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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턴 왜곡 사태'와 국정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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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턴 왜곡 사태'와 국정 교과서

[기자의 눈]박근혜 정부, 국제화시대 왜곡 일삼는 출판사 수준?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학교 교수가 선정되지 않았다면 그대로 묻혔을 진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9월 디턴 교수의 저서 <위대한 탈출>이 한국경제신문 출판부(한경PB)에 의해 번역 출간되면서 완전히 왜곡됐다는 의혹이 최종 확인된 것이다.(이인제도 노벨상 디턴에게 사과하라)

26일 한경PB에 따르면, 디턴 교수와 원서 출판사인 프린스턴대 출판부와 한경BP는 기존 한국판 판매 중단에 합의하고 지난 주말부터 서점에서 회수 조치에 들어갔다.

이같은 조치에 앞서 프린스턴대 출판부는 지난 22일 "<위대한 탈출> 한국판이 원전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고 변경돼 출판되었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동안 한경PB는 "독자에게 쉽게 읽히기 위해 편집을 한 것이지 왜곡은 없었다"고 버텨왔지만, 원서 출판사가 명시적으로 왜곡 판정을 내리고 국내 번역본 출판사가 판매 중단과 회수 조치에 합의하면서 '국제적인 지적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프린스턴대 출판부는 "한경BP 출판본은 저자나 프린스턴대 출판부의 동의나 심사 없이 영어판 내용을 바꾸고 누락했을 뿐 아니라, 이 책을 <21세기 자본>과 대립관계로 설정한 한국인 경제학자의 서문을 포함시켰다"고 적시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이 쓴 서문 삭제하라"


이에 따라 한경PB뿐 아니라 서문을 쓴 현진권(56) 자유경제원장은 저자의 취지를 완전히 왜곡하면서 한국 독자들을 오도한 '곡학아세'의 전형적인 학자로 전락하게 됐다.

특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이론을 왜곡해 전달한 한국경제신문 등 일부 경제지들과 현진권 원장 같은 경제학자,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정치인들의 행태가 가세하면서, 이번 사태는 '역사 국정교과서'에 대한 우려를 더 키우는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관심이 있다면 원서도 금세 구해 확인할 수 있는 국제화 시대에 버젓이 외국 경제석학의 저서를 "불평등이 성장의 동력"이라고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합리화하는 데 동원하기 위해 멋대로 왜곡한 행태는, 일부 독재 후진국가에서나 채택하는 역사 국정교과서를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박근혜 정부의 행태와 묘하게 겹친다는 것이다.

한경BP는 "기존 한국어판 판매를 중단하고 디턴 교수의 원전을 정확히 반영해 새로 번역한 개정판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개정판에는 이 책이 마치 불평등을 옹호한 책이며, 불평등 문제를 부각시킨 토마 피케티 교수의 연구와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읽혀야 한다고 주장한 현진권 원장 서문은 삭제된다.

문제의 서문은 '피케티 vs. 디턴. 불평등을 논하다'라는 제목으로 9쪽에 걸친 글이다. 현 원장은 디턴이 불평등을 옹호하며 피케티와 대립되는 이론을 펼친 것처럼 서술했지만, 이미 국제학계에서는 두 교수는 불평등이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고찰한 연구자들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무시한 것이다.

출판계에서는 이미 1만여 권이 판매된 기존 한국판과 관련해 환불과 함께, 독자들에게 입힌 피해에 대해 한경PB측이 배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경PB 측은 이에 대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역사 국정교과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때 국민들은 정부의 책임자들에게서도 같은 말을 듣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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