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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국회의원 집단 월북(?) 사건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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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국회의원 집단 월북(?) 사건의 진실

[강주원의 '국경 읽기'] 단둥발 북한 뉴스 이해하기

북한 뉴스 오보의 진원지, 단둥

몇 달 전, 단동에 단체 답사를 갔다가 유람선 체험을 했던 NGO 활동가를 만났다. 나는 '압록강과 유람선의 이면'을 설명했지만, 그는 정색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본 상인은 북한 사람이 맞습니다. 가이드도 말했고, 방송과 인터넷 여행 후기에서 다들 북한 사람이라고 설명하는데, 왜 당신은 가짜라고 하죠?"

북한 뉴스와 관련되어 단둥은 어떤 곳일까? 방송 기자의 다음 멘트는 이를 이해하는 한 사례가 될 것 같다.

최근 두 번째로 단둥에 다녀왔습니다. 이제 10개월째인 중국 특파원 생활 중에 단둥만 두 번 째입니다. 하지만 다른 특파원들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치입니다. 더 분발해야겠습니다. 그만큼 중국 특파원들은 단둥에 뻔질나게 갑니다. 북한에 큰 일만 터지면 단둥부터 달려갑니다. 단둥은 북한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문구멍이라서 입니다. (SBS 2013년 12월 19일)

대부분의 방송과 기사에 빠지지 않는 단둥의 배경 화면은 '중조우의교와 압록강단교'이다. 그 이외에 '신압록강대교'와 '황금평'이 있지만, 기자에게 인기 있는 취재 장소가 하나 더 있다. "유람선이나 임대 모터 보트를 타고 신의주를 취재하고 촬영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SBS 2013년 12월 19일)에서 표현된 것처럼, 그들은 유람선을 타고 북한 관련 뉴스를 보도하곤 한다. 이처럼 단둥의 '유람선'은 한국 관광객만 애용하지 않는다. 취재 현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유람선을 탈 때마다 '관광 인류학'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관광객의 행동과 대화 등을 참여관찰 한다. 한국에서는 기사와 여행 후기를 꾸준히 검색한다. 그때마다 연구라는 취지에서는 흥미로운 내용이지만 안타까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언론에서 언급되는 내용과 관광객의 반응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현장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도 동일하다. 지금부터 나의 참여 관찰 내용을 풀어보겠다.

2015년 현재, 단둥 시내와 외곽에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곳이 대표적으로 4곳이 있다. 그 중 수풍댐으로 향하는 압록강대로 옆에 있는 선착장이 4~5년 전부터 인기가 있다. 이곳의 유람선 코스는 한국 관광객과 기자들이 착각의 늪에 빠지기 쉬운 지리적인 조건을 반영하고 있다. 선착장을 떠난 배는 북한의 육지와 섬 사이를 통과했다가 돌아온다.

▲ 압록강의 유람선 뱃머리에서 보면 왼쪽은 북한 본토, 오른쪽은 북한 섬이다(2015년). ⓒ강주원

▲ 유람선에서 좌우로 북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2011년). ⓒ강주원

▲ 여름철 유람선을 타러 가기 위해 중국 사람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이 선착장을 찾는다(2014년). ⓒ강주원

▲ 유람선 코스는 북한 본토와 섬 사이를 가로지른다(2015년). ⓒ강주원

이제 1시간 남짓 유람선에서 체험한 내용과 반응이 잘 드러난 두 편의 기사를 읽어보자.

뉴스 오보 1 : 월경 혹은 월북으로 오해

여야 국회의원 12명과 대기업 임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 70명이 북한 수역(水域) 15킬로미터 안까지 무단 잠입한 '사건'이 벌어졌다. (…) 힘찬 굉음과 함께 유람선이 움직였다. 50미터쯤 나아가자 큰 섬이 나타났다. 의주군 위화면 '방산 마을'이 있는 북한 섬이다. 섬에 의해 압록강 줄기는 두 갈래로 나뉘었는데 오른쪽은 북한과 중국을 가르는 물길이고, 왼쪽은 북한 본토와 방산 마을 사이를 흐르는 북한 내부 수로(水路)에 해당했다. 그런데 오른쪽으로 갈 줄 알았던 배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렸다. "전쟁 나면 바로 포로되는 거 아니야." "이거 단체 월북이네." 농담이었지만 긴장감이 배어 있었다. 좌(左)도 북한이었고 우(右)도 북한이었다. (…) 한 가이드는 "그동안 중국 레저 업체들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았던 북한 당국이 최근 이 관광 코스를 허용했다"며 "그 과정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들었다. 북한이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2011년 7월 16일)

뉴스 오보 2 : 북한 사람의 밀수 현장으로 착각

단둥에서 압록강 유람선을 타고 가는데 북한 쪽에서 작은 배 한 척이 다가왔다. 예순에 가까워 보이는 남성이 배에 담배, 술, 오리알 등을 싣고 와 유람선에 탄 남한 사람들에게 팔았다. 대낮에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밀수는 횡행했다. 한 사람이 악수를 건네며 "많이 파세요" 하자 그 주민은 "고마워요"라고 답했다. "형님도 한마디 해"라는 말에 이 씨는 손만 흔들었다. "나 불쌍해서 말 못하겠어. 저거 기업소가 하는 거고 판 돈은 위에 다 바쳐야 해. 개인이 하면 군인들이 가만히 있겠나." (<경향신문> 2015년 5월 28일)

뉴스 오보를 다시 읽기 위해서

위의 두 뉴스 사례와 내용은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송과 기사들에서 재현되고 있고, 여행 후기를 담은 인터넷 카페와 블로거 내용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우선 유람선의 코스가 한국 관광객과 기자들이 오해와 오보임을 인지하기에는 너무나 '무대화된 풍경'이다.

가이드는 "여러분이 탄 유람선이 북한 영토로 들어간다"라는 잘못된 해설을 한다. 왜냐면 이런 설명이 한국 관광객들에게 통한다는 것을 가이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보 1' 경우 '북중 국경은 선이 아니고 압록강은 공유한다'는 기본적인 사실만 인지해도 '월경을 했다'는 '오보'를 막을 수 있다. 오히려 '오보'라는 것이 다행이 아닐까? 요즘 같이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월북을 체험했다면 큰일 아닌가!

▲ 국경과 관련된 압록강과 두만강의 핵심은 공유이다(2015년). ⓒ강주원

가이드의 설명이 없어도, 좌우로 북한 영토가 펼쳐지는 상황에서 한국 관광객은 자신들이 탄 유람선이 북한 수역에 해당하는 압록강에 들어와 있다고 확신을 한다. 여기에다 "조선 물건 사라우" 혹은 "100원" 등 한국어로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이 유람선에 접근하는 상황에 한국 관광객들과 기자들은 직면한다.

이쯤 되면 그들은 몇 마디 한국어를 하는 상인을 '중국 사람'이 아닌 '북한 사람'으로 당연히 여긴다. 이처럼 '오보 2'의 경우는 '상인이 북한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 작업이 생략되어 있다. 북한 사람이 밀수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소위 '불법을 가장한 이벤트성 상행위'라는 점을 놓치고 있다.

설령, "중국 사람이 아닌지?" 질문을 해도, 가이드와 유람선 선장은 부정을 한다.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중국 사람들에게 물건을 많이 팔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그들이 '중국 사람'이라고 대답하지는 않는다. 파는 물건들을 살펴보면, 북한산으로 가장한 중국 제품임을 알 수 있다. 이를 파악하기에는 물건을 판매하는 시간이 짧다. 몇 년 째 여러 경로를 통해서, 나는 이들이 중국 사람임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있다.

"압록강 유람선상에서 마주친 북한 무역 일꾼" 등의 기사를 읽게 되면, 혹시나 그 사이에 변한 상황이 있는지 궁금한 마음이 앞선다. 그때마다 나는 단둥의 지인들에게 전화를 한다. "요즘(2015년)은 북한 사람이 판매를 해요?"라고 물으면, 유람선 관계자를 잘 아는 조선족은 한마디로 답한다.

"며칠 전에도 갔다 왔는데, 가짜야! 근처에 사는 중국 어부이고 나도 그 사람 알아!"

이런 단둥의 현실과는 달리, KBS가 '광복 70년 특별 기획'으로 제작한 "슈퍼코리아의 꿈 2부작"의 내레이션에서 보듯이 한국 언론은 유람선과 관련된 단둥발 북한 뉴스 오보를 반복 재생산하고 있다.

간혹 북한 어민이 나룻배를 타고와 중국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팔곤 합니다. (KBS 2015년 8월 11일)

▲ 유람선에 보트가 접근을 한다. 한국 사람은 이를 두고 북한 사람이 물건을 판매한다고 믿는다. ⓒ강주원

▲ 중국 사람이 밀수를 가장한 채 유람선 관광객에게 가짜 북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2014년). ⓒ강주원

단둥발 북한 뉴스를 이해하는 잣대

위의 사례를 단순 '오보'로만 치부해야 될까? 기사들의 대부분은 유람선의 취재 내용만 언급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서 '북한 사회의 경제' 혹은 '김정은 체제의 상황'을 진단하고 해석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유람선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국경 너머 한국 기자들이 검증할 수 없는 북한의 상황이 아니다. 즉 충분히 검증을 할 수 있는 사례임에도 '오보'를 바탕으로 북한 사회를 설명하고 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하나 더 있다. 즉 '다른 단둥발 북한 뉴스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할까?'라는 질문에 단초를 제공해준다. 물론 나는 10년 넘게 라포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단둥의 정보 제공자들이 있다. 이와 더불어 나는 두 가지 평범한 잣대가 있다. 하나는 '현재(2015년) 상황에서 한국 기자들이 직접 취재를 할 수 없는 지역이 압록강 너머 북한 사회이다. 당연히 단둥발 뉴스를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라는 기준을 떠올리면서 단둥발 북한 뉴스를 읽는다. 그리고 다소 엉뚱한 방법일 수 있지만 하나 더 있다.

채널A의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시청할 때,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그럴 일은 없지만, 내가 만약에 북한의 방송에 출연을 해서 청와대 혹은 상류층 그리고 북한 사회 전반에 대해서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 할 수 있을까?"

유달리 단둥발 북한 뉴스는 "중국 단둥 현지 가이드에 의하면∼" 혹은 "중국인 택시 기사는∼"라는 문구로 내용이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도 설명하기 힘든 북한 사회 내부의 내용과 단둥의 상황을 가이드와 택시 기사가 말하고 이를 기사에서 인용한다. 예를 들면, "우리 가이드도 북-중 중앙 정부 간 관계는 약간 저조하지만 지방 정부와 민간 차원의 대북 투자와 교역은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는 "중국인 택시 기사는 앞으로 수년 내에 북한 근로자가 1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등이 있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는 채널A의 프로그램을 시청할 할 때 하는 자문을 또 한다. "가이드와 택시 기사가 저런 거시적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적절한 인터뷰 대상인가?" 인류학을 전공하고 있는 나는 당연히 '현지인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긴다. 그렇다고 검증하지 않고 모든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인용하지는 않는다.

한편, 나의 연구 주제 가운데 하나이지만, 한국 사회에 보도되는 '압록강 유람선'과 관련된 내용과 여행 후기를 모두 검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마무리할 때쯤, 처음으로 나의 연구 내용과 일치하는 기사를 읽었다.

북한 당국이 주민을 보내 외화벌이를 시키는 것인 줄 알았다. 그래도 물건을 하나 사는 게 어떨까 고민하는 것도 잠시. 동승했던 단둥 거주 한국인 사업가는 "저분은 북한 주민이 아닙니다. 물건을 사지 마세요"라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자신도 예전에 동정심을 느껴 물건을 산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중국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상인이 간단한 한국말 몇 마디만 익힌 뒤 배에 올라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경향신문> 2015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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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원

강주원 박사는 북한 사람, 북한 화교, 조선족, 한국 사람 그리고 탈북자를 동시에 연구하는 인류학자다. 2006년 10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15개월 동안 단둥에서 살면서 현장 연구를 한 것을 비롯해 지난 10년간 단둥을 수없이 방문하며 수백 명의 단둥 사람과 인간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국내외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의 국경 취재 및 관광을 자문하는 일도 병행 중이다.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글항아리 펴냄)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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