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들의 재잘거림과 화사한 봄꽃으로 노란 테니스공처럼 역동적이어야 할 대학가의 봄 풍경이 어느 해보다 을씨년스럽다. 어느 과는 없어지고, 어느 과는 이웃 과와 합해지고, 또 어느 과는 대폭 정원을 줄이겠다는 결정과 소문이 무성하다. 몇 해 전부터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대학 사회에서 인기 검색어가 되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교육부의 졸속과 무원칙으로 일관한 대학 정책이 단단히 한 몫하고 있다. 교육부는 2014년 1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여 2023년까지 무려 16만 명에 달하는 대학 입학 정원을 감축할 계획임을 밝혔다. 물론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로 해마다 고교 졸업자 수가 줄어 2018년에는 고교 졸업자 수가 대학의 입학 정원에 미달할 전망이다. 또한 극심한 취업률 저하로 고교 졸업 후 조기 취업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 대학 진학률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사실 교육부는 90년대 이후 최소요건만 갖추면 대학 설립을 인정해주는 준칙주의로 바꿔 부실 대학을 양산하였던 정책 실패의 당사자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어떤 반성이나 사과도 없었다. 게다가 출산율 저하라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인구학적 변수를 방치하고 있다가 갑자기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르는 무자비한 '갑질'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게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문제의 시작과 끝은 늘 그렇듯이 정책의 원칙과 민주주의적 이해를 저버린 '나쁜 정부'에 있다. 대학 정원의 4분의 1을 감축하는, 해방 이후 최대 규모의 대학구조정책을 시행하면서 교육부는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을 열지 않았다. 물론 교육부는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과의 권역별 토론회, 대학 총장들과의 권역별 간담회 등 다양한 경로로 의견을 수렴하였다고 변명하겠지만 그것들은 이미 기본 방향과 주요 지표가 결정된 후 벌이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었다. 더구나 핵심 이해관계자라 할 대학생들의 의견은 아예 경청할 제도적 수단조차 강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대학과 대학생 수가 너무 많다는 여론몰이를 하면서 취업률과 경쟁률이라는 마법의 쌍절곤을 휘둘러 왔다. 이 과정에서 기본 절차와 과정은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정부에 의한 사립대학 퇴출을 전제로 한 교육부의 계획은 국회에서의 '대학구조개혁법'의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평가위원 선정과 인터뷰 세부 방식은 면접 평가 1주일을 앞두고서야 공지될 정도로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대학저널>. 2014. 4. 14). 정말, 힘없는 지방 사립대의 입장에서 교육부는 대한항공의 조현아 부사장이고, 중앙대의 박용성 이사장이다.
정부가 공무원연금개혁을 하면서 대타협기구를 결성한 것은 야당과 시민단체, 이해당사자인 공무원 노조의 협조 없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생의 미래와 교직원의 생존, 그리고 지역경제의 사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대학구조 개혁을 이해관계자의 동의나 긴 안목 없이 힘으로만 밀어붙이고 있다. 정말 정책실명제가 필요한 대목이다. 4대강 사업이든 자원비리든 국민의 세금을 아무데나 펑펑 쓰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직무유기의 후진 정치가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렇게 엉터리 정책을 만들어 놓고 얼마 있다가 대학의 총장으로, 교수로 전업하는 회전문 정치의 표상이 교육부이다. 누가 이 정책을 만들었고, 누가 집행했는지 꼭 눈여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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