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 집회는 시작부터 경찰의 강력한 저지에 부딪혔다. 하루 전인 지난 13일, 정부가 예고한 대로였다. 집회 장소였던 광화문 광장 주변은 차벽으로 완전히 차단돼 있었다. 경찰이 집회 참가자의 행진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 차벽은, 지난 2011년 '위헌' 판정을 받았었다. 다만 시민의 이동 통로가 마련돼 있다면 차벽 설치가 합법이라는 게 법원 판례다. 그러나 이날 광화문 주변은 차벽으로 포위돼 있었으며, 시민의 이동 통로는 없었다. 불법으로 설치된 차벽이라는 말이다.
14일 오후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사전 행사를 마치고 이동하던 참가자들은, '민중총궐기' 집회 예정 장소인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최루액 섞인 물 대포를 맞아야 했다. 경찰은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에게 물 대포 외에도 식용유를 뿌리거나 소화기를 분사했다.
'민중총궐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53개 노동 및 시민사회 단체가 마련한 집회다. 그에 앞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노동법 개정' '한중 FTA' 등을 비판하는 다양한 사전 집회가 열렸다. 노동자 대회, 농민 대회,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대회, '헬조선' 뒤엎는 청년 총궐기, 성소수자 궐기 대회, 빈민·장애인 대회, 재벌사내유보금 환수 결의대회 등이다. 박근혜 정부 3년차에 진행되는 민주주의 역주행, 노동 인권 후퇴, 양극화 심화 등에 분노한 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였다.
당초 주최 측은 10만 명 참가를 목표로 했었다. 그러나 그보다 많이 모였다는 게 주최 측의 평가다. 주최 측은 약15만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추산한 참가자 수는 약 8만 명이다. 광화문에 모였던 이들은 이날 밤 11시께 대부분 해산했다.
뇌 수술을 받고 있는 농민 백모 씨는 전라남도 보성에서 평생 농사를 지어왔다. 밀 농사 및 유기농 작물을 재배했다.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했으며, 가톨릭농민회 전국 부회장을 지냈다. 백 씨는 이날 '민중총궐기' 사전 행사로 열린 농민 대회에 참가해 '한중 FTA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농민 대회 주최 측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15일 오전 11시 기자 회견을 열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농은 백 씨의 부상 당시 상황에 대해 "물 대포에 강한 최루액이 섞여 있었다. 어떤 사람도 견뎌내지 못할 상황이었다. 사람을 죽이자고 쏘는 물 대포 같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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