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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회, 개원 앞두고 "청소 노동자 사무실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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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회, 개원 앞두고 "청소 노동자 사무실 빼라"

사무공간 부족 이유로…노조 "협의도 없이 나가라니"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 사무처가 국회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사무실 등에 퇴거를 요청한 사실이 27일 확인됐다.

한국노총 전국연합노련 국회환경노동조합에 따르면, 사무처는 지난달 13일 국회 청소 미화 업무를 맡아 하고 있는 두성시스템 쪽에 사무실과 대기실 퇴거를 요청했다. 국회 사무처 측이 밝힌 이유는 "20대 국회 업무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사무처는 청소미화 용역업체인 두성시스템 사무실로 쓰고 있던 252호와 남성 대기실로 사용했던 256호는 퇴거 조치하고, 여성 대기실로 사용했던 255호는 161호로 이전하게 됐다고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의 사전 협의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 퇴거가 결정된 두성시스템 사무실은 국회환경노동조합의 노조 사무실로 함께 쓰던 공간이었다. 2014년 성탄절을 맞아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 청소 노동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노조가 사무실을 요구해 얻어낸 공간이었던 것이다.

김영숙 노조 위원장은 "단체협약에 이미 노조 사무실을 주기로 돼 있었지만 안 되던 것이 정의화 의장님과 만난 후에 예산도 내려오고 회사 쪽 공간과 분리할 수 있도록 공사도 해줘 잘 사용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성시스템은 국회 의원회관에도 별도 사무실이 마련돼 있어 본관의 사무실은 창고로만 사용하고, 노조가 주되게 쓰고 있었다. 김영숙 위원장은 "노조 이름으로 준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사무처의 배려로 노조 사무실로 쓰고 있었던 곳"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사무처 관리과에서 이 공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면서 시작됐다. 관리과는 두성시스템의 사무실은 의원회관에 마련된 공간으로 사실상 전부 옮겨갔으니 252호를 비워도 된다는 판단한 것이다. 252호를 사용하던 노조 사무실을 이전할 수 있는 공간은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노조는 사무실 퇴거 통보를 받고 담당자 등과 여러 차례 통화 및 면담을 했지만, 담당자는 "1월 인사이동 전에 있었던 노조 사무실에 대한 배려는 알지 못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2층에 있던 남성 청소 노동자의 휴게실 퇴거 조치와 관련해서는 1층과 5층에 있는 휴게실을 사용하며 된다고 사무처 측은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남성 휴게실은 이미 몇십년 동안 휴게실로 사용하던 공간"이라며 "우리 청소 노동자도 국회 구성원인데 쉬는 공간마저 빼앗긴다는 데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지난 23일 박형준 사무총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노동조합 사무실은 우리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필요 공간이며 남성 휴게실은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휴게 공간으로 두 공간 모두 없어져서는 안 될 소중한 공간"이라며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는 희망찬 제20대 국회의 개원이 힘 없는 약자인 우리 노동조합 사무실과 휴게 공간의 대안 없는 퇴거와 함께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에 서글픔을 느낀다"며 퇴거 요청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 측의 이같은 요구에 국회 사무처는 아무런 공식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2013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함께 청소 노동자 직접고용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청소 노동자들의 모습. ⓒ연합뉴스


국회 청소 노동자들은 지난 2011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국회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 203명 가운데 193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본관에는 50명의 여성 노동자와 19명의 남성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이들에 대한 직접고용 논란이 불거진 바 있으나, 끝내 직접 고용은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노총 "청소 노동자 눈물도 닦아주지 못하는 국회가…"

국회 사무처 측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한국노총(위원장 김동만)은 성명을 내고 "공동체의 품격은 상대적 약자에 대한 배려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다"며 "노조 사무실은 법률상 보장된 권리이고 휴게실은 인간의 존엄과 직결된 문제인데 청소 노동자의 눈물도 닦아주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의 아픔을 보듬는 국회가 되겠냐"고 따져 물었다.

한국노총은 "일방적 퇴거가 진행된다면 국회 사무처는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사무처가 합리적 대안 마련을 위해 노조와 대화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프레시안>은 국회 사무처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체육대회 중이라 통화가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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