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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24년 만에 또 국교 단절…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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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24년 만에 또 국교 단절…왜?

[분석] 사우디의 내우외환 돌파 카드, 이란은 '복수' 경고

중동 이슬람 양대 종파의 맹주격인 사우디아라비아(수니파)와 이란(시아파)이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등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중동이 전세계의 화약고로 전면에 등장하는 양상이다.

3일(현지시간)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이란과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88년 3년 동안 국교 단절된 이후 처음이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사우디에 주재하는 모든 이란 외교관은 48시간 안에 본국으로 떠나라고 밝혔다. 전날 사우디가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1959년생) 등 반정부 시아파 유력인사 4명을 테러 혐의로 사형을 집행한 뒤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공격한 데 따른 조치다.

일단 이번 충돌은 사우디가 주도권을 잡고 벌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알님르 등 시아파 인사들을 전격 처형했기 때문이다. 지난 1979년 이후 사우디가 사형수를 집단처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사우디는 왜 이란과의 전면전을 불사할 정도의 위기에 불을 당긴 것일까?

분석가들은 이번 위기는 사우디가 처해 있는 내우외환을 돌파하기 위해 이란을 주적으로 하는 전선을 형성해 중동의 세력 재편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 3일 이란의 시위자들이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 앞에서 시아파 지도자 알님르의 처형에 항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에 밀리고, 오일 머니 떨어지고...


현재 사우디는 미국의 맹방으로서의 관계가 예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미국이 핵협상을 계기로 이란과 급속도로 화해 분위기로 가면서 사우디는 중동의 맹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아랍의 봄' 이후 절대군주제인 사우디 내부에서도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이 분출하고 있어 왕정체제가 위협받고 있다. 또한 사우디가 깊숙히 개입하고 있는 예멘 내전 등에 이란이 시아파 반군을 지원하는 등 '테러 지원 국가'로 사우디를 안팎으로 흔들며 괴롭히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사우디 내부의 시아파 반정부 세력을 이끌고 있는 알님르 등을 '테러 용의자'로 체포해 47명을 한꺼번에 처형한 것은 사실상 시아파의 맹주 이란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 스스로 사우디 내부의 시아파 반정부 세력의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님르 등이 처형됐다는 소식에 성난 이란 시위대는 테헤란과 제2도시 마슈하드에 주재하는 사우디 외교공관으로 몰려가 돌을 던지고 불을 질렀다.

반면 사우디를 맹주로 하는 수니파 진영은 잇따라 사우디 지지를 선언하면서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걸프 지역 수니파 왕정 6개국의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의 압둘라티프 알자야니 사무총장은 3일 "걸프 지역 정부는 사우디의 옆에 나란히 설 것"이라며 "(테러리스트를 지원한) 책임은 이란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우디 등 수니파 진영의 위세가 예전같지 않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가 지속되면서 수니파 산유국들의 오일 머니가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의 불만을 오일머니로 달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사우디 등 수니파 산유국들은 휘발유 가격을 50% 이상 올리고, 그동안 걷지 않았던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신설하는 조치를 강구하는 등 재정파탄 위기에 몰리고 있다.

그동안 이란의 위협을 명분으로 서방과 특수관계를 유지해온 사우디는 이제 오히려 서방권이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한 이후 중동의 맹주 자리에서 이란에 밀리는 형국을 맞고 있다.

사우디의 왕정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월 즉위한 살만 사우디 국왕은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고 있고, 아들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제 2왕위계승자 겸 국방장관도 예멘 내전의 성과가 부진하면서 실세로서의 입지가 약해졌다.

사우디가 위기 돌파 카드로 선택해 전격 처형한 알님르는 이런 면에서 상징적이다. 알님르는 사우디 내에서 분리독립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아파 지도자로 2000년대 중반부터 국제사회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알님르는 사우디와 바레인 청년들의 지도자로 추앙을 받았으며, '아랍의 봄'이 태동한 지난 2011년 사우디 시아파 중심지인 동부 카티프 지역에서 분리독립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운동을 이끌었다. 당시 바레인의 시아파 거주 지역 시위도 그의 영향을 받는 것이며, 시아파가 다수인 바레인의 수니파 정부는 사우디가 파병한 군대의 지원을 받아 간신히 시위를 진압했다.

알님르, 사우디 내부 시아파 분리독립 운동 주도


사우디 왕정으로서는 카티프가 유전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 일대의 분리독립과 자유선거를 주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사우디의 '돈줄'과 '왕정체제'를 위협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알님르를 처형한 혐의에 대해 "타크피리(이단·시아파) 사상을 품고 외부 세력과 결탁해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의도로 폭동을 일으켰다"면서 사실상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반면 이란은 주테헤란 사우디 대사대리를 불러 처형에 항의하고, 3일에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까지 나서 "사우디 정치인들은 신의 복수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직접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도 성명을 내고 "사우디는 중세시대에서나 있었던 야만성을 드러냈다. 이번 처형은 '이슬람국가'(IS)나 하는 짓"이라고 경고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이란의 항의에 대해 리야드 주재 이란 대사를 불러 "내정간섭으로 간주되는 적대적 발언"이라며 일축했다. 또 3일에는 별도 성명을 통해 "이란이 테러리즘을 지원한다는 민낯을 드러냈다. 이란은 중동 테러리스트의 파트너"라고 반박했다.

IS 격퇴 국제사회 연합전선도 흔들


사우디와 이란의 대립은 곧바로 중동 전역에서 수니파와 시아파 전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아파 정권이 지배하는 이라크에서는 지난해 25년 만에 개설한 사우디 대사관을 다시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알시스타니도 사우디에서 처형당한 시아파 지도자들을 '순교자'로 규정하고 그들이 부당한 공격으로 피를 흘렸다고 비난했다.

또한 자국 영토 내에서 IS와 전쟁 중인 이라크는 사우디가 같은 종파인 IS를 적극적으로 상대하지 않는다는 의구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는 성명을 발표해 "알님르 처형은 암살이자 추악한 범죄"라고 비난했다.

중동에서 사우디와 이란을 중심으로 한 수니파와 시아파의 극한 대립으로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조직 IS 격퇴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합전선도 취약해질 전망이다. 이란이 사우디의 도발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할 지는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동 전문가 이르바힘 프라이하트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예멘의 시아파 반군과 시리아에 전사를 투입하고 있는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대응을 한다면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라면서 "이란 내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립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사우디의 처형을 비난하면서도 사우디 대사관 습격에 대해서 "정당하지 못하다"고 비판한 점으로 볼 때 사우디와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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