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엔 바람이 거셌다. 바람은 그칠 기색도 없이 난폭하고 매정하게 섬을 때렸다. 그것과 부딪치는 모든 것들에서 비명 소리가 났다. 먼 바다의 살갗은 하얗게 일었다.
숲엔 여리고 싱싱한 꽃들이 착오처럼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해안가 비탈엔 소나무 수 백 그루가 죽어가고 있었다. 목 베인 듯 뚝 떨어진 동백은 제가 어딘줄도 모르고 여전히 붉었고, 잎을 잃은 나무는 제가 어떠한 줄도 모르고 바람을 버티며 서 있었다.
붉은 땅 잿빛 나목의 그 섬. 꽃을 비끼어 밟고 능선에 올라선 남자들이 바람을 맞고 휘청거렸다. 한 발 뒤로 내딛으면 그 뿐. 여린 꽃의 때 이른 낙하를 꾀던 바람은 그 몸들을 밀어내지는 못했다.
저 멀리 가라앉아 꿈쩍 않는 배와 그 위에서 꼼짝 않는 배가 보였고, 붉은 꽃 눈에 박아 넣은 여자들의 눈에선 푸르던 바다가 그렇게도 붉었다. 유독 그날도 바람이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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