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치솟아 있는 전셋값으로 전세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결국, 전세난에 지친 이들이 자가로 갈아타고 있다. 실제 전국 주택거래량이 예년보다 급증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1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거래량 동향에 따르면 4월 전국 매매거래량은 12만488건으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김경민 서울대학교 교수가 주택시장 활성화 관련, 고민해야 하는 부분을 짚는 글을 보내왔다. 2회에 걸쳐 싣는다.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부동산은 사이클이 있는 시장임을 고려할 때, 2009년 이후의 지속적 하락국면을 지나 반등하는 모양새는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대세 상승기 혹은 대세 하락기와 같은 일방향적 패턴보다는 박스권 내에서의 등락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어찌됐든 부동산 변혁기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 보니 자연히 서민들은 갈팡질팡하고 있고, 어떤 이는 매우 심난한 처지에 있다.
4인 가족의 평범한 중산층 가장, 김대현 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서울 중구 소재 재계 순위 중위권 기업에 다니는 과장으로 연봉은 6000만 원이다. (도시거주 4인 가구 소득은 2014년 4분기 현재 월 525만 원가량이다.1) )
김대현 씨는 2013년 2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새 학기 시작 전, 강남지역은 아니지만 교육환경이 나름 좋은 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2013년 2월 이주 시점, 집을 구매할지 아니면 전세를 살아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경기도 별로 좋지 않기에 전세를 결정했다. 그의 소득을 고려하면 전세가 3억 원이 적당하다.
- 연봉 6000만 원
- 소득대비 적정주거비 (소득의 30%를 주거비용에 사용): 연 1800만 원
- 전세전환율: 6%
- 적정 주택비 (전세가): 대략 3억 원 (= 1800만 원 / 6%)
아이들은 학교에 아주 잘 적응한 상태이고, 부인도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와 지역커뮤니티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름 지역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 재계약 시점인 2015년 2월, 그가 마주한 현실은 어떠했을까? 집값은 그의 예상대로 거의 오르지 않았지만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2015년 1월 집 주인은 전셋값 20% 인상을 요구했다. 그의 소득이 대폭 상승했으면 이를 감내할 수 있을지 모르나, 암울하게도 그의 소득은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정부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하지만 서민들은 이미 높은 물가수준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 게다가 그리고 2015년 5월 이제 집값마저 상승할 모양새다. 그는 암울하고 암울하다.
남을 것인가, 떠나서 변두리로 갈 것인가
이제 그는 절체절명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고생고생해서 2년간 정착한 동네를 떠나서 서울 변두리로 갈 것인가, 아니면 남을 것인가? 그런데 동네에 남는다고 할 때, 그는 2가지 경우를 또 고민해야 한다.
추가로 6000만 원을 어떻게든 구해서 해당 아파트에 계속 거주할지, 아니면 3억 원에 맞는 주택(이전보다 건물 상황이 열악한 주택)으로 옮겨야 할 것인지….
모든 상황이 쉽지 않다. 동네를 떠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현재 주택수요자 중 대부분은 자식들이 중고등학교 재학 시기가 아닌,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에 주거지역을 결정한다.2)
고등학교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좋은 중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목적이 되었고 그렇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고학년에 옮겨야 한다. 아이 중 한 명이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동네를 떠나는 것은 정말 힘든 결정이 된다.
그렇다면 남아야 하나? 도대체 현금 6000만 원을 연봉 6000만 원 봉급생활자가 2년간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 10개월 동안 먹지도 쓰지도 말고 모아도 안 될 판이다. 이 정도 금액을 갑자기 은행권에서 대출받기 역시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집을 다운사이징해서 주변의 다세대/다가구로 옮기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좋은 방법이 될지 모르나, 과거보다 주거환경(건물과 지역)이 더 열악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그는 2015년 2월 주택가격이 올랐건 떨어졌건, 2013년 2월 전세와 주택매매의 선택의 갈림길에서 전세를 선택한 것을 후회할지 모른다. 김대현 씨의 처지에서는 주택을 자주 옮겨 다니기보다는 한 지역에 머무는 것이 좋고, 그렇다면 임대보다는 주택보유가 맞는 선택이었다.
주택보유의 위험성? 장점도 고려해야
현재 신문 지상에서 주택보유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기사가 많다. 필자는 그런 주장에 일부 동의함에도 주택보유가 가진 장점 역시 절대로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즉, 주택을 보유함으로써 주택거주자들이 갖게 되는 편익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가 갖게 될 편익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주택 가격이 오르건 내리건 그는 자신이 소유한 주택에서 이사를 하지 않고 오랜 기간 지냄으로써, 2년 마다 걱정해야 할 리파이낸싱 비용(refinancing costs: 은행으로부터 추가적 대출을 일으킬 때 들어가는 비용) 및 기타 거주이전비용(부동산 중개비, 이사비, 주택을 알아보는데 들어간 시간기회비용 및 금전 비용 등)을 절약하게 된다.
그리고 김대현 씨의 부인처럼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서 봉사하는 경우, 커뮤니티를 위한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자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축적되어야지, 2년 후 지역을 떠남으로써 사회적 자본이 없어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주택 보유 시에 있을지 모를 부정적 측면(추후의 지가 하락 및 주거비용 증가로 인한 소비 감소 가능성)만 볼 것이 아니라, 거주자들의 입장과 지역 커뮤니티 입장에서 주택 보유가 가져올 장점을 이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물론 주택보유에는 몇 가지 가정이 필요하다. 그의 소득이 안정적이어야 하며, 소득대비 주택모기지비용이 적정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중앙정부는 서민을 위한 다양한 주택모기지 상품들을 내놓고 있어서 본인이 안정적 소득을 갖춘 경우라면 주택 보유가 나쁜 선택이 아니다.
(☞ 관련기사 : "100억 자산가, 시중보다 싼 이자로 아파트 산다?")
주택보유로 소비가 침체된다?
신문 등에서 주택보유의 부정적 측면을 이야기하는 기사 중 특히 거부감이 드는 것은 '주택보유로 주거비용이 비싸져 소비침체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다. 일면 맞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주택보유로 인한 장점이 있다. 그리고 주택보유로 인해 소비가 위축될 것을 염려한다면, 서민들의 실질적인 주거비용을 더 낮추든지 아니면 실질소득을 더 높게 하는 구상을 해야 한다.
즉, 실질적으로 세금을 줄여주든지, 주택 모기지 비용을 더 낮추든지, 아니면 주택 바우쳐를 더욱 확대 실시하든지, 또는 소득을 인상할 구상을 해야 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중산층 경제학이 부럽고, 월마트의 시급인상이 부러운 이유다.
필자의 예측이 틀리기를 바라나, 부동산 가격이 상당폭 오를 경우, 정부는 현재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가장 쉬운 방법, 즉 이명박 정권의 보금자리정책과 같은 잘못된 정책을 시도할지 모른다. 정부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다음 기고에서 논한다.
1)통계청, 2014년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자료
2)김경민, 이의준, 박대권 (2010.06) "초·중·고등학교 수요가 서울시 구별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 거주이주시기를 중심으로" 국토연구 제65권. 경기: 국토연구원. pp.99-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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