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일각이 공개적으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거론하고 나섰다. 표면적인 이유는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시정요구 권한을 높인 국회법 개정안. 그러나 이번 친박계의 반발은 '반격'에 가깝다는 게 당내 일각의 시선이다. 지난해부터 계속돼 온 친박계의 '침전'에 국회법 개정안이 반전의 기회를 던져준 듯한 모습이다.
친박계 의원인 이장우 의원은 2일 열린 국가경쟁력강화포럼 행사 후 기자들을 만나 "국회법 개정 협상을 주도한 원내대표는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면서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원내대표가 정무적 판단에서 상당히 실수를 해 왔고, 당·정·청 갈등의 중심에 서 있었다"면서 "협상 때마다 본질과 관계없는 '혹'들을 붙여와 국민이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났다"고도 주장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인 김태흠 의원도 "사견인데, 이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러한 논란을 초래한 부분, 또 졸속 합의를 해준 부분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분란을 일으킨 책임에 대해 유승민 원내대표의 책임있는 자세, 사퇴를 포함해서 촉구한다" 말했다.
김용남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유 원내대표 의원총회 때 '운영위에서 별문제가 없어서 통과되기로 됐던 법안'이라고 발언했는데 (사실과 달랐다), 신뢰할 수 없는 얘기를 자꾸 한다면 응분의 책임은 져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국회법 개정안 통과의 책임을 물어 유 원내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터져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이정현 당 최고위원 또한 '책임론'을 거론했으나 사퇴 요구를 직접적으로 하진 않았었다.
이들을 포함해 20여 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이날 참석한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당내 대표적인 '친박 의원 모임'으로 꼽힌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여론 악화가 심화하고 덩달아 친박계 의원들의 위세가 약화하던 지난해 연말에도 이들은 모임을 갖고 세 과시를 했었다.
연말 송찬 모임 형식을 빌렸던 당시 모임에서 친박계 의원들은 "김무성 당 대표가 사당화를 하고 있다"며 집단적인 반발 메시지를 내놨었다.
이번 모임은 '대(對) 유승민 공격 제1 무기'로 떠오른 국회법 개정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 형식으로 열렸다. 제정부 법제처장을 초청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청취했으며, 이 자리에서 제 처장은 "헌법에 근거 없이 국회법 개정으로 국회가 행정입법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면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공식 행사 중에는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과 같은 집단적 의견 모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 요구는 집단적 요구가 아니라 '사견'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편, 전날 국회 사무처와 국회 법제실은 이날 법제처장의 의견과 정 반대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입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었다.
국회 법제실은 "국회가 행정입법을 직접 제·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수정·변경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행정입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국회는 법률의 제·개정을 통하여 행정입법을 통제할 수 있는 입법권을 보유"한다는 의견을 밝었다. (☞ 관련 기사 : 국회, 청와대 주장 일축 "위헌 아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아직까진 친박계의 이 같은 집단적 반발에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취재진을 만나서도 "그 문제(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선 나중에 입장을 밝힐 때가 올 것"이라면서 "나중에 한꺼번에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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