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개혁안이 과연 미래세대를 위한 것일까?
모든 국민이 소득세 내역을 매년 공개하는 나라, 소득 수준에 비례해서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나라, 핀란드. 2002년 노키아 부회장 안시 반요키가 시속 50킬로미터 제한구역에서 75km/h로 달렸다가 11만6000유로(한화 1억6700만 원)의 범칙금을 물었다. 20km/h 이상 초과하면 가중부과대상자로 범칙금이 2주일간의 소득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부자들에게 징수하는 일종의 특별세라고 해야 할까. 지도층의 범죄일수록 더 무거운 징벌을 가하고, 기초질서위반 범칙금도 부유층일수록 더 무겁게 부과해야 사회가 정화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동일한 사건도 소득 수준에 따라 범칙금을 달리 부과하는 '차등범칙금제'를 운영한다. 최근에는 모든 사람들이 빈곤선 이상의 삶을 살 수 있는 만큼의 소득을 보장하는 '보편 기본소득제'를 도입해서 매월 모든 국민에게 800유로를 지급하기로 해 우리나라는 물론 세상의 관심이 크기도 하다.
얼마 전 핀란드를 다녀올 기회가 생겼다. 어린이를 최우선하는 나라, 임산부와 여성을 우대하는 나라, 자연환경이 빼어난 나라, 교육수준이 세계 최고인 나라 등. 그중에서 단연 핀란드는 반부패의 교과서이자 청렴한 나라라는 것이다. 청렴한 대한민국으로 나가기 위해 핀란드의 경험과 성과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는 필시 우리에게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부끄러운 청렴도 최하위 국가 대한민국
미국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유럽 나라들에서 이색적인 실험을 했다. 50달러를 지갑에 넣은 후, 유럽의 200여 장소에 고의로 떨어트리고 회수되는 비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회수율은 58%. 전체 200개 중 116개의 지갑이 돌아왔다. 덴마크, 노르웨이는 회수율 100%로 지갑을 잃어버려도 안심할 수 있는 나라로 평가되었다. 다음은 핀란드로 회수율이 80%였다. 이어 스웨덴(70%)이었으며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는 60%의 회수율을 보였고, 포르투갈과 벨기에의 회수율은 50%였다. 의외로 스위스는 2개만이 회수되었고,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로 50%를 넘지 않았다. 국민들이 얼마나 정직한지를 알아보는 실생활에서의 '청렴도' 평가라고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개의 지갑이 돌아올까?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청렴도는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한국의 청렴도는 부끄러울 정도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TI)가 발표하는 각국 공공부문 청렴도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43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한국은 27위로 최하위권이다. 공직사회와 정치권 등 공공부문의 부패 정도가 대단히 심함을 말해 준다. 공공부문에 대한 신뢰도 또한 낮다.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34%로 OECD 41개국 가운데 26위로 나타났다. 정부뿐만이 아니다. 올해 OECD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법부 신뢰도는 41개국 가운데 39위로 최하위다. 지난해 미국 갤럽조사에서 경찰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두 번째(59%)로 낮았다.
반면, 핀란드는 90% 이상의 신뢰도를 보였다. "따뜻한 맥주와 찬 샌드위치가 적당하고, 그 반대가 되면 위험하다(A warm beer and a cold sandwich are suitable for a civil servant but vice versa they are risky)." 핀란드에서 신참 공무원들에게 주입되는 윤리 강령이라고 한다.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 오면서 핀란드는 국가 투명도에 있어서 최고 수준이다. 1995년부터 발표되고 있는 국가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 Index)에서 핀란드는 줄곧 최상위권이다. 3년 연속 1위를 한 적도 있다. 핀란드는 세계적으로 부패지수가 가장 낮고 청렴한 국가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하락하는 한국의 부패인식지수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시작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4점대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2005년 처음으로 5점대로 진입한 후 2008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5.6점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속적인 하락 추세로 돌아섰으며 이것이 현 정부 들어서도 반전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청렴도가 2008년 이후 6년 연속 하락과 정체를 지속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보인 상승과 개선 추세가 계속됐다면 우리나라는 올해 65점을 받아 세계 30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의 정책 실패와 부패문제 해결 의지의 부재에 기인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6년 전 우리나라(5.6점, 40위)와 같은 수준이었던 대만(5.7점, 39위)은 지속적인 개선을 보여 2014년 61점, 35위를 기록한 점이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기업의 윤리경영, 반부패 노력은 어떠한가? 연일 신문이나 매스컴에 도배되듯 정경 유착이나 입찰 비리 등 경제 유인을 위한 비리와 부패 사건이 만연되어 있다. 핀란드의 기업들은 윤리경영을 선언하는 정도에 머물지 않고 구성원들이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인 노키아(NOKIA)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신뢰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인식 속에서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핀란드에서 5대 기업에 속하는 다국적 기업(유통/무역분야) 케스코(KESKO)는 투명성은 물론 신뢰와 책임을 기업 경영의 철학으로 삼고 있다. KESKO는 신뢰 및 반부패 행동 강령을 마련하여 구성원들이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부패 잡고, 경제와 환경 살려야…
지난 9.11테러 이후, <이코노미스트>가 전 세계 유력 투자자 300명에게 '해외 투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부패'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테러'는 두 번째였으며, '노동'과 '환경'은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주식투자와 주가 등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부패다.
핀란드는 유리와 같은 투명하고 열린 사회 그리고 자율과 자립성, 강력한 지방정부의 전통이 결합하면서 부패 없는 청렴한 국가와 사회가 되었다. 핀란드 의회 사무국의 행정학 박사인 파울라 틸호넨(Paula Tilhonen)은 국가 부패지수는 국제화지수, 소득분배의 불균형 여부, 행정의 투명성, 환경지수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즉, 국가 부패지수가 낮을수록 행정이 투명하고 균등한 소득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패지수가 낮을수록 환경지수가 높다. 부패지수가 낮은 핀란드의 환경지수는 세계적으로 손꼽힌다.
한 경제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한국이 부패방지 노력을 통해 국가청렴도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만 해도 경제성장률을 명목기준으로 연 0.65%p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부패척결 없이는 지속적인 경제발전도 어렵다. 부정부패와 이것의 해결 또한 우리 모두의 몫이다. 건강한 사회,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 지속적인 걸음이 필요하다. 핀란드가 가장 깨끗한 나라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던 것은 투명한 시스템과 더불어 높은 시민의식에 있다.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2016년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국도 유럽의 나라들 수준으로 국가의 청렴도가 높아질 수 있을까? 언제까지 핀란드를 부러워만 할 것인가. 부패를 잡지 못하면 환경은커녕 경제 발전도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할 것이다.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바로 가기 : <함께 사는 길>)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