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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연금의 비밀…골드만삭스는 왜 MB를 영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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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민 연금의 비밀…골드만삭스는 왜 MB를 영접했나?

[김연명 교수 인터뷰 ②] 기금을 위한 연금? 노후를 위한 연금!

정부와 청와대가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는 안을 놓고서 연일 "기금 고갈", "세금 폭탄" 등의 주문을 되뇌며 맹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이런 맹공격에 사실상 나 홀로 맞서는 지식인이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언론은 그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상식으로는 참으로 납득이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청와대는 국민 연금 보험료를 두 배로 올려서라도 거대 국민 연금 기금을 유지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세대 간 도적질"이라는 거친 표현도 나왔죠.

여기서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도대체 지금 정부나 청와대가 언제부터 그렇게 다음 세대 걱정에 노심초사했었나요? 학교를 졸업해도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서 절망에 빠진 청년들에게 대통령이 "그럼, 중동이나 가세요!" 하고 엉뚱한 대안을 제시했던 게 바로 엊그제 아니었던가요?

또 있습니다. 문형표 장관을 비롯한 지금 국정 운영을 하는 정치인, 관료는 적어도 겉보기에는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는 강한 믿음을 공유한 이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유독 국민 연금 기금을 놓고서는 정부 산하의 국민연금공단이 관리하는 시장의 상식으로도 납득이 안 되는 거대 기금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국내 자본, 외국 자본 할 것 없이 이를 반기죠.

자, 뭔가 구린내가 납니다. 도대체 저들이 구태여 시민의 쌈짓돈을 모으고 모아서 국내 총생산(GDP)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세계 최대의 국민 연금 기금을 유지하고, 확대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연명 교수가 지금 그 비밀을 폭로합니다. 그들은 미래 세대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울 궁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인터뷰는 5월 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진행은 강양구 편집부국장이, 정리는 김윤나영 기자가 맡았습니다. 5월 15일 소개된 첫 번째 기사에 이은 두 번째 기사입니다.

(☞관련 기사 : ① "국민 연금 고갈? 7일치만 적립하는 독일이 망했나?")

▲ 공무원 연금 개혁 실무 기구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했던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 ⓒ프레시안(손문상)

"GDP 140% 쌓기 위해 보험료 두 배 인상? 미친 짓"

프레시안 : 앞서 정부가 '기금 고갈'을 얘기하는 것은 '공포 마케팅'일 뿐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 '기금 고갈'은 '세금 폭탄' 프레임과 바로 연결되기에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애초 정부는 국민 연금 기금(적립금)을 최소한 17년치 이상은 쌓아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애초 정부가 기금 고갈 시점으로 예상한 2060년 이후에도, 그러니까 2100년까지 17년치 정도의 기금을 계속해서 쌓아두려면 보험료를 18%로, 즉 지금보다 두 배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지요.

물론 이 주장은 정부 스스로 곧바로 거둬들였습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7일 "국민 연금의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3.5~4%포인트 정도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꼬리를 내렸죠. 그러나 '보험료 두 배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이렇게 정부 스스로 철회했는데도, 여전히 많은 시민이 헷갈려 합니다.

김연명 : 많은 국민이 국민 연금 소득 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려면 보험료를 아주 많이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그렇게 착각하도록 조장했기 때문이죠. 정부는 두 가지 전혀 다른 이야기를 섞어서 논점을 흐렸습니다. '소득 대체율 인상'에 필요한 보험료 인상분과 '기금 규모 증대'에 필요한 인상분을 섞어서 이야기한 것이죠.

앞에서 저는 국민 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애초 정한 2060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뒤로, 그러니까 최소한 20~30년을 더 미뤄서 2100년쯤으로 미뤄서 연착륙을 시켜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쌓아둔 기금을 차근차근 현금으로 바꿔서 쓰면서 연착륙을 시키려면, 당연히 한 30년쯤 뒤인 2040년대쯤에는 보험료를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가 황당한 욕심을 부립니다. 2060년 이후에도 즉 2100년까지 무려 17년치 적립금을 계속해서 쌓아두자고 주장한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국민 연금 기금 규모 자체를 늘려야 하니, 보험료율을 18%로 현행보다 두 배 올리자고 한 것이고요.

프레시안 : 그 돈이 어느 정도인가요?

김연명 : 감이 안 오시죠? 그렇게 보험료를 올리면 우리나라 GDP의 140% 되는 국민 연금 기금이 쌓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금을 운용했던 일본이 가장 많이 쌓았을 때 GDP의 30% 정도까지 갔어요. 우리는 지금도 국민 연금 기금 규모가 GDP의 35%입니다. 세계 1위입니다.

지금도 이렇게 많은데 앞으로 GDP의 140%를 쌓겠다니요? 연금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들으면 미쳤다고 할 거예요.

물론 다양한 사적 연금 기금을 모조리 다 합치면 GDP의 140% 규모가 되는 나라는 있습니다. 하지만 단일 공적 연금 기금으로 GDP의 140%를 쌓는 것은 그 어느 나라도 간 적이 없는 길이에요. 그야말로 황당한 얘기입니다. 그렇게 쌓으려고 보험료를 18%까지 올려야 한다는 것이 복지부 주장이었어요.

소득 대체율 올리고 기금 고갈 연기하는 데 보험료 3~4%포인트 인상이면 충분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 진실은 무엇인가요?

김연명 : 국민 연금 기금을 그렇게 쌓아둬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보험료율을 12~13% 정도로만 올려도 소득 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고, 기금 고갈 시점을 2060년 이후로 연기하기에 충분합니다. 문형표 장관 스스로 '보험료 두 배 인상' 주장을 철회하고 바로 그렇게 말했죠. 그러니까 국민 연금에 대한 신뢰를 키워야 할 책임이 있는 부처가 여론을 호도한 것이죠.

만약 문형표 장관이 국민에게 이렇게 설명했다면 어땠을까요?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3% 정도로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복지부 장관인 저는 앞으로 우리나라 국민 연금 기금을 계속해서 많이 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17년치는 쌓아 놓고 싶은데, 그러려면 18%로 두 배 올려야 합니다. 동의해 주십시오.'

그런데 문형표 장관과 정부는 어땠나요? 다짜고짜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를 두 배 인상해야 한다'며 괴담을 퍼뜨렸습니다. 이게 정부가 할 일인가요?

프레시안 : 여전히 헷갈리는 시민을 위해서 한 번 더 짚고 넘어 가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적립금을 쌓은 일본도 5년치 적립금만 쌓아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기금 고갈 공포를 조장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기금 고갈 시점이 앞으로 45년 뒤인 2060년인데도 벌써 기금 고갈 얘기가 나오고 있고요. 이 차이가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5년치 적립금'이란 보험료를 걷지 않고 5년 동안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을 적립한 경우를 의미한다. 그러나 5년치 적립금만 보유한 경우에도 보험료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5년 뒤에 기금이 고갈되지는 않는다.)

김연명 : 미국의 예를 들어보죠. 미국에서는 정부가 매년 국민 연금 재정 보고서를 냅니다. 그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우리처럼 '2060년도'라고 딱 연도를 지정해서 고갈이 된다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2020년대 후반과 30년대 초반 사이쯤에 적립금이 소진된다"고 표현해요.

그런데 미국 언론에서는 이런 기금 고갈 시점에 우리처럼 과도한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잘 안 다뤄요. 왜냐고요? 미국은 그 해 젊은 세대가 낸 보험료로 그 해 노인의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 방식'으로 국민 연금이 운영되기 때문이죠. 독일이 마치 일주일치 적립금만 쌓아두고 그 때 그 때 거둬서 노인의 연금을 지급하는 것과 똑같은 식이죠.

그러니 미국의 적립금은 비상시를 위한 대비일 뿐이죠. 이렇게 비상시를 위해서 쌓아둔 적립금을 완충 기금(buffer fund)이라고 합니다. 엄청난 규모로 쌓아둔 우리나라 국민 연금 기금과는 성격이 다르죠.

앞서 언급되긴 했지만 다시 한 번 부과 방식과 적립 방식의 차이를 설명하죠. 우리에게 익숙한 적립 방식은 쉽게 말해 연금 가입자가 평생에 걸쳐 낸 보험료를 쌓아 놓고, 그 돈을 노후에 연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죠. 부과 방식은 그 해 젊은 세대가 낸 보험료를 토대로 그 해 노인들을 부양하는 방식입니다.

그럼, 국민 연금은 어떤 방식일까요? 애초 국민 연금은 '덜 내고 더 받는' 제도로 설계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쌓아둔 기금으로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하다 어떤 시점이 되면, 그러니까 기금이 고갈되면 그 해의 젊은 세대가 낸 보험료로 노인을 부양하는 부과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이행하도록 설계되었죠. 앞서 국민 연금을 운용한 나라들도 다 그렇게 했고요.

문형표 장관이 부과 방식을 놓고서 "세대 간 도적질"이라고 했었죠? 이게 어떻게 도적질입니까? 지금 이 사회의 기반을 닦아 놓은 앞 세대 노인을 다음 세대가 부양하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세대 간 연대' 아닌가요? 실제로 국민 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 제도는 현실에서 세대 간 연대의 원리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요.

프레시안 : 그럼, 우리나라도 어느 시점에서는 부과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김연명 : 세대 간 연대를 실현하는 방식으로 부과 방식이 장점이 많은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세대가 그렇게 못 박을 필요가 없어요. 앞서도 얘기했지만, 그것은 기금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추면서 30~40년 뒤에 다음 세대가 치열한 논쟁을 통해서 결정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결정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어요. 이는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프레시안(손문상)

정부가 기금을 쌓으려는 진짜 이유는?

프레시안 : 화제를 좀 바꿔보죠. 한국의 적립금 규모가 세계 1위라면, 정부는 왜 그렇게 기금을 많이 쌓으려는 걸까요?

김연명 : 첫째, 세계은행(World Bank) 프레임 때문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는 국민 연금 제도를 설계할 때부터 '처음에는 적립 방식으로, 장기적으로 부과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설계하고 제도를 출범시켰어요. 우리나라가 국민 연금을 도입했던 1980년대에는 부과 방식이 전 세계의 표준이었습니다.

그 패러다임이 시장주의가 득세하던 1990년대부터 바뀝니다. 세계은행이 "부과 방식은 악이고, 적립 방식은 선"이라는 프레임을 짰어요. 적립 방식이 노후 소득 보장에도 좋고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탄탄한 논리를 만든 거죠. 그 당시 연금 제도를 공부한 이들이 바로 이 세계은행 프레임의 강력한 영향을 받았죠. 문형표 장관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개인적으로 문 장관이 "세대 간 도적질"이라고 말한 게 이해는 됩니다. 자신이 그렇게 배웠으니까요.

시장주의에 입각한 사고방식으로, 정부가 적립금을 많이 쌓아서 후세대 부담을 줄이고, 재정 적자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세계은행 프레임으로 즉 적립 방식으로 연금 제도를 설계하면 결론은 어떨까요? 시민은 보험료를 더 내고, 받는 연금은 깎일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 70%였던 우리나라 국민 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40%까지 깎인 게 그 예죠.

문형표 장관이 알아야 할 사실은 이 세계은행조차 최근에는 적립 방식만을 '유일한 선'이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부과 방식에서 적립 방식으로 바꾸기도 힘들고, 적립 방식도 완벽한 노후 소득 보장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죠. 세계은행조차도 부과 방식의 의의를 인정하는 편입니다. 물론 여전히 적립 방식을 좀 더 나은 방식이라고 여기긴 하지만요.

"재벌 주식을 사되, 주주 총회에는 오지 마"

프레시안 : 제도를 추동하는 담론의 힘이 얼마나 센지 실감할 수 있는 예군요. 그런데 다른 이유는 없을까요? 거대 기금을 유지하려는 정부의 집착을 시장주의 시각으로 연금 제도를 개혁하려는 전문가가 많다는 것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해 보입니다. 혹시 연금 기금 규모에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이 있는 건 아닐까요?

김연명 : 맞습니다. 국민 연금 기금이 클수록 이득 보는 대상이 누구일 것 같으세요? 재벌입니다. 국민 연금 기금 470조 원 중에 국내 주식에 84조 원 정도가 들어가 있어요. 그중 85%는 대부분 재벌 기업 주식인 상위 100대 기업 대형주예요. 국민연금공단이 전 국민한테 돈 걷어서 재벌 기업들 돈을 대주고, 주가를 받쳐주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셈이죠.

국민연금공단에 재벌이 요구하는 게 뭘까요? '내 주식을 사서 갖고 있되, 주주 총회에는 오지 말라' 바로 이거예요. 국민연금공단은 한 번 산 주식을 웬만해서는 다시 팔지 않고, 심지어 주가가 떨어지려 하면 추가 매수까지 해주니 재벌 기업 입장에서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투자자입니다.

국내 재벌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 투자한 외국 투자자에게도 거대 국민 연금 기금은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거대 기금이 주가를 받쳐주니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돈을 따면 땄지 잃을 확률이 적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본전에 이문까지 얹어서 현금화하기도 좋고요.

국가 재정 규율 망가뜨리는 '공룡 적립금'

프레시안 : 재벌이나 외국 투자자 말고도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을까요?

김연명 : 국민 연금 기금이 크면 국가 입장에서도 좋습니다. 국민 연금 기금이 채권을 대규모로 사주기 때문에 채권 발행이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1년에 30조 원씩 부채가 늘고 있는데, 대부분 채권 발행으로 메우고 있지요. 그런데 국채를 구매하는 최대 고객이 국민연금공단이에요. 최근에 정부가 '30년 만기 국채'를 찍었어요. 누가 30년짜리 채권을 삽니까? 사실상 '국민 연금 채권'이죠.

하지만 그럴수록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민연금 기금 때문에 국가의 재정 규율이 망가지는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국민연금기금이 채권을 안정적으로 사주는데, 국가 입장에서는 채권을 찍으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겠어요? 거대 국민 연금 기금이 시장주의자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재정 규율을 헤치고 있어요.

프레시안 : 국민연금공단이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가 제대로 감시되고 있지 않는 것도 큰 문제죠?

김연명 : 언론이 나서서 왜 탐사 보도를 안 하는지 답답해요. 국민 연금 기금이 커지면 정부가 그 큰 돈으로 장난을 치기도 쉬워요. 얼마 전에 지하철 9호선 민간 자본 파동을 일으킨 맥쿼리 인프라가 논란이 됐죠? 하지만 맥쿼리 인프라에 국민 연금 기금이 투자돼 있었다는 점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처럼 국민이 낸 보험료로 수십 조, 수백조 원을 투자하는데,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 아무도 제대로 몰라요. 스웨덴 국민 연금 기금이 삼성전자 주식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는 홈페이지에서 금방 검색이 됩니다. 그런데 국민 연금 기금이 어느 회사 주식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국회의원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습니다. 사실상 국민연금공단은 대통령과 정부의 영향권 하에 있습니다. 그러니 청와대와 관료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기금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가끔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행사할 때 골드만삭스 등 미국의 유명 투자 회사 CEO들이 온다고 하잖아요. 그게 대통령 때문에 오겠어요? 국민 연금 기금이란 세계 금융계의 슈퍼 파워가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 연금이 해외 주식에 57조 원, 해외 채권에 20조 원 등 100조 원이 넘는 돈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국민 연금 기금 투자 받으려고 줄 서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불러도 안 오는 미국 금융계 거물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전화 한 통화면 바로 온다고 언론에 보도될 정도니까요.

생각해 보세요. 국민연금공단은 한 해에 보험료로 35조 원을 걷고, 투자 수익금으로 25조 원을 냅니다. 그렇게 모은 60조 원 가운데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하면 한 해 40조~45조 원이 남아요. 전 세계의 자본이 바로 이 눈 먼 돈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 거예요. 정작 우리 국민은 '용돈 연금'으로 노년 걱정을 하고 있는데요.


'노후'를 위한 연금 vs. '기금'을 위한 연금?

프레시안 :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서는 적립금 규모를 더 늘려야 하니 보험료를 두 배 인상하라고 시민을 협박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렇게 쌓은 적립금으로 재벌 기업과 외국 자본이 돈 잔치를 하고 있는 모습이군요. 이쯤 되면 독자들도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을 것 같아요.

김연명 : 너무 당연한 질문을 해볼까요? 연금 제도를 왜 만들었습니까?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었잖아요. 지금보다 두 배 오른 18%의 보험료를 내서 국민 연금 기금을 GDP의 140%나 될 정도로 쌓자는 것은 주객전도입니다. 이건 '기금을 위한 연금'이지,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연금'이 아니에요. 지금도 국민 연금 기금이 너무 커 '연못 속에 고래'라고 하는데 이게 앞으로는 '연못 속의 공룡'이 됩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노인들은 쫄쫄 굶고 있는데, 정부는 옆에 현금을 쌓아 놓고 있습니다. 노인 부부가 겨울에 연탄도 못 때고 냉방에서 찬밥을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방에는 금은보화를 쌓아 놓았어요. 그리고 심지어 그 금은보화는 더 형편이 좋은 이웃에게 필요할 때 쌈짓돈처럼 투자 자금으로 빌려주고 있어요. 정말로 기막힌 상황 아닙니까? 물론 위험 분산 차원에서 해외 투자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고 그렇게 애를 쓰면서, 정작 국민 연금은 100조 원 가까운 돈을 해외에 쏟아 붓고 있으니…. 그 돈의 일부만 써서 신혼부부 전용 임대 주택을 짓는다고 해보세요. 출산율 올라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프레시안 : 앞으로는 세계 1위 규모로 쌓아 놓은 국민 연금 기금을 어떻게 운용할지를 놓고도 사회적 토론이 필요할 것 같아요.

김연명 : 딱 한 가지만 말하죠. 재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의 우량한 중소기업에 주식에 더 투자해야 합니다. 사실은 그것이 장기적으로 국민 연금 재정 안정화에도 기여하는 일입니다. 국민 연금 재정이 안정되려면 결국 시민들이 아이를 많이 낳아서 그 아이들이 취업을 해야 하잖아요. 그래야 보험료가 더 걷히죠.

따라서 국민 연금 기금은 양질의 고용 창출을 유도할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기업의 고용 창출 유발 효과는 적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을 찾아서 투자해야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죠. 스웨덴도 한국처럼 GDP 대비 27.2%(2010년 기준)의 큰 기금을 운용하는데, 펀드가 6개로 쪼개져 운용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의 펀드는 북유럽의 중소기업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중소기업 전용 펀드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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