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였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부친상과 관련해 청와대는 대통령이 "의원상에 간 일은 없다고 한다"며 박 대통령이 문상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9일 기자들과 만나 "(의원상에 대통령이) 누구를 보내고 한 전례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의원의 부친은 유수호 전 민자당 의원이다.
박 대통령은 유 의원의 부친상에 조화도 보내지 않았다. 정 대변인은 "상주 측에서 조화와 부의금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서 정중히 사양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나. 우리는 고인의 유지와 유가족의 뜻을 존중해서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의 뜻을 존중했다고 하지만, 상가에는 국무총리와 국회의장, 대법원장을 비롯해 정부 주요 요인들의 조화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 명의의 조화까지 있었다. 특히 이 실장에게는 유 의원이 직접 연락했다고 한다. 비서실장에게 직접 연락했는데도 대통령 조화는 오지 않은 셈이다. 전날 문상객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조화가 왜 없는지에 대한 수군거림이 나왔다. 앞서 상을 치른 원유철 원내대표, 황진하 사무총장의 상가에 대통령 조화가 있었던 것과 비교됐기 때문이다.
상주가 "조화를 받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도 상가에는 의례히 조화가 도착하고 상주 측은 보낸 이를 일일이 확인하고 배치하는 작업들을 한다. 이는 상식적인 일이다.
관련해 과거 박 대통령의 '조화 정치'와 관련된 <조선일보> 칼럼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 1월 22일자 <조선일보>에는 양상훈 논설주간의 칼럼이 실렸다. '대통령 弔花(조화)에 대한 믿기 힘든 얘기'라는 제목이었다.
"고위 공직을 지낸 분이 상(喪)을 당했는데 그 상가에 당연히 있을 법한 대통령 조화가 없었다고 한다. 대통령과의 관계도 특별한 사람이었다. 청와대가 모르는 줄 알고 몇 사람이 청와대에 알렸다. 금방 올 것 같았던 조화는 늦어도 너무 늦게 왔다.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사정을 알아보았다. '조화를 보내려면 대통령 허락을 받아야 하는 모양'이라는 게 그들의 결론이었다. 이 말이 믿기지 않았는데 얼마 후에 비슷한 얘기를 또 듣게 됐다. 상을 당한 다른 사람에게 관련 분야 청와대 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수석은 '대통령님 조화를 보내겠다'고 했다. 조화는 끝내 오지 않았다. 궁금했던 상주(喪主)가 나중에 수석에게 물었더니 "조화는 수석 결정 사항이 아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양 주간의 칼럼에 따르면 조화를 보내는 것은 대통령의 직접 결정 사항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 반독재 투쟁을 주도한 학생을 석방시켜 정부에 밉보였던 판사 출신 유수호 전 의원,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 낙인이 찍힌 그의 아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상가에 박 대통령의 조화가 없다는 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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