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은 25일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 선진화법 개정안과 관련해 '중재안'을 여야에 제시, 신속한 협의를 주문했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제기되던 각종 논란을 일축하는 동시에, '국회의장 법안 직권상정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하는 여당의 선진화법 개정안은 본회의 상정할 수 없음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정 의장이 이날 내놓은 중재안은 신속처리 대상 안건의 지정 요건을 현행 60% 찬성에서 과반 요구 등으로 완화하고, 아울러 신속 처리에 소요되는 최대 기간을 현행 330일에서 75일로 대폭 단축하는 것이 골자다.
정 의장은 이날 새누리당을 향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저 주어진 일을 하고 있는 국회의장을 더 이상 흔들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도 말했다.
정의화 "불출마한다…새누리당 저버리는 일도 없을 것"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현안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우선 저는 20대 총선에 불출마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말씀드린다"며 현안에 대한 입장을 하나씩 설명해 나갔다.
그는 "저의 지역구인 부산 중동구는 물론이고 동서 화합 차원에서 권유가 있었던 호남 등 다른 지역에 출마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면서 "물론 20년 동안 다섯 대 국회에 거쳐서 의정 활동을 하면서 많은 은혜를 입은 새누리당을 저버리는 일 역시 결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국민의당' 합류설이 돌았던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또한 이날 정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정치 참여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못 박았다.
그는 또 "사무총장으로서 (정 의장의) 그 뜻을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면서 "더 이상 제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없길 소망한다"고도 했다.
두 사람의 이 같은 불출마 및 정치 불참여 선언은 새누리당이 '한 몸'처럼 엮어가던 '국회 선진화법 논란과 정의화 거취 논란' 중 한 축을 제거함으로써, 국회가 개정안 논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 관련 기사 : 김무성 "정의화, 의장 후보 된 건 선진화법)
정 의장은 "국회의장이 무소속인 이유는 여와 야를 넘어서 불편부당하게 행동하여 상생의 정치, 화합의 정치 이끌라는 데 있다"고도 강조했다.
정의화 "새누리당 국회 선진화법, 다수당 독재 허용 법안"
정 의장은 이날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회 선진화법 개정안은 "다수당 독재 허용 법안"이자 "의회 민주주의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고"가는 법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간 야당과의 '협의 부족' 등에 방점을 찍으며 새누리당의 선진화법 개정 시도를 에둘러 비판했던 것과 비교하면 발언 수위를 한 단계 높인 듯한 모습이다.
정 의장은 "여당의 주장처럼 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에 '재적 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경우'를 더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고 또 과격한 발상"이라면서 "이는 재적 과반수를 차지한 정당이 상임위원회 논의 등 모든 입법 절차를 건너뛰고 원하는 법안을 모두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다수당 독재 허용 법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당이건 야당이건 누가 다수당이 되더라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우리 국회를 또다시 몸싸움이 일상화되는 동물 국회로 몰고 전락시킬 것이 명약관화하다"고도 비판했다.
정 의장은 또 "만약 지금 일방적으로 국회법 개정을 시도한다면 (쟁점 법안들과 관련되어 여야 지도부가 이룬) 기존 합의조차 모두 깨져버릴 수 있다"면서 "선진화법 개정은 국회 운영에 관한 룰을 바꾸는 것으로 여야의 충분한 협의가 필수적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을 겨냥해 "아무리 법안 처리가 시급해도 이런 식의 극약 처방으로 의회 민주주의 자체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정의화 중재안…패스트트랙 요건 과반으로
정 의장이 이날 제시한 중재안은 △ 신속처리 안건(패스트 트랙) 지정 요건 완화와 처리 기간 단축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기간 제한이 핵심이다.
그는 "선진화법의 가장 큰 오류는 의회 민주주의 기본인 과반수 룰을 무너뜨리고 60%라는 초과반수를 요구한다는 점이"이라면서 "현행 국회법의 위헌 소지 역시 바로 이 점이 핵심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안건신속처리 제도를 이름 그대로 신속 처리 제도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신속처리안건의 지정 요건을 재적 의원 과반수로 바꾸고, 심사 기간을 75일로 단축하는 것이 (중재안의) 핵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또 현행법에 따르면 신속 안건으로 지정되어도 심사 기간이 최장 330일에 달한다면서 이를 75일로 줄여야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정 의장은 다만 이 같은 패스트트랙 제도가 남용될 것을 우려, "국민 안전에 대한 중대한 침해, 또는 국가 재정·경제상의 위기가 초래될 우려가 명백한 안건의 경우에 한해서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사위 심사 기일은 90일로 제한하자는 게 정 의장이 제시한 또 다른 중재안이다.
그는 "현재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 자구 심사라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서, 다른 상임위 소관 법안의 내용까지 수정하고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등 쟁점의 중심이 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중재안을 제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정 의장은 "법사위 심사 기간을 90일로 제한하고, 9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부의하여 법사위에서의 법률안 처리 지연을 방지하고자 한다"면서 "현행 선진화법에 따르면 법사위에 묶인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때도 60% 찬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차례 법사위에서의 논의 연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 의장은 "다만, 법사위원장과 간사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와 법사위 재적위원 과반수가 서면으로 요구하는 경우에는 60일 범위에서 한 차례만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국회 선진화법 개정은 19대 국회 중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수 차례 강조했다. '결자해지'를 하라는 요구다.
정 의장은 "저는 현직 국회의장으로서 19대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데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면서 "우리 국회가 삼권분립이란 튼튼한 토대 위에 반듯하게 나아가고 의회 민주주의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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