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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오픈 프라이머리' 보도, 이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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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무성 '오픈 프라이머리' 보도, 이면은?

[정치 기사 뒤집어 보기] 한국 언론이 의회와 정당을 보는 눈

한국 언론이 의회와 정당을 보는 시각은 '모두가 거기서 거기다'라는 정치 혐오에 근거한다. 언론인 개개인은 각자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어도, 기자는 결국 말과 글로 자신의 시각을 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고 쓰는 기사는 정치 혐오를 재생산하며,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언론을 통해 의회와 정당에 대해 정치 혐오가 재생산되는 방식과 언론이 의회(정당)정치와 시민 참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로 인해 파생된 행정부 우위의 시각에 대한 문제점을 다룰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언론이 외면하고 있는 소수 정당에 관해서 이야기할 계획이다.

정치 혐오의 공간, 의회와 정당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의 민주화 역사를 '운동에 의한 민주화'로 정의했다. 정당에 의한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집단은 학생과 시민사회 세력뿐이었다. 운동의 힘이 약해지고 정치의 많은 부분이 제도를 통해 구현되고 있는 현재도 이런 풍토는 여전하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정치'를 '정당을 통한 정치' 보다 상위 개념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은 이런 풍토를 꾸준히 재생산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된 '오픈 프라이머리' 논란을 살펴보자. 언론 대부분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 오픈 프라이머리를 정략적으로 제안했고,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당 내에 만연한 계파 정치와 공천 학살 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비판적 지지 입장을 내놨다. 반면, 오픈 프라이머리와 반대되는 유럽 국가와 진보정당(정의당·노동당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진성당원에 의한 상향식 공천'은 보다 열등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 각 당 후보 국민 직선…파벌 해소엔 약·정치신인 수혈엔 독 (<한겨레> 2014년 10월 27일 자)
△ [한겨레 프리즘] 오픈프라이머리, 왜? (<한겨레> 7월 21일 자)

오픈 프라이머리와 진성당원에 의한 상향식 공천 중 어떤 방식이 더 좋을까? 쉽사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존 정당체제 강화에 어떤 방식이 더 유리한지를 따져보면 답은 간단하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 또는 기본 교육을 이수한 '진성당원'에게만 공천 참여권을 부여하는 상향식 공천제에 비해 어떤 제약조건도 없이 선거권자면 공천에 참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일상적 정당 참여에 대한 인센티브를 없앤다.

그동안 한국의 정당 정치는 왜곡된 상태로 존재했다. '진성당원'제를 채택해도 계속 발생하는 당비 대납문제로, 보수정당에서는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 따라서 정당들은 풀뿌리 당원을 조직하기보다 여의도 국회를 통한 '공중전'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언론은 약한 한국 정당 체제를 지적하기보다는 방관하거나 조장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언론이 조장하는 의회와 정당에 대한 시민들의 정치 혐오를 통해 파생되는 문제점 중 하나가 '행정부 중심주의'다. 이와 관련된 사건 중 하나가 최근 있었던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근혜 정부의 복지 정책을 비판했다. 비판의 대가는 무서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했다. 유승민 의원은 결국 사퇴했다. 그는 집권여당의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1조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 지난 6월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통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히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당선된 이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지, 입법부를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입법부의 일원으로, 행정부와 사법부가 헌법과 법률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비판할 의무를 진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은 이런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도 이렇게 잘못된 인식이 언론을 통해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 방문을 둘러싼 2016년 총선 공천 문제가 이슈였다. 언론은 대구 동구 을이 지역구인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원내대표 사퇴' 파동 당시 그를 지지했던 대구 지역 의원들이 내년 공천에서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 이병기 실장 "지금 어느 때인데 王朝시대라니…" (<조선일보> 7월 4일 자)
△ "대통령이 우리 맴 알아채고 신호 준거 아이가"…대구 '물갈이론' 번져 (<한겨레> 9월 24일 자)

물론 대통령도 한 정당의 당원으로, 해당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경우, 행정수반의 당연한 권리 중 하나다. 하지만 한국처럼 대통령의 힘이 강력한 '제왕적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입법부의 권위를 실추시킬 뿐이다.

사라진 소수 정당


마지막으로, 언론이 소수 정당을 보도하는 태도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난다. 한국 정당체제는 이승만 정부 시절 자유당과 민주당이 대립한 이래, 보수 거대 양당에 독점됐다. 언론의 조명도 자연스럽게 여기에 집중됐다. 거대 양당의 소식만 퍼져나갔고, 소수 정당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밀려났다.

'스타 정치인'을 중심으로 한 언론 보도는 문제의 심각성을 더 키웠다. 유일한 원내 정당인 정의당에서도 언론에 오르내리는 정치인은 심상정 대표뿐이다. 다른 의원들이(총 298명 중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 아닌 의원은 11명으로, 정의당 5명·무소속 6명이다) 좋은 의정활동을 해도 언론은 스타 정치인에게만 관심을 쏟는다. 노동당과 녹색당 등 진보 정당도 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언론은 이들을 모른 체한다. 관심은 또다시 거대 정당에게 쏠리고, 기사는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여야 의견'이라고 하지만, 그 안에는 오직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만 포함될 뿐 소수 정당의 의견은 포함되지 않는다.

△ 심상정 정의당 대표, "짬짜미 정치야합" 與野 동시 비판 (<조선일보> 8월 19일 자)
△ 여야 대표 '선거제 개편' 담판 짓나 (<경향신문> 8월 31일 자)

여론조사를 통해 이런 상황은 더 분명히 드러난다. 정당별 지지도 또는 선호도를 조사할 때 집계되는 결과는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뿐이다. 스타 정치인에 속하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창당 소식 이후, 최근 '호남신당'이 추가됐을 뿐이다.

△ "호남신당 지지율 5.1%" (CBS라디오 9월 4일 자)


정치가 청와대와 여의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 여당과 원내에 의석이 있는 야당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론의 역할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정치 영역을 한정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원외 소수정당은 기존 정치판에 뛰어들 수 없는 원외 소수 정당은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방식은 연이은 좌절을 가져온다.

노동당과 녹색당은 여러 정책 의제를 가지고 시민 서명과 공청회 등 이슈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언론의 보도 없이는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기가 쉽지 않다. 노동당 서울시당에서 5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요구한 시민 공청회 요구 건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언론에서 대중교통 인상을 비판하는 목소리 중 하나로 다뤘을 뿐이다.

△ 서울 대중교통 요금 27일부터 오른다(<경향신문> 6월 19일자)

▲ 지난 6월 10일 서울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제도 개선 공청회는 노동당원들의 피케팅으로 파행되었다. 노동당은 시민들의 서명을 모아 요구한 시민 공청회 대신 형식적인 공청회를 여는 것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피케팅을 진행하였다. ⓒ연합뉴스

반면, 소수 정당이 언론과 공동으로 기획한 정책 의제는 뉴스가 됐다. 녹색당과 경향신문의 공동기획 '전기중독사회를 넘어서'는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에너지 업계의 뿌리 깊은 관행, 송전탑 문제, 대안 에너지를 통해 삶을 영위하는 마을의 사례 등을 깊이 있게 다뤘다. 노동당의 대중교통 요금 공청회, 녹색당의 에너지 정책 등은 기존 정치에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이슈다. 언론은 다양한 정치 이슈를 알리기 위해 소수 정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 과잉 설비 → 싼 요금 → 소비 증가 → 설비 추가… 한국은 전기중독사회 (<경향신문> 5월 20일 자)
△ 송전탑 주민 "수도권에 전기 보내려 마을이 제물로" (<경향신문> 5월 20일 자)
△ 태양광으로 두부 만들고 고추 빻고…"읍내 안 가 돈 절약" (<경향신문> 6월 12일 자)

'정치기사 모니터링 팀'은 정치실험공동체 '정치발전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으로, 소위 '정치 후진국'이라 평가받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 혐오를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정치와 시민의 삶을 가깝게 할 수 있는 정치기사란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치기사 모니터링 팀은 '좋은 정치 기사'를 판별하는 팀 나름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지난 석 달 간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정치 보도가 △반정치주의를 부추기지는 않는지, △정치적 갈등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그리지는 않는지, △의회 민주주의의 역할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진 않는지, △정치권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편견을 강화하지는 않는지 등 문제의식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정치기사 모니터링 팀은 지난 세 달 간의 세미나를 통해 얻은 문제의식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기회를 가져 보려 합니다. 총 10회에 걸친 '정치 기사 뒤집어 보기' 연재를 기획한 이유입니다. 정치와 시민의 삶을 가깝게 만드는 정치 기사가 많아지길 기대하는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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