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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전쟁, 노인 아닌 청년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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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전쟁, 노인 아닌 청년의 싸움이다!"

[김연명 교수 인터뷰 ③·끝] 복지 국가 대한민국의 꿈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50% 인상을 놓고서 정부, 청와대에 '일당백'으로 맞서고 있는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는 요즘 조바심이 납니다. 이번에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이 좌절되면 '복지 국가 대한민국'의 꿈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욱더 희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가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에 이토록 적극적으로 매달리는 것도 이런 사정 탓입니다.

복지 국가는 시민의 강한 지지 없이는 가능하지도, 지켜지지도 않습니다. 복지 국가에 대한 시민의 강한 지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올까요? 그것은 늙고, 아프고, 직장을 잃었을 때 복지 국가가 내 삶을 지켜준다는 믿음, 그리고 그런 신뢰를 가능케 한 경험에서 나옵니다. 이런 경험과 신뢰 없이는 절대로 복지 국가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김연명 교수는 복지 국가 대한민국의 첫걸음이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을 올려서 노후 보장에 턱없이 모자라는 '용돈 연금'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목소리를 높입니다. "국민 연금이 계속 '용돈 연금'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중산층을 비롯한 많은 시민이 결코 국민 연금 제도를 비롯한 복지 국가의 지지자가 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급하다 보니, 열불도 터집니다.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을 놓고서 논쟁이 한창인데, 진보 언론 등의 지면을 통해서 뜬금없이 '기초 연금'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삼스럽게 기초 연금을 언급하는 이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국민 연금은 비정규직, 저소득자 등의 사각지대가 불가피하니 기초 연금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평소 기초 연금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김연명 교수가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렇게 반문합니다. "그럼,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은 필요 없다는 얘기인가요?"

김연명 교수는 시민의 노후 보장을 위해서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과 기초 연금 인상이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지금 한강(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몇 명 되지도 않은 아군은 낙동강(기초 연금)에서 대포를 쏘고 있군요."

김연명 교수의 복지 국가를 향한 꿈, 이참에는 한 걸음이라도 진전할 수 있을까요? 이제 공은 우리에게 넘어왔습니다.

이 인터뷰는 5월 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진행은 강양구 편집부국장이, 정리는 김윤나영 기자가 맡았습니다. <프레시안>은 5월 15일과 18일 소개된 두 차례의 기사에 이은 세 번째 기사입니다.

(☞관련 기사 : ① "국민 연금 고갈? 7일치만 적립하는 독일이 망했나?", ② 국민 연금의 비밀…골드만삭스는 왜 MB를 영접했나?)

▲ 공무원 연금 개혁 실무 기구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했던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 ⓒ프레시안(손문상)

사적 연금인가, 공적 연금인가?

프레시안 : 앞에서 국민 연금이 사적 연금보다 좋은 이유, '기금 고갈' 주장의 허구성, 누가 왜 공룡 기금을 원하는지 또 그런 거대 기금 운용의 부작용 등을 언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핵심 논점을 정리하겠습니다. 국민 연금의 명목 소득 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려야 한다는 게 이번 논쟁의 핵심입니다.

많은 국민 연금 가입자들이 소득 대체율 40%라고 하면 노후에 자기 월급의 40%를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40년 가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실제로 가입자의 평균 가입 기간이 25년에 불과해 실질 소득 대체율은 25%(가입기간 평균 소득 × 25%)에 불과합니다. 말 그대로 '용돈 연금'이죠. 이런 용돈 연금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까요?

김연명 :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이 지금처럼 낮으면, 노후에 기초 연금까지 받아도 최저 생계비 수준입니다. 국민 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이 200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가입자가 25년 동안 보험료를 부으면 노후에 한 달 50만 원을 받습니다. 기초 연금 10만 원을 합쳐도 60만 원입니다. 이 정도 돈으로는 중산층의 노후 소득 보장이 안 되죠.

프레시안 : 그래서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이 낮으니, 많은 사람이 사적 연금에 가입합니다. 정부도 이를 권장하고 있고요.

김연명 : 지금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개인연금이나 퇴직 연금 같은 사적 연금을 키울 것인가? 아니면 공적 연금을 키울 것인가?

냉정히 따져 봅시다. 사적 연금 활성화로 누가 이익을 볼까요? 국민 연금이 주는 돈이 적으니 중산층이 앞장서 개인 연금, 퇴직 연금에 가입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다 손해만 보고 있습니다. 사적 연금은 국민 연금보다 애초 수익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3분의 2 이상이 중간에 해지까지 하니 가입자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관련 기사 : "국민 연금 고갈? 7일치만 적립하는 독일이 망했나?")

그럼 누가 덕을 볼까요? 정작 사적 연금 활성화로 덕을 보는 건 재벌 기업입니다. 지금 퇴직 연금 기금이 107조 원 정도 쌓였는데, 절반은 삼성생명 같은 보험사가, 나머지 절반은 은행이 운용하고 있어요.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이 22조 원을 갖고 있어 삼성의 시장 점유율이 21%정도 됩니다. 사적 연금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재벌 기업은 이득입니다. 그러니 공적 연금 규모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거죠.

국민 연금, 중산층만의 문제 아니다

프레시안 : 공적 연금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국민 연금이 '중산층'을 위한 제도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국민 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은 정규직일 확률이 아주 크죠. 이런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한국의 진보는 우리 사회가 유럽식 복지 국가로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복지 국가의 핵심이 뭘까요?

김연명 : 복지 국가의 두 가지 핵심은 공적 연금과 건강 보험입니다. 이 두 제도가 복지비 지출의 60%를 차지합니다. 중산층이 노후 소득 중단이나 실업 또 의료 문제 같은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거기서 발생하는 소득 상실의 위험을 공적 연금, 실험 보험 그리고 건강 보험 제도가 막아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중산층이 복지 국가에 강력한 지지를 보냅니다.

ⓒ프레시안(손문상)
한국은 어떤가요? 현재 국민 연금은 중산층의 노후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합니다. 이런 용돈 연금을 받으며 중산층 대다수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국민 연금 따위는 차라리 없는 게 낫겠네!' 이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크죠. 그럼, 국민 연금을 흔드는 세력이 있을 때 중산층이 그들에 저항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동조하겠죠. 2004년에 있었던 국민 연금 8대 비밀 사건 같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2004년 한 누리꾼이 '기금 고갈' 등으로 노후에 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요지의 글을 올려 연금 불신이 커진 사건).

이렇게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공적 연금이 무너지면 복지 국가로 절대로 갈 수가 없어요. 복지 국가로 가려면 국민 연금의 소득 대체율을 올려서 중산층이 국민 연금에 이해관계가 생기도록 해야 해요. 그러면 중산층이 국민 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의 강력한 지지자가 되어서 이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겠죠.

유럽의 복지 국가를 대표하는 독일이나 스웨덴은 바로 이런 모습이죠. 반면에 공적 연금의 기능이 약화되고 대신에 개인 연금이나 기업 연금에 의존하는 미국이나 영국은 어떻습니까? 사회의 불평등은 커지고, 언젠가부터 우리가 꿈꾸는 복지 국가와는 한참 거리가 먼 모습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국민 연금 명목 소득 대체율을 올리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바로 복지 국가의 꿈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국민 연금 명목 소득 대체율을 올리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절대로 유럽식 복지 국가의 길로 갈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어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줄인다면…

프레시안 : 국민건강보험이 전형적인 예일 것 같습니다. 중산층을 포함한 시민이 이 제도에 보내는 신뢰는 큰 편이죠. 2000년대 들어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많은 시민이 그 수혜자가 되면서 나타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연금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시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죠?

김연명 : 맞습니다. 만약 정부가 나서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국민 연금처럼 현재의 65%에서 40% 수준으로 깎는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난리가 나겠죠. 중산층을 비롯한 시민이 이 제도를 신뢰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어떤 우파 정치인도 감히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낮추자는 얘기를 함부로 하지는 못합니다.

물론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지금의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65%를 앞으로 85% 수준으로 올려야죠. 그럼, 유럽의 복지 국가 수준이 됩니다. 국민 연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40%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려 공적 연금이 최저 생계비는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초 연금과 국민 연금 등 공적 연금의 전체의 소득 대체율을 더 높이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여 중산층의 노후 불안을 해소시켜 주어야 합니다.

지금 이 기사를 읽는 독자부터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라도 '용돈 연금' 수준의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을 올리는 데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국민 연금의 소득 대체율을 올리는 일이 다시 좌절된다면, 장담하건대 우리나라는 복지 국가의 꿈을 접어야 합니다.

지금은 국민 연금 강화에 힘 모으자!

프레시안 : 국민 연금이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으므로, 기초 연금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김연명 : 기초 연금 강화 주장에 100% 동의합니다. 이런 얘기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저는 박근혜 정부가 2013년에 기초 연금 제도를 개악했을 당시에 가장 중심에 서서 싸웠던 사람입니다. 기초 연금 강화의 필요성을 누구보다도 강조해 왔고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 국면입니까?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을 놓고서 싸우고 있잖아요?

심지어 일부 진보 언론은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보다 '국민 연금 사각지대' 해소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답답합니다. 이번 여야 합의안에 이미 그에 대한 대책이 여럿 포함되어 있어요. 비정규직, 영세 사업장 노동자 같은 취약 계층에게 보험료를 지원하고, 크레디트 제도(출산, 실직, 군 복무 등으로 연금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대상자들의 보험료를 국가가 대신 내줌으로써 실질적으로 받는 연금 급여를 높여주는 제도)도 확대하기로 합의했어요.

지금은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을 놓고서 전투를 벌이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같이 힘을 모아서 전투에 나서야 할 사람들이 뜬금없이 기초 연금을 올리자고 하고, 국민 연금 사각지대 타령을 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전투가 벌어졌는데 몇 명 되지도 않는 아군이 전선도 형성되지 않은 낙동강에서 대포 쏘고 있는 형국입니다. 정말로 열불이 나요. 결국 노후 소득 보장 강화는 국민 연금 올리는 것 외에 다른 방식도 있으니 소득 대체율 50%를 포기하라는 정부·여당의 논리를 도와주고 있잖아요?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 기초 연금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김연명 : 맞습니다. 거꾸로 이렇게 가정해볼까요? 국회에서 여야가 기초 연금을 현행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리는 데 정말로 '기적처럼' 합의했다고 합시다. (물론 청와대나 정부가 그 방안에 합의할 것 같지는 않지만요). 청와대나 정부는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50% 인상 합의를 공격하는 것과 똑같은 논리로 진보 진영을 공격하겠죠.

"세금 폭탄", "재정 고갈", "세대 간 도적질" 등의 얘기가 또 나오겠죠. 그런데 그런 합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연금에 대해서는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제가 언론에 나와서 이렇게 말한다고 해봅시다. '기초 연금 인상도 중요하지만,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도 중요하다.' 자, 한창 기초 연금 인상을 놓고서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분들이 얼마나 곤란하겠어요?

기초 연금과 국민 연금을 둘 다 올려야 하는 것은 복지 국가를 꿈꾸는 진보 진영의 공통적인 인식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 연금 명목 소득 대체율 인상 합의안을 지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기초 연금 싸움은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할 수 있습니다. 어렵게 합의한 국민 연금 인상안을 놓고서 정부나 청와대 또 보수 언론에게 공격의 빌미를 줘선 안 됩니다.

소득 대체율 50% 인상, 젊은 세대에게 이익

프레시안 : 특히 젊은 세대가 국민 연금에 대한 신뢰가 낮습니다.

김연명 : 일단은 젊은 세대가 국민 연금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확히 모릅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하도 젊은 세대의 형편이 어렵다 보니 이런 반감까지 있는 것 같아요. '아니, 취업도 안 되고, 기껏해야 비정규직이 될 텐데, 보험료를 왜 올려?' 이런 반응이죠. 이런 반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방법은 딱 하나뿐입니다. 경험을 통해서 배워야 합니다. '아, 부모 세대를 위해서 보험료와 세금을 냈더니, 부모님이 노후에 행복하구나! 나도 국민 연금 제도 덕분에 노후는 이렇게 보장이 되겠구나!' 이런 경험과 인식이야말로 국민 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죠. 유럽은 이미 몇 세대에 걸쳐서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민 연금의 역사가 짧아서 아직 연금을 받아본 세대의 경험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절망하기에는 이릅니다. 사실 저는 희망의 싹을 봅니다. 국민 연금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국민 연금을 받고 있는 어르신, 그리고 노후가 목전에 닥친 40~50대의 인식이 좋아졌죠.

프레시안 : 그 아래 세대는 아직 아니죠. 사실 65세 노인이 되어야 받는 국민 연금은 20~30대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인 것은 사실입니다.

김연명 : 마지막으로 이 점만은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만약 이번 여야 합의안대로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면 가장 큰 혜택을 누가 받을까요? 젊은 세대입니다. 현재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이 46.5%까지 떨어졌습니다.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면, 오는 2016년 이후 국민 연금 가입자는 전부 혜택을 봅니다.

그러니까 2016년에 취업하는 20대가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것이죠. 이들은 앞으로 최대 50%까지 국민 소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민 연금 제도로 지금 노인만 덕을 본다'는 것은 큰 착오입니다. 젊은 세대에게도 노후의 혜택이 돌아갑니다.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 이번에는 정말로 올립시다. 대한민국 복지 국가의 미래가 바로 이 싸움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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