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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총인건비 동결' 협박은 박근혜 정부가 처음"

성과연봉제 도입 노사정 갈등 격화…"9월 총파업"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된 노사정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양 손에 쥐고 120여 개 공공기관을 압박하고 있고, 이 압박으로 개별 기관에서는 노사 갈등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심지어 일부 기관에서는 노조 위원장을 사실상 감금하는 등의 폭력 행위도 나타나는 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6월 예정된 공공기관 기관장 워크숍을 직접 주관하겠다며 6월 말 '데드 라인'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대 노총의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10일 공동대책위원회 복원을 선언하고, 9월 양대 노총 공공부문 총파업을 포함한 투쟁 계획을 밝혔다.

양대 노총의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이른바 '공공기관정상화 작업'에 맞서 공대위와 공동투쟁본부 등을 구성해 공동 대응을 해 왔으나, 지난해 한국노총이 참여한 9.15 노사정 합의 이후 사실상 활동이 중지된 상태였다. 다시 복원된 공대위에는 한국노총의 공공노련과 공공연맹, 민주노총의 전국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 5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시도에 맞서 공동대책위원회를 복원한다고 10일 밝혔다. ⓒ연합뉴스


아침 7시부터 노조 위원장 집에 찾아가고,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강행하고…

공대위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은 "현장에 내려가보면 공공기관이 미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날 공개한 개별 기관 사례를 보면,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 집단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노조 등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사회에서 통과시키는 정도는 매우 점잖은 수준이다. 공대위에 따르면, 기재부가 지난 9일 발표한 성과연봉제 도입 기관 53개 가운데 12개 기관은 집단 동의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고용정보원, 부산항만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일부 기관에서 노조 위원장을 사실상 감금하는 등의 폭력적 행위마저 일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보훈병원)의 관리이사 등 사측 직원 6명은 지난 1일 오전 7시부터 노조 김모 지부장의 아파트를 찾아가 초인종을 눌러댔다. 이들은 오후 12시 30분까지 무려 5시간 넘도록 김 지부장의 아파트 앞에서 사실상 김 지부장을 자택에서 나오지 못하게 한 채로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합의를 종용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인천항만공사에서도 조합원 투표가 부결된 이후, 경영진이 노조 사무실을 찾아가 노조 위원장을 퇴근하지 못하게 강요해 노조 위원장이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도 있었다. 결국 경찰의 도움으로 사무실에서 위원장이 나온 후 사무국장이 노조 위원장 직인을 도용해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 사무국장은 직후 명예퇴직했다.

동의서에 강제로 서명하게 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중부발전은 서울화력본부 김모 운영실장이 사무실을 돌며 동의서 서명을 강요하는가 하면, 군에 입대한 직원들을 찾아가 동의서를 요구하고, 동의서 서명을 거부하는 여성 조합원에게 관리자가 수첩을 던지는 등의 사건도 있었다. 공대위 관계자는 "동의서 강제 서명은 과거 독재 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공공기관에 '말 안 들으면 예산과 인력 줄인다' 겁박

이런 개별 기관들의 불법 행위는 정부가 이미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각종 불법 및 편법을 자행하고 있는데서 비롯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공대위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정부는 각종 불법적 지침을 내려 보내고, 공공기관의 예산을 오남용하는 한편, 개별 노사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개혁은 매번 모든 정부에서 시도하는 일이지만, 박근혜 정부는 "사상 초유의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공공기관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9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나온 '패널티 지침'은 역대 정부를 통틀어 처음 나온 '채찍질'이다.

6월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는 기관의 경우 2017년도 총인건비를 동결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이는 개별 노동자의 '월급봉투'를 무기로 정부 지침을 강제하는 방식이다. 신입 직원 초임 삭감과 각종 복지 관련 단체협약 후퇴가 논란이 되었던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밀어붙인 박근혜 정부에서도 인센티브와 경영평가를 무기로 공공기관의 공동 대응 전선을 무력화하는 일은 빈번했지만, '정원과 예산 동결'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처음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3차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성과주의를 조기 도입하면 인센티브를, 지연되면 그 정도에 따라 인건비와 경상경비를 동결 또는 삭감하는 등 보수와 예산, 정원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개적으로 협박했다.

공대위는 "공공기관의 인력과 예산은 안전하고 질 좋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적절한 규모를 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함에도, 정부는 정부 지침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인력을 줄이고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자 위법 행위"라며 "이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복지가 위태로워진다"고 비판했다.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은 "120개 기관에 인센티브로 준다는 돈을 차라리 청년 실업난 해결을 위해 쓰라"고 일갈했다.

"공기업 성과연봉제, 폐해는 고스란히 공공 서비스 수혜자인 국민에게"

이들이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공공기관에서 개인별 성과를 평가하기 시작하면, 전체적인 공공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공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낙하산 사장에 줄 세우기 경쟁을 시켜 상대평가로 등급을 매기고 이에 따라 임금을 차등하고 해고까지 시키는 해고연봉제와 강제퇴출제는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이인상 위원장은 "공공기관에서 개인 성과 평가가 과연 필요한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무엇보다 공공성을 위해서는 팀워크가 중요한데 개인별 성과연봉제 아래에서는 옆 동료의 실수를 이용하려 할 것이고, 결국 그 피해는 공공 서비스를 받는 국민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도 "민간병원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가 그로 인한 과잉진료, 과잉검사 등의 피해가 쏟아져 환자 안전에 위협을 미치는 요소로 이미 판명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병원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면 공공병원을 이용하는 국가 보훈 환자, 산업재해 환자 등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공기업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성과연봉제가 가장 폭넓게 도입돼 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사례를 보면, 성과연봉제와 관치금융이 맞물릴 때 어떻게 금융산업이 망가지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김문호 위원장은 "조선산업 등 어려운 산업을 살리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할 금융 공기업에서 기관장이 성과연봉제 도입에만 목숨 걸고 뛰어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도 "공공부문 서비스의 특성은 국민의 공익을 추구하는 노동인만큼,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사 교섭 뿐 아니라 반드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 아래에서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에서 성과연봉제 저지를 외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 ⓒ정기훈(매일노동뉴스)


철도·가스·금융 등 공기업 노동자 최소 10만이 '9월 총파업' 나선다

이들은 11일 오전부터 5개 노조 지도부를 중심으로 국회 앞에서 1차 천막 농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정부가 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시한으로 제시한 6월 말까지 일단 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농성 기간 중인 6월 18일에는 서울에서 최소 5만 명의 공기업 노동자가 참여하는 '공공성 파괴 해고연봉제(성과연봉제)와 강제퇴출제 분쇄 및 공공부문의 올바른 개혁을 위한 전국 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6월 이후에도 정부의 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시도가 중단되지 않을 경우, 9월 공공부문 노동자 1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이미 민주노총 산하 철도노조와 가스노조 등이 파업 참여를 준비 중이다. 한국노총 금융노조의 경우에도 7개 금융공기업 기관장이 사용자 단체를 탈퇴하고 산별 중앙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어, 조정 신청 등 파업 절차를 밟아갈 계획이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양대 노총 공대위 소속 조합원 10만 명 이상이 9월 총파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도 "금융공기업 노동자 뿐 아니라 민간 금융기관에서도 성과연봉제 도입 움직임이 있는만큼, 10만 금융 노동자가 총파업을 준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 외에도 이들은 최근의 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압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을 공공기관 운영법상 직권 남용과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형사 고발하기 위해 법리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정부 투쟁과 별도로 20대 국회에서의 쟁점화를 위한 노력도 진행한다고 이들은 밝혔다. 야3당 원내대표 초청 토론회를 열고 공공부문 노사관계 개선 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며 대국회 압박에도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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