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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비협조' 비난 퍼붓던 靑, 운영위는 출석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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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비협조' 비난 퍼붓던 靑, 운영위는 출석 거부

업무·결산 보고 하루 전 불참 통보…野 "사유도 안 밝혀"

정치권의 비협조를 강한 어조로 비난했던 청와대가, 정작 국회 운영위원회 하루 전에 돌연 불참을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의 일방적인 국회 출석 거부로 2일 중에 예정됐던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의 업무 보고, 그리고 2014년도 회계년도 결산 보고가 모두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집안 싸움을 하다가 청와대가 끝내 국회 운영을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앞선 여야 협의대로 2일 중 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청와대가 유승민 원내대표 주재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껄끄러워 벌어진 일"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 청와대와 정부의 '유승민 고사 작전'이 가동된 것 아니냐는 흉흉한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급작스레 불참을 통보하기 전까지는 운영위에 보고할 업무와 결산 내역 서류도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1일 오후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로 (운영위 개최) 공문도 갔다"면서 "경호실에서는 위원들에게 결산 자료도 보낸 모양"이라고 말했다. 운영위 야당 측 간사인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도 "비서실은 아니지만 경호실은 자료를 다 (운영위에) 보냈다고 한다"고 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돌연 새누리당에 불참을 통보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예정일 하루 전인 이날에야 청와대의 출석 거부 의사를 알게 됐다고 한다. 이춘석 의원은 운영위 날짜를 2일로 하기로 여야가 협의한 지 "열흘은 넘은 것 같다"면서 "오늘에서야 (청와대의 출석 거부를)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그래도 여당과는 '불출석'을 협의한 것이라고는 하나, 앞뒤 상황을 보면 '협의' 모양새와는 거리가 멀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가 언제 출석이 가능하다고 했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그거까지는 이야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에서 출석을 못 하는 이유를 설명했나'란 질문에도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여당에도 일방 '통보'를 한 셈이다.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운영위 열렸다면 유승민-이병기 대면…'유승민 고사 작전인가'

이처럼 청와대가 앞뒤 설명 없이 무작정 출석 거부를 통보한 터라 그 '속내'를 둘러싼 뒷말이 무성할 수밖에 없다. 애초 계획대로였다면 2일 운영위에선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출석해 유 원내대표를 비롯한 운영위원들 질의에 대답해야 한다. 유 원내대표를 향한 친박계의 자진 사퇴 요구와 청와대 발(發) '배신' 비난이 거센 상황에서 펼쳐지기엔 부적절한 장면이라고 청와대는 판단했을 수 있다.

여권에선 실제로 청와대와 정부가 유 원내대표 주도 국회 일정엔 일절 협조하지 않는 방식으로 유 원내대표의 정치력과 당내 지휘력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상당하다. 이날 오전 유 원내대표의 추가경정 당·정 협의 불참을 두고 무수한 '뒷말'이 나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날 추경 당·정은 친박계 핵심 의원이기도 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측 인사로 참석하는 자리였다.

이런 가운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운영위는 제가 연기하라고 했다"고 선언한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김 대표는 '운영위 연기가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 간 갈등 때문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자신이 내린 결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연기를 결정하게 된 구체적 이유가 무엇인가'란 취재진 질문엔 웃으며 "그걸 몰라서 묻나"라고 했다.

이와 관련,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어제 김 대표가 그 말씀(연기 지시)을 해 유 원내대표에게 전했다"면서 "결산을 빨리해야 예산을 심사할 수 있고, 그래야 정기 국회에서의 예산 심의를 차질 없이 할 수 있다. 원내 지도부 입장에서는 (운영위 개최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영위 개최 필요를 느끼고 있는 유 원내대표와 '연기 지시'를 내렸다는 김 대표의 의견이 다소 엇갈리는 셈이다.

특별한 사유도 없이 '안 나가겠다'…청, 정치권 비난 자격 있나

청와대의 '막무가내'식 출석 거부로 국회는 '파행'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이날 오후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 처리 안건 등을 논의키 위해 만났으나 운영위 개최 여부를 둔 줄다리기만을 하다 성과없이 헤어졌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정부(청와대)에서 출석을 안 해 (회의장에) 의원들만 앉아있는 것은 국민에게 보여드리기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면서 "새누리당은 운영위 개최 연기를 야당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가 내일 못하는 특별한 사유를 밝힌 것도 아니다"면서 "앞으로 업무 보고나 결산을 받는 어떤 기관이라도 '그날 안 되겠다'고 해버리면 국회는 뭐하러 존재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약속대로 2일 중 운영위가 열리지 않을 경우, 6일 본회의에서의 법안 처리에도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피해 및 가뭄 피해 대책 등에 사용하기 위한 추경 예산 처리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이날 오전 15조 원 규모의 추경 예산 편성에 합의하고 20일 전까지 처리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은 추경 예산안 처리를 위한 7월 임시국회 소집 논의에는 이르지도 못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가 집안 싸움을 하며 국회를 파행시키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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