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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 좇던 뉴타운, 갈 곳 잃은 이유는?

[재개발, 탈출구는?‧上] 분담금 폭탄에 등 돌린 조합원들

시작은 달콤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황금알 낳는 거위'로 여겨졌다. 모두가 신기루를 좇았다. 황금의 시대를 약속했다. 정치인들은 너나없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토지주와 부동산중개업자, 그리고 지역 주민들도 서로가 부추겼다. 뉴타운 사업 이야기다.

모두가 알다시피 결과는 참혹하다. 사업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주민 간 싸움이 일어났고, 지지부진한 사업으로 노후한 집은 방치됐다. 서울 총면적 중 주거지 면적은 313만 제곱킬로미터, 이중 뉴타운 사업 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23만 제곱킬로미터나 됐다. 규모만 보아도 뉴타운 사업은 한번에, 그것도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에서는 출구전략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의 탈출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씨줄 날줄로 얽히고설킨 뉴타운 사업 문제를 일시에 풀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시 한 번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뉴타운 사업의 근본 문제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 뉴타운 사업 구역으로 지정된 신정2구역. ⓒ프레시안(허환주)

분담금 폭탄 맞는 조합원들

뉴타운 사업은 국가의 재정투자가 거의 없다. 민간부분에서 개발이익을 활용해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개발이익, 즉 헌 집을 산 뒤, 이를 허물고 새집을 지어 파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익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자연히 개발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헌 집을 헐값에 사는 게 중요하다. 뉴타운 사업 구역 원주민 집을 시세보다 낮게 평가한다는 이야기다. 공시지가보다는 높지만 시중 실거래가보다는 낮게 감정평가액을 책정한다.

이에 그동안 뉴타운 사업 구역에서는 감정평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시세 대비 60~70% 선에서 책정되는 감정평가액으로 보상받아야 하는 조합원들은 자신의 재산권이 침해됐다고 반발한다.(☞관련기사 : 재개발, 길을 잃다 ③ : "9억이던 집을 어떻게 5억으로 후려치나?")

게다가 턱없이 낮게 책정된 '비례율'도 반발의 주요 원인이다. 서울시가, 뉴타운 사업 8개 구역의 사업타당성 조사를 한 결과, 평균 비례율은 67%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평가액이 1억 원인 조합원은 6700만 원을 보상받는다는 이야기다. 사업성이 낮아 지지부진한 구역을 사업타당성 조사 대상지로 선정했다고는 하지만 턱없이 낮은 비례율이다.

감정평가액과 비례율, 이 두 가지가 낮게 책정되면서 조합원들은 뉴타운 사업으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입주할 때 상당한 '분담금'을 내야만 한다.

동소문2구역에 사는 A씨를 예로 들면, 이 사람은 47평(현 시세 7억7500만 원) 집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감정평가금은 4억6500만 원을 받았다. 게다가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라 책정된 비례율 96.5%를 적용하면 보상금은 4억4900만 원으로 더 떨어진다.

A씨가 청산절차를 밟지 않고 45평 아파트 분양신청을 할 경우, A씨는 1억5850만 원의 분담금(조합원 분양가 6억750만 원)을 내야 한다.

길 잃은 뉴타운 사업

감정평가액과 비례율만 따질 경우가 이 정도다. 이후에도 추가로 붙게 되는 분담금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현금청산자 때문에 발생하는 분담금이 무시 못 할 수준이다. 현금청산자란 뉴타운 사업이 진행될 경우, 분양신청을 하지 않고 자기 지분만큼, 즉 감정평가액을 요구하는 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을 말한다.

뉴타운‧재개발구역에서 발생하는 평균 현금청산자는 원주민의 40% 수준이다. 동소문2구역의 경우, 333억 원을 청산자에게 줘야 한다. 아현3구역은 청산액이 약 3720억 원이나 된다. 이 금액은 이후 분담금으로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갚아야 한다.

주목할 점은 사업이 지지부진해질수록 현금청산자는 더욱 늘어나고 그에 따라 분담금은 추가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관리처분인가, 그리고 사업계획변경 때마다 늘어나는 공사비도 추가로 분담금을 부담하게 하는 요인이다. 조합이 설립될 때 제시된 공사비가 조합원 총회를 열 때마다 지속해서 늘어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이를 파악한 조합원들은 생업을 제쳐놓고 뉴타운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비대위 등을 구성한 뒤, 조합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부동산 활황기 때에는 '현금청산자‧감정평가액‧비례율'이 얼마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자고일어나면 오르는 부동산 가격이 이를 해결해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무너진 부동산 버블은 이러한 환상을 깨뜨리고 현실을 직시하도록 했다.

욕망으로 시작한 뉴타운 사업이 길을 잃고 헤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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