 불사하게 되는 지정학적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회견에서 "사드 배치는 국민과 국회를 기만하고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졸속적 결정"이라며 "정의당은 사드 배치 결정 전면 재검토와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7월 임시국회를 조속히 소집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북한의 핵무장 동기 자체를 제거하는 외교적 노력이 더 시급하다"며 "문제는 사드가 아니라 주변 우방국과 함께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노력과 의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과거 노무현 정부 청와대 NSC 행정관 출신으로, 군사 전문지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용을 요약하고 재정리한 것이다.
- 사드가 한반도 전구(戰區)에서 군사적 효용성이 있나?
"미사일을 고각(高角)으로 발사해서 노동이나 무수단 미사일로 한국을 타격한다? 그렇게 수직으로 쏴서 수직으로 떨어지면 미사일이 아니라 박격포다. 그런 황당한 가정에 입각해서 사드 효용을 억지로 갖다 붙이나. 그런 면에서 사드가 효용이 아주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무기는 없으니. 전쟁 때면 돌 하나, 막대기 하나도 쓸모가 있다. 그러니 어떤 식의 효용이든 있기야 하겠지만, 비합리적 가정을 전제로 주장한다면 그건 군사 정책이 아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미사일을 박격포처럼 수직으로 쏜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부분은 국방부도 인정하고 있는 게 밝혀졌다. 언론이 이상한 가정을 유포시키는 것 같다. 그런 불세출의 천재나 가능한 군사 교범을 새로 창안해 낸 것은 저는 정말 탄복을 금할 수 없다." (냉소)
- 사드 도입이 청와대와 미국의 '직거래'라면, 이 거래에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최근 미국 관리들의 잦은 방한이 있었다. 행선지를 보면 한-중-일을 넘나든다. 미국으로부터 '한국이 갖고 있는 중국의 압박에 대한 두려움을 우리가 대신 관리해 주겠다'는 메시지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미국 말 믿고 일단 일을 저지른 것 같다. 철저히 미국 쪽 정보에 의존해 판단했다는 게 첫 번째 (문제이고), 두 번째는 북핵과 미사일 공포에 정권 핵심부가 포로가 돼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핵 공격 태세는 아직 완성이 안 돼 있다. 아직 언제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할지 모르고, 이제 겨우 재진입 시험 중인 단계다. 그러면 방어 태세는 저쪽의 공격 태세가 준비되는 것을 보고 해도 안 늦다. 그런데 금방이라도 핵미사일로 한국을 타격할 수 있다는, 임박한 파국에 대한 공포의 노예가 돼 있다. 사드 같은 문제는 사실 3~4년 후 검토해도 충분하다. 저쪽의 핵 무장 속도를 보고 우리 방어를 설계하는 게 더 합리적이고 신중하고 올바르다. 공격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전에 방어 체계 갖춘다? 이건 감정적인 것이지 군사적 합리성으로 해석할 수 없다. 북한 군사 교리를 연구해서 공격 의도를 파악해서 대응 체계를 짜도 되는데, (대기권) 재진입 단계에 있는 것에 맞춰 방어 체계를 깔겠다는 것은 무모하고 비합리적이다."
- 사드 도입이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MD 체제와 연동되는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다음 수순이 예정돼 있다고 본다. 사드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 자산을 통합하는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이 무수히 자기 입으로 얘기하는데, 우리 정부만 모른다고 한다. 사드가 있고, 이지스함이 있고,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있고, 군사 위성이 있다. 이것을 네트워크로 통합하는 것이 MD의 본질이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사드로 끝나는 게 아니라, 3국 간의 관계가 바뀌는 것이다. 3국 간 공동 군사 작전을 할 수 있는 동북아 미사일 방어 사령부가 갖춰질 것으로 저는 본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주한 미군 사령관이 요격할지, 주일 미군 사령관이 할지, 미 7공군 사령관이 할지 회의를 해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4~5분 내에 끝내야 한다. 따로 의사 결정 과정이 없이 즉각 대응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미리 공동 작전 수행 체제가 하나의 지휘 체제로 통합돼 있어야 한다. 그러면 이번 정부에서 사드를 배치하고, 다음 정부에서 한-미-일 공동 사령부, '원-커맨드 시스템'까지 나아갈 수 있다.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그대로 가게 돼 있는 거다."
- 한-미-일 군사 정보 공유 양해 각서(MOU)도 사드와 연관돼 있다고 보는지?
"그 부분도 국방부가 사드가 MOU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 '관계 있다'고 했다."
- 이후에 SM-3나 추가적인, 엠디 체계로 심화될거다?
"사드가 도입이 결정되니 벌써 그 얘기가 나온다. 우리 해군 이지스함에는 지금 (탄도 미사일) 요격 미사일이 없다. 그럼 마냥 비워놓겠느냐. SM-2 블록Ⅳ, 또는 SM-3. 또는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SM-6 등이 물망에 오르게 될 것이다. 일본의 이지스함 8척이 MD에 들어오고, 한일 간 준 군사 동맹 체제, 통합 체제로 가는 게 목표이지 사드 하나가 문제가 아니다. 이건 시작이고 첫 걸음에 불과하다."
- 사드가 MD라는 것에 대해 국방부는 부인하고 있다.
"국방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게 MD려면 한미 간 미사일 방어를 위한 공동 사령관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경우에는 없다. 그래서 MD가 아니다'라는 것인데, 함정이 있다. 사드를 들여오고 운용 절차는 그때 가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럼 그때 가서는 (공동 지휘 체계가) 생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사드가 MD이냐 아니냐 하지만, 지금 순간에서는 MD가 아니죠. 공동 작전 시스템이 없으니. 하지만 추후 협의할 운용 절차에서 공동 작전 체제로 통합되면 누구도 부인할수 없는 미국의 MD다."
-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 반발이 심각한 수준일까?
"중국은 이미 김장수 대사를 초치했다. 어제 이미 성명을 준비하고 있었다. 준비된 수순대로 가리라 본다. 사실 중국보다 러시아가 더 걱정이다. 중국은 추상적으로 표현하지만, 러시아는 구체적, 공세적이다. 유럽에서 비슷한 문제가 있었을 때 러시아는 '핵미사일로 타격하겠다'는 식으로 직접 얘기하가도 했다. (미하일 바닌 주덴마크 러시아 대사는 지난해 3월 "덴마크가 나토의 MD 체계에 동참한다면 덴마크 전함들은 러시아 핵미사일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다."
- 한민구 장관 접견에서, 배치 지역 이야기는 없었나?
"기자들이 제일 관심 많은 게 부지가 어디냐, 언제 결정되냐 두 가지 같은데, 어느 특정 지역이란 것은 확인된 바 없다. 이달 중 결정된다는 보도도 확인된 바 없다. 실제 사드 배치는 목표 시점이 내년 말이라는 원래 계획에서 변함이 없다고 한다. 부지는 단수 후보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1안, 2안, 3안을 놓고 진행하는 게 아니라, 하나 놓고 검토하고, (그 곳이) 아니면 바꿀 수 있는 형태로 검토가 진행되는 것으로 한다. 부지는 최종 단계에서 밝혀질 것으로 예상한다."
- 야권에서 공동 대응할 계획은 있나? 더불어민주당은 '도입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지난번 더민주 원내대표와 한 의원이 사드를 강한 어조로 반대했는데 하루 만에 그게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국민의당은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한 것은 맞지만 국방위 소집에는 결단을 못 내리고 머뭇거리고 있다. 정의당은 사드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해왔기 때문에, 야권이 공조할 수 있다면 언제든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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