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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한은 발권력 동원한 구조조정, 나쁜 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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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한은 발권력 동원한 구조조정, 나쁜 선례"

이주열 "재정이 해결해주면 자본확충펀드 들어갈 필요 없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30일,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는 조선·해운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으로 전락"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재정에서 충분히 해결을 해주면 중앙은행이 자본확충펀드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동의 의사를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은행의 업무보고를 들은 후 정부의 자본확충펀드 조성 계획을 이처럼 비판했다.

그는 "산업은행은 정책 금융을 맡고 부실을 청소하려 만든 은행이고,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이라면서 "자본확충펀드에 한은이 동원되면 앞으로 부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은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문제가 있다(생긴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또 이 총재를 향해 "중앙은행의 권위와 원칙을 지키려면 10조 원이든 100조 원이든 1조 원이든 (자본확충) 펀드를 이런 식으로 가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면서 한국은행의 독립성 강화와 중앙은행 총재로서 제 역할을 지킬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은이 저항을 못 해서 나쁜 선례를 만들면 국회가 뒤늦게라도 바로잡고, 야당도 질타만 하지 말고 이런 모순적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 의원은 국회에 추경 편성 권한이 있음을 강조하며, 충분한 재정 투입이 가능하다면 자본확충펀드를 '백지화'할 의사가 있는지를 이 총재에게 묻기도 했다.

유 의원은 "정부가 (하반기에) 10조 원의 추경을 한다는데 어제 (업무 보고에서) 물어보니 아직 구체적 내용이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국회가 추경을 더 편성하도록 하고 자본확충펀드를 없던 일로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재정에서 충분히 해결을 해주면 중앙은행이 자본확충펀드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추경 편성안을 두고는 유 의원 지적대로 '규모만 정했을 뿐 용처는 제시하지 못한 깜깜이 추경안'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적자 국채 발행 없이 하는 편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용처가 분명히 정해지지 않아 '졸속' 집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총재가 이날 국회에서 구조조정 '실탄'을 마련한다면 한국은행은 나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밝힌 것은, 앞서 정부가 발표한 자본확충펀드 계획 자체가 한은 의사와 달리 정부의 압박에 따른 것임을 재차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유 의원 또한 이날 "과정을 보니 기재부와 금융위의 압력으로 이렇게 결정이 난 것 같다"면서 "정부가 추경으로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한다면, 정공법으로 구조조정 재원 지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 총장은 국책은행 자본 확충은 "재정에서 맡는 것이 맞다"고 동의했다.

한은의 발권력 동원에 대한 비판은 야당 의원들에게서도 쏟아졌다.

더민주 박영선 의원은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 때문에 한은까지 썩어가고 있는 동아줄을 잡아당겨야 하냐는 논란이 거세다"고 지적했고,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은 "두 국책은행이 하도 사고를 쳐서 BIS(자기자본) 비율이 떨어질 것 같으니 만든 게 자본확충펀드가 아니냐"면서 한은 발권력 동원은 "나쁜 선례"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일 해운·조선 업종에 한정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업종의 부실 기업에 돈을 많이 빌려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서 11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펀드는 한국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각각 10조 원, 1조 원씩 기업은행을 통한 간접 출자를 해 마련하기로 해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을 국민 부담에 떠넘기는 '꼼수' 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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