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 먼 곳까지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래, 미치광이(maniac)를 만난 소감이 어떠신가요?
트럼프 : 하하, 내가 대선 유세 때 한 말로 선제공격을 하는군요. 나도 대선 후보 때 '당신 미친 거 아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두 미치광이가 만났으니 세상이 깜짝 놀랄 결과를 내봅시다.
김정은 :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이라도 가져오셨나요?
트럼프 : 내가 온 것 자체가 큰 선물 아닌가요?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십니까? 하도 반대들이 심해서리…. 그럼 선물은 김 위원장께서 내놓으셔야죠.
2017년 1월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직후 북한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뉴욕채널을 통해 트럼프의 방북 의사를 타진한 것이다. 트럼프는 2016년 5월 <로이터>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만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김정은)와 대화할 것이며, 대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트럼프는 참모들의 의견을 물었다. 대다수가 반대 의견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뭐가 무서워서 못 만나겠냐"며 평양행을 결심했다. 실무 협의 끝에 트럼프는 2017년 6월 서울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다음, 평양으로 날아갔다.
김정은 : 미국이 큰 나라인데, 솔선수범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트럼프 : 핵을 내려놓으시죠. 그럼 큰 선물이 있을 겁니다.
김정은 : 조미가 아직 전쟁 상태인 건 아시죠? 근데 우리만 무장해제하라? 이건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없는 일이죠.
트럼프 : 전시 상황이면 내가 어떻게 여기에 올 수 있겠소? 듣자 하니 정전인가, 휴전인가 그렇다고 하던데, 난 어정쩡한 건 질색이오. 확실히 끝냅시다. 미국 나라 안의 일도 많은데 나라 밖에 너무 많이 신경 쓰는 것도 싫소이다.
김정은: 그 말씀은 남조선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뜻인가요? 남조선 언론을 보니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견이 있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트럼프는 박근혜와의 회담에서 방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최소한 한국이 80%는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박근혜는 현재 한미 간에 50 대 50으로 부담하고 있고 현행 방위 분담금 특별 협정이 2018년까지 유효하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미국 국민들에게 자신의 공약을 지킬 책임이 있다며, 한국이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 주한 미군 철수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그는 대선 경선 때, 한국이 100% 부담해야 한다며,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 주한 미군을 철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 하하, 내가 박 대통령과 나눈 얘기가 궁금하신 모양인데, 그래도 한국은 동맹국이고 북한은 적대국인데 그 내용을 전해줄 수는 없죠. 다만 오면서 생각해봤소. 당신들은 핵을 포기하고 우리는 미군을 철수시키면 어떨까 하고 말이요.
김정은 : 와 이거 판을 키우시는군요. 그렇게 되면 정말 세상이 깜짝 놀라겠군요.
김정은은 북미 정상 회담을 앞두고 참모들의 의견을 들었다. 상당수 참모들은 트럼프가 주한 미군 철수 용의를 밝히면서 핵 포기를 종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정은이 크게 놀라는 척하면서 말했다.
트럼프 : 내가 여기 오기 전에 데니스를 만났어요. 김 위원장을 만나 본 사람이 데니스밖에 없으니, 자문을 구하려고 했죠. 내 친구가 그러더군요. "김정은 위원장은 아주 화통한 사람이라 의외로 말이 잘 통할 거"라고 말이죠. 사실 나도 이곳에 오는 걸 망설였는데, 데니스가 한번 가보라고 하더군요.
NBA 스타 데니스 로드맨은 트럼프와 절친 사이였다. 그는 2015년 7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다른 정치인은 필요 없다. 우리는 트럼프와 같은 비즈니스맨이 필요하다"며 공개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고마워 친구,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시간이 왔네!"고 화답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로드맨이 방북 후 비난이 쏟아질 때, 그를 엄호했었다. 그는 2013년 3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데니스는 대단히 영리한 사람"이라며 그가 말한 김정은과 오바마의 전화 통화는 "결코 나쁜 게 아니다"라고 말했었다.
김정은 : 하하, 데니스가 우리 외교관 100명보다 낫군요. 근데 데니스는 잘 지내죠? 나 만나고 돌아가서 왕따 당한 것 같던데요.
트럼프 : 그 친구 멘탈이 장난 아니어서 그 정도로 위축될 친구는 아닙니다. 그런데 나는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가면 왕따 당할 겁니다. 난 멘탈이 약해서….
김정은 : 하하, 큰 나라의 지도자인데 왕따라니요. 진짜 왕따는 나죠. 그런데 친구의 친구는 동지라고 하던데, 그럼 우리도 친구가 되는 겁니까?
트럼프 : 나도 김 위원장과 손을 잡고 싶은데, 거 김 위원장 손에 핵이 있으니 그게 쉽지 않군요.
김정은 : 우린한텐 기껏해야 수십 개지만, 미국한텐 수천 개가 있지 않습니까? 그럼 둘 다 내려놓는 것으로 할까요?
트럼프 : 하하, 그건 불공정 거래죠. 어때요? 당신들은 핵을 내려놓고 우린 미군 철수하고. 당신들도 툭하면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소?
김정은 : 미군 철수를 요구했죠. 근데 그건 비핵화의 하나의 조건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완전히 철회되어야 고려해볼 수 있다는 거죠.
트럼프 : 말 돌려서 하지 맙시다. 도대체 적대시 정책이라는 게 뭡니까? 난 비즈니스맨 출신이라 확실한 게 좋아요.
김정은 : 허허, 이거 공부 좀 더 하셔야겠습니다. 적대시 정책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시간도 많이 지났는데 좀 쉬었다가 말씀 더 나누죠.
두 사람은 30분 후에 백화원 초대소에서 다시 마주 앉았다.
트럼프 : 내가 쉬는 시간에 데니스한테 트위터를 날리니까 바로 답장이 왔군요. 김 위원장께 안부 전해달라고요. 다음엔 같이 만나자고도 하더군요.
김정은 : 하하, 그럼 다음에 오실 때 데리고 오시죠. 내가 거하게 한턱 쏘겠습니다.
트럼프 : 다음엔 김 위원장이 미국으로 오셔야죠. 내가 섭섭지 않게 대접해드리리라. 그건 그렇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도대체 적대시 정책이란 게 뭡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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