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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쉴 때마다 발암 물질, 여기가 진짜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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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쉴 때마다 발암 물질, 여기가 진짜 지옥!

[미세 먼지 원정대 ④] 숨 막히는 한반도, 대책은 없나

'미세 먼지 원정대'는 우리와 미래 세대의 생명권과 행복권을 위협하는 미세 먼지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녹색당과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관련 기사 : ① 죽음의 먼지, 마스크로는 못 막는다!전기가 우리 아이의 숨통을 끊고 있다자동차가 당신의 숨통을 끊고 있다)

스모그 문제를 놓고 말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먼저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 내용을 확인해주곤 한다. 2014년의 보고서에서 대기오염으로 매년 700만 명이 사망한다고 했다. 그 한해 전인 2013년에는 미세 먼지와 대기오염이 각각 1급 발암 물질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2012년에는 디젤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2A 발암 물질 등급에서 1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시 말해 실내외 대기오염 자체와 대기오염의 주요 구성 성분인 미세 먼지와 디젤 자동차 매연의 세 가지 각각 석면이나 흡연 혹은 방사능과 같은 1급 발암 물질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휘발유 차량인 가솔린 엔진의 배기가스는 조금 약한 발암 물질인 2B 등급이다.

여러 차례 이야기했고, 이제는 언론 기사에서도 대기오염을 이야기할 때 제법 거론하곤 하는 객관적 사실인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놀라워한다. 공권력의 힘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기오염 발표 자료에서는 대기오염, 미세 먼지, 디젤 매연이 1급 발암 물질이라는 세계보건기구의 발표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스모그와 미세 먼지 문제를 그저 '생활하는데 약간의 불편을 가져오는 환경 문제' 정도로만 인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석면 가루나 담배 연기가 1급 발암 물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때문에 매우 민감해 한다. 석면 먼지가 공중에서 날라 다니고 있고 아이들이 호흡하고 있다고 하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또 그 석면 먼지가 자동차 매연을 통해 배출되고 공장 굴뚝 특히 대형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대량으로 뿜어져 나오며 심지어 집집마다 구워먹는 삼겹살과 생선구이 먼지 속에도 들어 있다고 한다면….

그런데 현실은 이렇다. 정부 특히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대기오염과 미세 먼지, 디젤차 매연이 1급 발암 물질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스모그 문제를 '문자 알림 서비스를 통해 미리 알려줄 테니까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걸 조심하라'는 정도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는 '스모그 문제의 책임은 문자 알림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는 당신, 마스크도 쓰지 않고 외출을 자주하는 당신에게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사실 스모그 문제의 책임은 중국에 있다'며 서쪽 하늘을 향해 손가락질 한다. 모두들 너나없이 서쪽 하늘을 보며 안심한다. '그럼 그렇지, 중국이 문제야. 어쩌겠어?'

요 근래 미세 먼지 대기오염 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사회 문제화하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대기오염 농도가 요즘 들어 높아진 것일까?'라고. 그렇지는 않다. 초미세 먼지는 그 동안 지속적으로 나빴다. 중국 스모그 문제도 마찬가지다. 베이징에 불과 몇 십 미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심각한 스모그가 발생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여 년 전인 1995년 4월, 지구의 날 25주년을 맞아 베이징의 환경 단체들이 지구의 날 행사를 열어 베이징을 방문한 적이 있다. 숙소 창문 밖으로 바라본 베이징 시내는 뿌연 스모그로 뒤덮였고 멀리서 창문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햇빛으로 겨우 그 자리에 높은 건물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동안 우리는 전통적인 대기오염 물질인 아황산가스와 이산화질소 등의 농도를 잡기에 급급했다. 이들 문제는 상당히 개선된 게 사실이다. 특히 대도시에서 경유 버스가 천연가스 차량으로 바뀌고 오래된 차량에 대한 매연 단속이 강화되어 흔히들 말하던 '서울에서 하루만 돌아다녀도 와이셔츠 목 부위가 새까맣다'라는 말이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다. 대신 '서울도 살 만하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됐다. 여러 가지 환경 문제 중에서 대기오염 개선이 으뜸으로 거론될 정도였다.

하지만 서울의 한강 다리를 건널 때마다 보고 느끼는 문제가 있었다. 겨울철부터 초여름까지 1년 내내 하루가 멀다 하고 뿌연 하늘이다. 강 건너 빌딩들이 아스라이 보이듯 말 듯 뿌연 대기에 잠겨 있는 현상이 일상이 되었다. 환절기에 발생하는 안개와 달랐다. 기온이 상당이 떨어지는 한겨울에도, 덥다고 느낄 정도의 초여름 날씨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과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속열차를 타고 지방에 출장을 가보면 안다. 수도권을 벗어나 천안아산역과 대전역을 지나도 또 동대구역을 지나도 뿌연 하늘은 마찬가지다. 호남 방향으로 가봐다 마찬가지다. 전북의 익산역과 전남의 송정리역을 지나도 파란 하늘은 나타나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대기오염 입자로 구성된 초미세 먼지였지만 오랫동안 한국 사회는 눈에 보이는 누런 먼지인 황사 문제에만 매달렸다. 몽골과 중국 내륙의 사막 지역에서 발생하는 황사 먼지는 수천 년 된 자연현상이었지만 중국 동북 해안 지역에 조성된 공업 지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성 대기오염 물질이 혼합되어 유해하다는 문제 때문에 한국 사회는 한동안 황사 현상에 주목했다.

최근 우리는 새로운 환경 문제에 눈을 뜨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극히 미세한 입자의 대기오염 물질이 문제다, 눈에 보이는 큰 입자보다 더 건강에 해롭다'라는 내용의 주범인 초미세 먼지 즉 PM2.5에 대한 각성이다. 담배 연기가 흩날리는 정도의 작은 크기의 먼지로 폐 깊숙이 들어가 폐 질환은 물론이고 심혈관 질환과 뇌 질환의 원인이 된다. 현대인이 주요 질환인 심장병과 중풍 발생의 주요 원인이 대기오염 특히 초미세 먼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는 저소득 개발 국가들에서는 난방과 취사 연료에서 나오는 미세 먼지 등으로 인한 실내 대기오염 때문에 사람들이 죽고 있고, 고소득 산업 국가들에서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실외 대기오염 때문에 사람들이 병들고 있다고 말해준다.

초미세 먼지를 발생시키는 여러 오염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차량이다. 그 중 승용차 비중이 가장 크고 휘발유 차량보다는 디젤 차량의 오염 부담이 훨씬 크다. 그런데 미세 먼지와 초미세 먼지 주의보가 발령될 정도의 심각한 스모그가 발생해도 차량 2부제나 디젤 승용차 운행 금지와 같은 실질적인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리미리 알려드립니다'라고 홍보되는 초미세 먼지 발령 문자 서비스가 사실상 유일한 정책인데 국민 입장에서는 미리미리 알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 대기오염 사태다.

초미세 먼지 대기오염이 심각한 상황에서의 유일한 대책은 가장 큰 오염원인 차량을 통제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정책은 차량 2부제이다. 여론 조사를 해보면 다수 국민들은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 2부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다.

학계와 시민단체 조사(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2013년 조사 82.5% 찬성)에서, 지방자치단체 조사(서울시 2014년 조사 85.5% 찬성)와 심지어 정부 여당의 연구소(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 2014년 조사 64.8% 찬성)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한결같이 국민들은 초미세 먼지와 대기오염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차량 부제를 찬성한다.

그러나 다수 국민 여론은 대기오염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차량 2부제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 스포츠 경기 때나 하는 대외 홍보용 행사이지 환경 정책이 아닌 것이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국민과 정부는 자동차 산업이라는 고양이 앞의 쥐와 같은 신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라는 폭스바겐의 배출 장치 불법 조작 사건을 접하며, 우리가 최근 경험한 한 글로벌 기업의 제품 안전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영국계 다국적 기업 레킷벤키져의 '옥시싹싹'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문제다. 정부의 1~2차 조사에서만 어린이와 산모를 중심으로 143명이 사망했는데 레킷벤키저 제품을 사용한 사망자가 100명이나 된다. 전체 피해자만 530명에 이른다.

가습기 살균제는 아무런 의심 없이 십수 년을 집안 곳곳에 놓고 늘 사용하는 생활용품이었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런 생활용품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이름 없는 작은 회사들의 제품이 아니다. 세계 굴지의 회사들이 만들 제품들이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은 자동차나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생활용품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또한 이름 있는 큰 기업들 일수록 불법과 탈법을 일삼고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국민 생명이 먼저다. 정부는 국내에서 시판되는 모든 디젤 승용차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불법 일삼으며 대기오염 악화시키는 디젤 승용차의 생산과 판매를 제한하고 모든 디젤 차량에 대한 환경 규제 강화해야 한다. 특히, 디젤 승용차와 같이 자동차 배출 가스가 대기오염 특히 초미세 먼지 발생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경우 국민 건강 피해 비용을 부담시키는 대기오염 건강 부담 세금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 초미세 먼지 주의보와 같은 스모그 사태가 닥칠 때 차량2부제와 디젤 승용차 운행 금지와 같은 국민 건강 보호 대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대기오염 때문에 차량 통행을 통제할 수 있나'라고 우리가 미적거리고 있을 때 프랑스 파리 당국과 베이징 당국은 '차량 2부제'를 실시해 스모그 농도를 떨어뜨렸다. 차량 2부제는 더 이상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 때나 하는 보여 주기식 교통 정책이 아니다.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단기적 대기오염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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