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인 '통합선거위원회(UEC, Union Election Commission)'는 9일 오후 4시 (현지시각) 개표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UEC는 하원의원 기준으로 NLD가 버마 최대 도시인 양곤의 45개 지역구 중 개표가 끝난 32개 지역구에서 모두 승리했다고 밝혔다.
향후 이어질 개표에서도 NLD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얀마의 일레븐 미디어 그룹이 전국 주요 투표소에서 선거 참여자 1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90%가 NLD를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표본 집단이 적어 신뢰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버마의 현지 분위기를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NLD는 자신들이 70%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윈 떼인 NLD 대변인은 자체 조사 결과 "이번 총선에서 (NLD가) 7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NLD가 단독으로 과반을 달성하려면 67% 이상의 득표가 필요한데 이를 훌쩍 뛰어 넘었다는 주장이다.
수치 NLD 의장 역시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그는 이날 양곤에 위치한 NLD 당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 후보들을 축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내가 말하지 않아도 여러분은 모두 결과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패한 후보는 승리한 후보를 인정해야 하지만 패한 후보를 자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며 차분한 대응을 당부했다.
한편 이번 1차 개표 결과를 시작으로 앞으로 하루에 수차례 개표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며, 최종 결과는 검표 등을 거쳐 이달 중순인 15일을 전후로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
버마, 완전한 문민 통치 국가로 탈바꿈?
NLD가 단독으로 과반 의석 달성에 성공하면 1962년 네 윈 육군총사령관의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민간에 정권이 이양된다. 하지만 NLD가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완전한 문민 통치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
우선 국회의원 구성에 문제가 있다. 버마 헌법에는 상·하원 의원 657석 중 25%에 해당하는 166석(하원 110석, 상원 56석)이 자동으로 군부에 돌아가도록 명시돼있다. 수치는 집권할 경우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의원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군부를 제외한 모든 의원들이 헌법 개정에 동의해야 하는 상황이라, 헌법 개정을 통해 완전한 문민 통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은 조건이다.
실질적인 권한이 군부에 집중돼있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미얀마 군부의 총사령관은 군부 몫으로 주어진 의원 166명을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방부, 내무부 장관과 국경경비대장 등 정부 주요 요직에 대한 임명 권한을 가지고 있다.
또 군부 몫으로 할당된 대통령 후보를 총사령관이 지목할 수 있다. 버마는 상원과 하원, 군부에서 각각 1명씩 3명의 대통령 후보를 낸 뒤에 국회에서 대통령을 뽑는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같은 총사령관의 권한이 지난 2008년 개정된 헌법에 명시돼있다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다. 당시 헌법을 새로 제정했을 때 군부가 초안을 작성했는데, 군부를 견제할 세력이 없었던 상황에서 확정된 헌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헌법에 따라 아웅산 수치가 내년 2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점도 버마의 문민 통치 동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다. 헌법에 따르면 외국인 배우자나 자녀를 둔 사람은 대통령으로 출마할 수 없다. 수치는 영국인 남편과 결혼했고 영국 국적의 아들을 두고 있어 출마 자격을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수치는 이를 의식한 듯 선거운동 기간 중 "대통령을 넘어선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며 NLD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그는 버마 헌법에 '대통령 위의 지도자'를 규제하는 내용은 없다면서 대통령보다 더 위에서 활동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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