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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수업, 듣고 싶은데 왜 막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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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수업, 듣고 싶은데 왜 막나요?"

[세월호 2주기, 다시 기억 ①] 세월호 계기수업 논란, 학생들 반응은?

지난 8일 오전 11시, 경기도 소재 A 고등학교. 이 학교 영어 교사 K 씨는 영어 교과서 대신 A4용지 뭉치를 들고 2학년 1반 수업에 들어갔다.

"지난번에 예고한 대로 오늘은 특별한 수업을 할 거예요."

K 교사는 가져온 유인물을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배와 바다 그림이 인쇄된 종이였다.

"4월 16일이 무슨 날이죠?"
"세월호 참사요."
"다들 알고 있네요. 2주기가 머지않았죠? 그래서 오늘은 세월호 수업을 해볼까 해요."

▲세월호 계기수업 중인 K 교사와 학생들. ⓒ프레시안(서어리)

본래 과목인 영어 대신 한 달에 한 번 독서 지도 수업을 하는 이 시간, K 교사는 이날은 세월호 '계기(契機)수업'을 하기로 했다. 계기수업이란 교육과정에 나와 있지 않은, 사회·정치적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는 이슈나 사건 등을 가르칠 필요가 있을 때 하는 교육이다.

K 교사가 학생들에게 나눠준 종이는 중등용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 이른바 '416 교과서' 복사본이었다. 세월호 계기수업을 위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펴낸 이 책은 학생용이 아닌 교사용 교재이기 때문에 이날 수업할 부분만 편집해 복사해놓은 것이었다.


▲A 고교 건물에 붙은 세월호 포스터. ⓒ프레시안(서어리)
수업은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 사건으로 몇 명이 희생됐죠?"
"304명요."
"그중 단원고 학생이 몇 명이었죠?"
"250명요."
"그 학생들이 2년 전엔 여러분과 똑같은 나이였던 걸 알죠?"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그날 기억나나요?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안도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큼큼, 기침을 한 뒤 K 교사는 교재 복사본 첫 장을 가리켰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부터 11시 1분까지 시간대별 세월호 침몰 과정을 설명한 그림이었다. K 교사는 학생들에게 "만일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지 서로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모둠별로 모여 앉은 아이들이 머리를 맞댔다.

"9시 9분 선내 방송이 제일 문제 아니었어? 그때 가만히 있지 말고 나가라고 했으면 다 살았을 거 아냐"
"그런데 나 같으면 그런 방송 나오면 안 믿을 것 같아."
"아냐 애들은 선동하면 다 나오게 돼 있어."
"구명조끼 입고 나가려고 기다리고 있었잖아. 그거 휴대폰 영상으로 봤어."
"그때 누가 마이크를 뺏어서라도 나가라고 방송을 했어야 하는데…"

학생들 대부분이 9시 9분 선내 방송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이 이 사건을 대형 참사로 만든 것임을 학생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전교조

K 교사가 학생들에게 던진 다음 질문은 '만일 내가 구조 총책임자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 가능 선박 및 헬기와 최대 승선 인원, 세월호와의 거리 등이 명시된 유인물을 보며, 아이들은 다시금 토론을 이어갔다.

시험에 나오지 않는 내용이지만, 아이들은 누구 하나 딴짓하지 않고 진지한 자세로 수업에 참여했다.

"이렇게 가까운데 왜 구조를 못 했지? 위에서 허락을 안 해줬나?"
"보고 하고 구조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지."
"구조하던 사람 누가 배 안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는데?"
"대체 왜? 민간인들이 다 안에 있는데?"

아이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나영이(가명)는 "너무 화가 난다"며 벌게진 얼굴로 손부채질을 했다.

"나영이는 왜 그렇게 화가 났나요?"
"제일 가까운 게 둘라에이스호인데, 그 배 승선 인원이 500명이잖아요. 다 구명조끼 입고 있었으니까 나가라고만 했으면 거기로 갈 수 있었잖아요. 그리고 이런 응급 상황에선 허가받는 거보단 일단 구조 활동부터 한 다음에 나중에 보고해야 하는 거 아녜요? 너무 짜증나요."

▲세월호 기억 카드를 작성하고 있는 학생. ⓒ프레시안(서어리)


마지막 순서는 '기억 카드' 작성이었다.

"오늘 수업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떠올리면서, 무엇이 바뀌어야 할지, 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한 번 적어볼까요?"

아이들은 기억 카드 상단에 본인 이름을 쓴 뒤, 펜을 굴렸다.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이내 술술 적어 내렸다.

'***가 요구합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을 잊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에 함께할 것을.'

아이들이 카드를 작성하는 동안, K 교사는 희생자들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이 담긴 영상을 틀었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지만, 아이들은 카드 작성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느라 자리를 뜨지 않았다. 수업 내내 울먹이던 나영이는 결국 눈물이 터졌는지 휴지 뭉치를 얼굴에 묻고 교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아이들은 카드를 모두 걷어서 교실 뒷 벽면에 붙이기로 했다. 교사가 시킨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정한 것이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대답은 간명했다.

"우리라도 잊지 않으려고요."

ⓒ프레시안(서어리)


몇몇 학생들이 세월호 계기수업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수연(가명)이는 "저랑 비슷한 또래가 안타깝게 죽은 게 슬프다"며 "아픔과 슬픔을 기억하겠다"고 했다. 정부에서 계기수업을 못 하게 하는 것을 아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걸 왜 막아요? 우리들이 괜찮다는데요? 오히려 더 하라고 해야 하는 거 아녜요?"
"저희 말고 다른 친구들도 세월호 수업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정부에서 잘못한 일인데 왜 묻으려고만 하는지…. 어른들이 먼저 이 사건을 기억하고 이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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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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