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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치아, 치과주치의에게 맡긴다면?

[의료와 사회] 주민의 구강건강과 동네치과, 함께 살리자

한국의 치과의료 체계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연간 외래 치과의료비가 1980년에 1500억 원 규모에서 2000년에 1조9000억 원 규모로 13배가량 늘었고, 2013년에는 8조 원을 넘어섰다. 국민총소득 대비 0.5% 규모이며, 영국 및 프랑스와 비슷하고 덴마크보다는 다소 높아 외형적 규모 면에서는 이미 의료선진국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도 일상생활에서 체감하는 치과는 의료선진국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치과는 여전히 '가면 아픈 곳'이고 '비싼 비용을 지출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짙다. 과잉진료와 과잉지출인 것 같아 '여러 곳의 치과를 다녀 비교 후에 진료할 곳을 결정'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과정이 아니다. 구강건강관리의 버팀목이어야 할 치과가 사람들의 기피와 불신의 대상으로 외면받는 현실은 한국의 치과의료를 되짚어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높은 치과의 문턱, 지나친 본인부담이 문제

2013년 한 해 동안 한국인 4명 중 1명이 치과를 찾았다. 대다수 국민이 충치(치아우식증)와 잇몸병(치주질환)의 위험에 놓여 있고, 국민건강보험에 의해 모든 국민이 어떤 곳의 치과라도 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4명 중 1명, 즉 25%만이 치과를 간다는 것은 기대 이하다(그림 1). 유럽인의 50% 이상과 미국인의 40% 정도가 매년 치과를 찾는 것과도 크게 대비되는 수치이다.

▲ 그림 1. 한국인의 가구 소득별 치과외래 이용률(2013년). 출처: 정세환. 한국의료패널 심층분석 보고서-치과외래 이용의 변화추이 및 관련요인 분석. 2015.

그렇다면 한국인이 치과 문턱을 넘는 것을 무엇이 방해하는가? 전문가들은 치과의료비의 본인부담이 지나치게 큰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손꼽는다. OECD 국가에서 본인부담비율이 55%인 것에 비해, 한국인은 84%를 개인 부담해야 한다(그림 2). 이것은 그저 비율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과도한 지출금액에서도 확인된다. 2013년에 치과를 찾은 한국인의 개인부담 비용이 연간 42만 원 이상으로, 22만 원가량을 부담하는 미국인의 두 배에 가까울 정도로 과한 것이 현실이다.

▲ 그림 2. OECD국가들의 치과의료비 대비 본인부담금 비율. 출처: 한눈에 보는 OECD 보건의료 2013. 2014.

아플 때만 찾는 치과, 예방‧관리는 뒷전


한국인의 대부분은 치과에서 치료와 보철을 한다. 예방의 비중은 불과 2%에도 미치지 못한다(그림 3). 이러한 수치는 한국인이 아프고 불편할 때 치과를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전문 치료 중심의 치과의료 체계를 갖추었다는 미국조차도 4분의 3이 검진과 예방 목적으로 치과를 찾는다는 결과와는 커다란 차이이다.

▲ 그림 3. 한국인의 치과외래 이용항목별 상대비율(2013년). 출처: 정세환. 한국의료패널 심층분석 보고서-치과외래 이용의 변화추이 및 관련요인 분석. 2015. [참고] 미국인의 치과외래 이용항목별 상대비율(2004년): 검진(43%), 예방(30%), 보존(9%), 교정(7%), 보철(6%), 외과(3%), 치주(1%)

그런데 구강질환은 구강위생·불소이용·설탕섭취·흡연 등의 위험요인 관리와 불소도포·치아홈메우기·스케일링 등의 전문적 서비스에 의해 거의 대부분이 예방‧관리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구강검진(2009년), 치아홈메우기(2009년), 스케일링(2013년) 등의 항목이 국민건강보험에 포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과에서 예방‧관리가 여전히 뒷전인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치과인력과 국민의 예방‧관리에 대한 인식 부족 탓으로만 돌려서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

무한경쟁의 치과, 주민보다는 경영 우선에 내몰려

현재와 같이 예방‧관리는 뒷전이고 지나치게 치료 중심인 한국의 치과의료 상황을 치과의료 체계의 성장 과정과 연관해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외래 치과의료비의 전체 규모가 1980년에 약 1500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존재감이 거의 없었던 시절에서 2000년에 약 1조9000억 원 규모로 꾸준히 증가하는 과정에 국민건강보험 확대와 더불어 공공재원의 상대비중이 6%에서 29.4%까지 증가하며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국민의 개인 부담을 줄여주던 공적 보건의료체계의 일부로 발전했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득세와 맞물리면서 치과의료 체계는 자유방임적 시장의 영역으로 급속히 편입되며 2000년 이후 불과 13년 만에 8조 원 이상의 규모로 양적으로는 폭증했으나, 상당부분(81.9%)이 민간재원에 의존하며 공공성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재편됐다(그림 4).

▲ 한국의 외래 치과의료비 재원별 변화추이(1980~2013). 출처: 국가통계포털(KOSIS; http://kosis.kr/)

결과적으로 21세기 들어 치과의료 체계의 자유방임적이고 민간의존적인 변화는 주민의 구강건강향상보다는 전문기술과 자본의 집적에 의해 고부가 가치를 추구하는 상업적 치과의 출현과 득세를 조장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런 상업적 치과의 정점에 불법네트워크 치과가 있다. 2011년 MBC 을 통해 드러난 불법 네트워크 치과의 민낯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임플란트 보철 등 고비용으로 인한 부담을 줄여주는 서민을 위한 치과라는 겉포장과 달리, 과잉진료를 일삼으며 개인의 총지출을 늘리고 본질적으로 구강건강을 해치고 있었다. 실질적인 운영주체가 치과의사가 아닌 사무장이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며, 비윤리적 진료를 방조 또는 조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유방임적 치과의료 체계 하에서는 일부 상업적 치과의 출현과 득세가 동네치과마저 무한경쟁에 가세하게 만들며 전체를 오염시켜가는 것으로 보인다. 동네치과가 상업적 치과와의 경쟁을 뚫고 생존하기 위해 주민의 건강보다는 치과 경영을 우선시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여러 곳의 치과를 비교하고 진료할 곳을 결정하는 태도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주민의 구강건강과 동네치과를 함께 살리는 치과주치의 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국의 치과의료 체계는 소수의 국민(약 20%)이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예방보다는 고가의 전문치료 위주의 서비스를 매우 높은 본인부담에 의해 이용하는 상황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자유방임적 시장 환경 속에서 고가의 서비스를 독점하려는 상업적 치과의 출현과 득세로 인해 동네치과마저 주민들의 구강건강보다는 치과의 경영을 우선시하는 무한경쟁에 내몰리며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유례없이 빠른 인구고령화와 저성장 국가 경제 상황은 현재의 치과의료 체계로는 그마저도 지탱하기 힘들다는 경고음을 보낸다. 그렇다면 지금의 악순환 고리를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인가?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하여 의료선진국들이 21세기에 접어들며 전문치료보다는 예방‧관리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1차 치과의료 체계를 강조하는 것으로부터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하던 영국과 북유럽은 물론이고 독일, 프랑스 그리고 전문치료 위주의 미국까지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전체 보건의료의 1차 의료 강화의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고 세계치과의사연맹(FDI)에서 공감을 표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해볼 만 하다. 무엇보다도 근거중심 치의학의 성과로써 효과적인 예방‧관리법을 진료현장에 표준화하여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의 뒷받침이 크다.

이렇듯 강조되는 '1차 치과의료 체계'란 '주민들이 스스로 정한 치과의사(팀)로부터 예방‧관리 중심의 치과의료를 지속적으로 제공받는 유기적인 조직체'를 의미한다. 특별히 우리나라에서는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예방‧관리를 받을 치과의사(팀)를 정하는 것'에 주목하며 이를 '치과주치의(齒科主治醫) 제도'라고 지칭한다. 150여 년에 걸쳐서 현대 치과의료 체계를 형성했던 의료선진국들과 달리, 급속히 성장한 한국 치과의료 체계에서는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치과의사'가 관습적으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치과주치의 제도의 도입을 치과의료 체계 변화의 핵심적인 요소이자 시작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서울시는 지난 2월 자치구 공모를 통해 17개 자치구 254개 초등학교 4학년과 25개 자치구 저소득층 아동 1만명 등 총 4만5000명을 치과주치의 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위 사진은 '2016년 학생치과주치의사업'에 선정된 은평구의 블로그에 실린 것.

한국에서 치과주치의 제도 도입은 국가구강검진제도와 스케일링 등 기존에 보장되는 예방 항목을 통합하고 불소도포와 상담·교육 기능을 보완해 주민들이 포괄적인 예방‧관리 서비스를 스스로 정한 치과의사(치과주치의)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공받는 형태의 '환자(주민)가 주도하는 계속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건치(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에서는 2007년부터 치과주치의 제도 도입을 주장하며, 특별히 아동·청소년부터 우선 실시할 것을 촉구해 왔다. 2010년 지방선거부터 범야권의 정책공약으로 꾸준히 채택되고 있다. 2012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공약 실현의 일환으로 학생치과주치의 사업이 시범적으로 개발되면서 본격적인 제도화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서울시 학생치과주치의 사업'은 시에서 1인당 4만 원의 비용을 전액부담하며 기존의 학생구강검진 제도에 구강위생교육과 상담을 강화하고 불소도포와 전문가 구강위생관리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예방‧관리 서비스를 치과주치의에 의해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한 사업이다. 이는 보건소를 중심으로 교육청과 치과의사회와의 협력체계에 의해 현실화될 수 있었다. 그동안의 형식적인 구강검진에 불만이 많았던 학부모들과 동네치과 모두로부터 호응이 뜨거웠고, 그 결과 6개 구에서 시작했던 사업이 17개 구까지 확대되었으며, 2016년에는 경기도 성남시까지 전파되는 성과를 거뒀다. 예방‧관리에 의한 학생들의 구강건강 향상과 더불어 동네치과의 새로운 방향의 경영개선 가능성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여러 한계점이 있다. 지방재정의 한계로 초등학교 4학년생에게 한해 한 번만 제공됨에 따라 파급력이 극히 제한적이었고 지속성이 보장될 수 없었다.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하기에는 전문성과 행정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학부모(학생)와 동네치과의 치과의료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변화를 견인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올해로 서울시 학생치과주치의 사업이 5년 차를 맞이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여권 후보 중에서조차 학생치과주치의 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 정도로 비교적 검증된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건치를 중심으로 치과주치의 네트워크를 추진하며 주체의 조직화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국민건강보험을 통한 전국적인 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치과의료인 단체는 물론이고, 국민을 논의의 주체로 세우는 정치력이 필요하다. 보건의료 및 시민사회 단체의 선도적 역할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향후 아동·청소년에서의 성과를 토대로 성인, 임산부·영유아, 만성질환자, 노인·장애인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 치과주치의 제도의 도입으로 한국 치과의료 체계의 전면적인 변화로까지 이어지길 희망한다. 치과주치의 제도 도입이야말로 치과의료 체계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해 주민의 구강건강과 동네치과를 함께 살릴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 서울특별시. 2014년 학생 및 저소득층 아동 치과주치의 사업안내. 2014.

- 정세환, 김영남, 김용진, 김철신, 류재인, 전양호. 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 제도 도입을 위한 기초연구(1)-검토사항과 제공서비스를 중심으로. 도서출판 건치. 2010.

- 정세환, 류재인, 신보미. 학생 및 저소득층 아동 치과주치의 사업 성과평가 및 발전모형 개발. 서울특별시, 강릉원주대학교 산학협력단. 2014.

- 정세환. 한국의료패널의 치과외래 이용 및 의료비 지출에 대한 4년간(2008-2011)의 변화추이. 대한치과의사협회지 52(5);2014:507-517.

- 정세환. 한국의료패널 심층분석 보고서-치과외래 이용의 변화추이 및 관련요인 분석. 2015.

<의료와 사회>는 건강권과 보건의료운동의 쟁점을 정리하고 담아내는 대중 이론 매체입니다. 한국의 건강 문제는 사회와 의료,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볼 때만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와 사회>는 보건의료·건강권 운동 활동가 및 전문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건강을 위한 사회 변화를 논의하는 장이 되고자 합니다.(☞ 바로 가기 : 보건의료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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