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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욕 먹을까 봐 음원 총공에 반복 스밍,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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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욕 먹을까 봐 음원 총공에 반복 스밍, 힘들어요"

[다시, 순위제 폐지를 말하다·中] 아이돌 팬 좌담회·②

빅뱅, 엑소 등 막강한 가수들의 활동으로 축제 분위기가 기대됐던 6월. 그러나 음악 팬들은 6월이 다 가기도 전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음악방송이 부정투표 논란 등으로 얼룩지며, 축제의 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몇 번이고 폐지와 부활을 거듭했던 음악방송은 순위 제도 공정성 의혹으로 다시금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논란을 지나며 음악 팬들은 재차 묻고 있다. 음악방송의 순위제는 그것이 존재하는 한, 논란을 안고 살 수밖에 없는 숙명에 갇혀 있는 것 아니냐고. 과연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고.

정상급 아이돌 가수 팬을 자처하는 여섯 명을 한 자리에 불렀다. 이들은 "순위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가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해 거머쥔 상이 '진흙탕 싸움에서 받는 더러운 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좌담은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좌담 참석자들의 요청에 따라 이름은 가명으로 싣는다. 각기 사용된 가명은 각 가수 팬클럽 혹은 팬카페 이름이며, 빅뱅 팬의 경우 참석자가 두 명인 관계로 편의상 한 명은 VIP, 다른 한 명은 '븨아피'로 한다.


▲지상파 3사 음악 순위 프로그램 로고. ⓒ프레시안(서어리)

유애나 : 서울 사는 40대 남자 직장인으로, 이른바 '아이유 삼촌 팬'. 2009년 아이유가 '미아'로 데뷔하던 시절부터 좋아함. 본격적인 팬질은 'Boo'와 '마쉬멜로우' 때부터. 리메이크 앨범 이후로 지금까지는 약간 '휴덕' 상태.

VIP : 서울 사는 고2 학생으로 'VIP' 회원. 빅뱅이 처음 브라운관에 나올 때부터 좋아했고, '음방(음악방송)'이나 콘서트에 따라다닌 건 올 초부터.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지드래곤(G-dragon)'.

븨아피 : 서울 거주하는 대학생.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7년 빅뱅이 일본에서 처음 데뷔할 때 '입덕'한 'VIP' 회원. 초등학교 때부터 음방 다녔고, 며칠 전에는 월드 투어 홍콩 콘서트에 다녀올 정도로 활동 범위가 넓다. 최애는 '승리', 차애(두 번째로 좋아하는 멤버)는 '대성'.

샤월&소원 : 서울 사는 20대 여성 직장인. 본진은 소녀시대이나, 최근엔 샤이니에 푹 빠짐. 무려 20년 전 H.O.T 때 팬질을 시작한 전형적인 '스엠덕(에스엠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덕후)'. 소녀시대는 데뷔 때 입덕했고, 샤이니는 데뷔할 때는 안 좋아했지만 'Lucifer' 라이브를 듣고 소름이 돋은 이후로 '라이트팬'이 되었다가 최근 깊이 파게 됨. 소녀시대에서 최애와 차애는 태연, 윤아. 샤이니에서 최애와 차애는 태민, 온유.

엑소엘 : 파주 문산 사는 고3 수험생. 'EXO-L' 가입. 2012년 엑소 'MAMA' 데뷔 전 100일 티저(홍보 영상) 프로모션 시절 입덕한 원년 팬. 작년 첫 콘서트 이후로 격하게 빠짐. 최애 첸, 차애 레이.

뷰티 : 역시나 파주 문산 사는 고3 수험생이자 'B2UTY' 회원. 비스트가 2010년 '숨'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입덕. 최애는 손동운. 고1 'Shadow' 때부터 공방, 콘서트 뜀.

ⓒ프레시안 안종길 조합원

'Odd Eye'도 듣고 싶은데 'View'만 듣는 까닭

(전편에 이어서. ☞바로 가기 : 빅뱅-엑소 팬들의 고백 "음방 1위 필요 없어요")


프레시안 :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를 1위로 만들기 위해 팬들이 엄청난 공력을 쏟아붓는다고 알고 있다. 각자 어떤 식으로 노력하는지 알려달라.

븨아피 : 컴백할 때마다 음반은 당연히 수십 장씩 사고, 투표한다고 이메일 계정 수십 개 만들고, 음원 사이트 아이디도 여러 개 만들어서 하루 종일 '멜론' 같은 사이트에서 '스밍(음원 스트리밍)' 돌린다. 다른 팬들이랑 같이 음원 다운 '총공(총공격)'도 하고.

엑소엘 : 제가 가는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스밍이나 투표 독려 글이 올라온다. 엑소 팬 중에는 '입스밍'이 너무 많다.(웃음) 워낙 팬이 많은 걸 다 아니까 '나 하나쯤 안 해도 되겠지' 이런 생각하는 거다.

샤월&소원 : 그래서 저같이 느슨한 '라이트팬'들은 욕을 먹는다. 제가 가는 사이트에서도 만날 '지금 스밍 안 돌리는 분 있어요?' 하고 '뮤직비디오 일억 뷰를 돌파해야 하니 더 봐라' 그런 글이 올라온다. 저는 그렇게 강제로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재밌는 게, 제가 샤이니 팬인데도 샤이니 노래를 마음대로 못 듣는다. 'View'가 지금 스밍에서 높은 순위를 달리니까, 'Odd Eye'를 듣고 싶어도 못 듣는다. 저는 그래서 팬클럽이나 카페 활동도 못 하겠다. 근무를 하니까 종일 스밍을 돌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제가 음반 안 사고 그렇진 않은데, 뭔가 팬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 같아서 괜히 죄책감이 든다.

븨아피 : '라이트팬'은 순위에 신경을 많이 안 쓰니까 인터넷을 해도 욕, 조롱 글 같은 걸 잘 접하지 않는다. 그런데 '헤비'한 팬은 욕도 직접 듣고, 그 와중에 오빠들이 인터뷰에서 '1위 하고 싶다'고 하는 영상 같은 것도 보면 1위를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니 '님들 때문에 우리 오빠들 1위 못하잖아요'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엑소엘 : 엑소 같은 경우 작년부터 안 좋은 일이 많아서 그래서 더 열혈인 것도 있다. 멤버들 사기 떨어지지 말라고.

▲좌담에 참석한 샤이니-소녀시대 팬. ⓒ프레시안 안종길 조합원

"내 가수, '퇴물'이라고 욕 먹을까 봐…"


VIP : 각자 입장이 있겠지만, 데뷔 연차가 높을수록 팬들이 순위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 같다. 빅뱅이 컴백해서 1위 못하면 '퇴물'이라느니, 엑소한테 지면 '3년 차한테 밀렸다'느니 그런 얘기 한다. 사실 2등도 다른 가수분들한테는 꿈도 못 꿀 성적인데, 2위를 하면 기분이 안 좋다. 그래서 순위제를 욕하면서도 투표나 스밍 같은 걸 절대 못 내려놓는다. 내 가수가 욕 먹을까 봐.

샤월&소원 : 동감한다. 소시도 그런 얘기 진짜 많이 듣는다. 걸그룹들이 나올 때마다 비교당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너희는 팬덤도 세다면서 왜 음반 성적이 안 좋냐' 이러면서 흘러간 가수 취급하면 이를 바득바득 갈게 된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경쟁 가수로 여겨지는 이들의 음악은 안 듣나.

VIP :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번에 엑소 'CALL ME BABY' 때 좋아할 뻔했다. 뮤비가 떠서 봤는데 멋있고 특히 찬열이가 너무 잘 생긴 거다. 그래서 한참 노래 많이 듣고 영상도 보고 그랬다. 그땐 빅뱅이 공백기였으니까 가능했던 얘기다. 지금은 엑소가 경쟁 상대가 되니까, 이번에 나온 'LOVE ME RIGHT'은 못 듣겠더라.

븨아피 : 작년 여름에 '한여름밤의 꿀'이라는 노래가 엄청 유행했다. 그런데 그때 영배(태양)가 앨범을 냈다. 그래서 저는 그 노래를 한 번도 끝까지 못 들었다. 다른 가수 노래도 듣고 싶은데, 내가 다른 가수 노래를 들으면 차트가 바뀌니까 그럴 수가 없다.

▲좌담에 참석한 엑소 팬. ⓒ프레시안 안종길 조합원

<유스케>에는 있고 다른 음방에는 없는 것

프레시안 : 가장 좋아하는 음악방송이 뭔가.

유애나, VIP, 븨아피, 샤월&소원, 엑소엘, 뷰티 : (이구동성으로) <유희열의 스케치북>.

프레시안 : 이유가 뭔가.

VIP : 무대도 좋고, MC랑 대화도 하니까 보는 재미가 있다. 가수도 그렇지만 팬들도 즐기게 된다. 음방은 워낙 경쟁 구도가 심해서 다른 분들 무대는 못 즐기게 되는데 <유스케>는 그렇지 않다. 뭔가 소통하는 느낌이 더 든다.

븨아피 : 무대 질이 확실히 다르다. 정말 '쌩 라이브'로 하고. 음방은 이를테면 사전 녹화 하면 대여섯 번 녹화하지만, <유스케>는 정말 무대를 딱 한 번만 한다. 신기한 게 아이돌 가수들도 <유스케>만 나가면 거기서 실력 발휘를 제일 잘한다. 그래서 팬들은 <유스케>가 '레전드'라고, 딴 건 몰라도 <유스케>는 꼭 출연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프레시안 : 다른 음악방송, 순위제 방송은 평소에 안 보나.

유애나 : 안 본다. <유스케>만 본다.

뷰티 : (비스트) 컴백하면 보지만, 공백기 때는 잘 안 챙겨본다.

샤월&소원 : 주말 3~4시에 누가 음악방송을 보나. 돈을 들여서 문자투표를 해서 자기 가수가 1위 하는 걸 보기 위한 아이돌 팬이 아니라면 볼 이유가 없다.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음악이 소개되는 것도 아니니.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나온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게 아니다. 누가 나온다고 얘기해주면 그때만 텔레비전 틀어서 보고, 아니면 나중에 인터넷으로 영상 클립 찾아서 본다.

뷰티 : 악순환인 것 같다. 대중은 안 보니까 팬들이라도 보게 하려고 더 경쟁을 붙여서 시청률을 유지한다.

▲좌담에 참석한 비스트 팬. ⓒ프레시안 안종길 조합원

"시청률 2% <뮤뱅>이 대표 한류 프로그램이라고?"

샤월&소원 : 그런데 웃긴 건, 공영방송이라는 KBS는 <뮤직뱅크>가 대표적인 한류 프로그램인 것처럼 해외에 홍보한다. 시청률도 고작 2%대인 주제에. 그리고 설령 <뮤뱅>이 대표적인 한류 프로그램이라 한다고 해서, 그게 KBS가 잘한 건가. 다 팬들이 만들어 준 거지.

프레시안 : 지적한 대로 음방 시청률이 2%대까지 떨어졌다. 소위 말해 '애국가' 시청률보다도 낮은 건데, 그럼에도 방송사가 현행 시스템의 음악방송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샤월&소원 : 지금의 음방은 그저 방송사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존재하는 프로그램 같다. 만약에 컴백 무대를 A방송사에서만 하면, 그 방송사에서는 두 곡 부르는데, 다음날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에서는 한 곡만 한다거나 그런 식으로 불이익을 받는다.

VIP : 어떤 그룹은 MBC 케이블 방송 <쇼챔피언>에 나와서 "'쇼챔'에서만 컴백했으니까 쇼챔이 우리 책임져라" 이런 식으로 말한 적도 있다.

유애나 : 이런 식으로 방송사가 기획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한마디로 '갑질'이다. 기획사에 신인 무대에 올려주는 대가로 급 있는 연예인을 예능프로에 출연시키거나 하지 않나. 황금시간에 2% 시청률을 내고도 폐지 안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메르스 여파로 6월 둘째 주 방송을 녹화방송으로 대체한 SBS <인기가요>는 6월 셋째 주 방송은 기존대로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이날 시청률은 2.6%였다(TNMS 제공).

"갑질 '쩌는' 방송사, 팬들은 방청객 알바 취급"

프레시안 : 팬들도 방송사의 '갑질'을 느끼나.

븨아피 : 정말 '쩐다'. 사전 녹화 한 번 다녀오면 방송사 갑질이 보인다. 물론 팬들이 워낙 많으니까 그런 건 이해하지만, 해도 너무할 때가 있다. <엠카>는 5시간 딜레이(지연)시키기도 하고. 새벽부터 화장실도 못 가고 줄 서고 기다리는데, 몇 시간씩 녹화 미룬다. 어떤 방송은 아예 녹화가 팬 없이 된 적도 있었다. 그리고 녹화 들어가면 봉 더 들어라, 조용히 해라, 이래라 저래라 한다.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느낌이다. 근데 같은 방송사에서 해도 <유스케>는 딴판이다. 거긴 줄은 서긴 해도 들어가면 앉든 일어서든 소리지르든 상관 안 한다. 재밌게 즐기면 된다. 나를 뭔가 '문화인'으로 대하는 느낌이 든다. <뮤뱅> 안 하고 유스케만 했으면 좋겠다.

샤월&소원 : 팬들이 자기 가수를 위해 희생될 준비가 됐다는 걸 아니까 말도 안 되는 조건에서 기다리게 한다. 갑질을 해도 '어차피 너네 좋아해서 온 거잖아' 이런 생각인 거다.

뷰티 : 팬들이 '봉'이다. 불가촉천민이다.

엑소엘 : 극한 직업(웃음).

프레시안 : 음악방송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 말 있으면 해달라.

븨아피 : 스밍 돌리고, 뮤비 조회 수 올리고, 투표하고, 그러다 팬들끼리 싸우고, 그런 것 좀 그만하고 싶다.

유애나 : 순위제 폐지가 답인 것 같은데, 그게 정 안 되겠다면, 어떻게 해서든 개선은 해야 한다고 본다. 순위 프로는 가온 차트 같은 다른 순위를 보도만 하고, 무대 위주로 가야 한다. 그 정도라도 했으면 좋겠다.

엑소엘 : 적어도 억지로 경쟁구도 만드는 방식은 좀 바뀌어야 한다. 저는 당연히 엑소도 좋고 빅뱅 무대 보는 것도 좋은데 도무지 그럴 수가 없는 게 안타깝다. 그게 팬들 모두 바라는 바다.

ⓒ프레시안 안종길 조합원

(사진은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안종길 조합원이 찍어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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