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문재인 앞에서 사퇴 요구…새정치 내홍 최고조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이 11일 문재인 대표가 있는 자리에서 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한 통합 전당 대회를 요구했다. 유 최고위원의 '작심 발언'에 추미애, 전병헌 최고위원이 한마디씩 하면서 최고위원회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당내 3선 이상 중진 의원들도 이날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을 막기 위해 문재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 문 대표의 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들어와 설전이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내홍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유승희 "문재인 사퇴 후 통합 전대" vs. 추미애 "그런 건 조용히 논의하지…"

유승희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안철수를 넘어서 천정배, 정동영, 손학규를 포함하고 가능하면 정의당도 포함하는 통합과 혁신을 위한 전당 대회밖에 답이 없다"면서 "문재인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당헌에 따른 전당 대회를 책임지고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이를 위해 문재인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둘 다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두 분께 살신성인의 결단을 촉구한다"면서 "문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당직을 사퇴한 분들은 통합 전당 대회 추진을 위한 최고위원회 결의 즉시 통합 전당 대회에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안철수 비상대책위원회' 방안이 거론되는 데 대해 유 최고위원은 "문재인-안철수에게 당권을 나눠준다고 나아지느냐. 선출된 최고위원을 문재인-안철수가 지도하는 비상대책위원회로 교체하는 게 총선 대책인가?"라고 비판했다.

유 최고위원의 '작심 발언' 직후 추미애 최고위원은 유 최고위원을 향해 "그런 의견이 있다면 따로 조용히 서로 논의해서 수습해 나갈 책임이 모두에게 있다"면서 "각자 목소리를 내서 내뱉는 말이 마이크로는 멋지게 들릴 수 있어도, 문제 해결에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고 힐난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문재인 사퇴론'에 반기를 들었다. 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을 하루빨리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폭력적인 방식이 아니라 질서 있게 마무리하는 것이 당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지금도 있다"면서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정통성(당 지도부)을 인위적으로 와해시키려 하는 것은 대의와 명분이 없다"고 맞받았다.

전 최고위원은 이날 안철수 전 대표에게 쓰는 공개 편지를 낭독하며 "지금은 두 분(문재인, 안철수)이 협력해야 할 때"라고 거듭 호소했다.

'문재인 사퇴' 중진 모임에 최재성 총무본부장 들어와 반발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 부의장을 비롯해 김성곤, 김동철, 강창일, 문희상, 설훈, 유인태, 조정식, 양승조, 오제세, 주승용, 최규성, 원혜영, 김춘진 등 중진 의원도 이날 국회 부의장실에서 긴급 회동을 열고, 문재인 대표 사퇴를 전제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중진 의원들은 "문재인-안철수가 협력하는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야 하고, 전당 대회 문제는 비상대책위원회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한다"면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혁신과 통합을 추진한다"는 합의 문구를 낭독했다.

이 모임이 이뤄지던 중간에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들어와 "전당 대회 문제를 비대위가 합의해 결정하는 것은 당헌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최 총무본부장은 또 "혁신과 통합을 추진한다는 항목에는 중진들이 사실 무거운 책임이 있다"면서 "국민은 혁신을 외면하고 피해가려는 방법으로 통합을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가질 수 있다"고 중진 의원들을 비판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들어온 데 대해 김동철 의원은 "당직을 맡은 사람이 여기 왜 왔느냐"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밖에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의원들이 모여 만든 '구당 모임'도 이날 "문 대표의 사퇴와 더불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야권 대통합과 혁신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문 대표를 압박했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유승희 최고위원의 '사퇴' 요구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표는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며 사퇴한 최재천 정책위원장의의 후임 인선을 서두르는 등, 비주류와의 싸움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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