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씨는 작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기다리고 기다리던 임신 소식에 너무나 기뻤지만, 임신 8주차가 넘어가면서 시작된 입덧으로 생활이 엉망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더라도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 형편인데, 당장은 몸이 버텨 줄지가 걱정인 상황이라 배 속 아이의 건강이 염려됩니다. 입덧이 잦아들기 전까지라도 업무 시간을 조금만 줄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민지 씨도 회사에 다니는데, 임신 8개월이라 출퇴근 시간에 사람이 많은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일이 가장 고역입니다. 사람이 없는 지하철로 출근하려고 새벽 일찍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날은 낮 시간에 잠이 쏟아져 오히려 업무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출퇴근 시간만 바꿀 수 있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딱한 두 사람에게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혜 씨와 민지 씨는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나 '전환형 시간 선택제 지원 제도'를 활용하여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4조 제7항과 제8항에 의하면, 임신한 지 12주가 지나지 않은 산모나 임신한 지 36주가 지난 산모는 회사에 1일 2시간까지 근로시간을 줄여 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회사 사장님은 이런 신청을 받으면 반드시 허용해야 합니다.(단, 1일 근로시간이 8시간 미만인 근로자인 경우에는 1일 근로시간이 6시간이 되도록 할 수 있습니다.)
회사 사장님은 근로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이유로 월급을 깎을 수 없습니다. 위 규정은 산모가 임신 초기에는 유산할 위험이 높고, 임신 후기에는 조산할 위험이 있다는 점 때문에 만들어졌고, 근로기준법상 모성보호제도의 하나입니다.
이 제도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라고 불리는데, 2016년 3월 25일부터는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일터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이 제도의 해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참고로,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려는 근로자는 시작 '3일 전까지' 언제부터 언제까지 근로시간을 단축할 것인지(사용 기간), 근무 개시 및 종료 시각은 각각 몇 시로 할 것인지(근무 개시 및 종료 시각) 등을 적은 문서와 의사의 진단서를 사용자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법을 만들 때부터 임신한 근로자 스스로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도록 하지 않고, 회사가 알아서 임신한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도록 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러나 법에는 임신 근로자가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면 회사는 이를 무조건 허용해야 하고, 위반 시에는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임신 초기와 후기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잘 살펴, 회사에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용기를 낸다면 본인과 태아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위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는 임신 초기(12주 이내)와 후기(36주 이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임신 12주에서 36주 사이의 기간에는 '전환형 시간 선택제 지원 제도'를 활용하여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단축 방식은 정해져 있지 않아, 출근 시간을 늦추고 퇴근 시간을 앞당겨도 되고, 출근 시간만 늦춰도 되고, 중간에 긴 휴게 시간을 가져도 됩니다.
이때는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월급도 줄어들게 되지만, 정부가 줄어든 근로자의 월급을 1년 동안 매월 20만 원씩 지원하여 줍니다. 그 외 중소기업, 중견 기업인 회사는 간접노무비 명목으로 1인당 월 20만 원씩을 지원받을 수 있고, 회사가 대체 인력을 채용하면 그 인건비의 절반을 매월 60만 원(대규모 기업인 경우 매월 30만 원) 한도 안에서 1년 동안 지원을 합니다.
물론 아직 많은 일터에서는 모성보호제도를 마음껏 이용하는 일은 꿈같은 일입니다. 여전히 '임신 = 사직'이라는 공식이 유효한 일터에서 법대로 하다가 회사가 재계약을 해 주지 않으면 어쩌나, 낮은 평가를 받게 되면 어쩌나, 승진에서 누락되면 어쩌나 걱정하는 것이 우리네 모습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제도 정착을 위해 많은 지원 정책을 마련해 두고 있는 만큼, 단축 근로가 절실한 임신 근로자 스스로 '회사가 큰 손실 없이 임신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단축을 제공할 수 있는 상황임'을 적극 알릴 필요도 있습니다. 여성 근로자가 임신 기간 중에도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월간 <작은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부터 시사, 정치, 경제 문제까지 우리말로 쉽게 풀어쓴 월간지입니다. 일하면서 깨달은 지혜를 함께 나누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찾아 나가는 잡지입니다. <작은책>을 읽으면 올바른 역사의식과 세상을 보는 지혜가 생깁니다. (☞바로 가기 : <작은책>)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