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핵심 이론이 한국경제신문사 계열 출판사에 의해 '적극적으로 왜곡'돼 소개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성장에 따른 지나친 불평등의 위험성을 경고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의 저작을 "불평등이 성장의 동력"이라고 정반대로 왜곡해 마케팅을 한 한경PB가 20일 국내 언론에 "디턴 교수에게 사과했다"면서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관련 기사 : "디턴은 불평등 옹호론자"…조중동의 무지? 왜곡?)
한경PB 측은 "저자에게 허락받지 않았다는 점을 사과한 것이지 왜곡한 것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지만, 이미 출판계에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의 왜곡으로 점철돼 있는 것으로 뒷말이 무성했던 번역이었다. 출판사 측도 다음달에 멋대로 생략하고 요약한 서문 등을 전문 번역하는 등 수정 재출판을 하겠다고 밝혔다.
디턴 교수의 저작은 원제를 직역하자면 <위대한 탈출 : 보건, 부, 그리고 불평등의 기원>이지만, 지난해 9월 한경PB가 국내 출간한 번역본 제목은 <위대한 탈출 :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진시키나>로 왜곡됐다. 정작 이 책에서 디턴 교수는 "경제적 불평등이 점점 심해질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더욱 커진다.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지면, 삶의 질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다"고 경고했다.
'삶의 질' OECD 최하위권 요인된 불평등이 성장 촉진?
디턴 교수의 저작이 불평등 문제를 외면하고 성장만 외치는 보수 진영의 이데올로그들에 의해 악용되는 것이 무지인지 고의인지는 분간하기 힘들다. 지난 19일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장도 노동 시장 개혁을 외치면서 디턴 교수의 저작을 들먹였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의 저서 <위대한 탈출>이 제시한 이론이 노동 시장 불평등 문제의 정답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불평등을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에너지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소득 불평등이 심해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삶의 질' 조사에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라"는 권고를 받고 있는 나라다. 집권 여당의 노동 시장 선진화의 기수라는 이인제 위원장의 국회 발언은 그의 지적 인식 체계가 한경PB 수준이라는 것을 드러냈다는 조소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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