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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노인병원 폐쇄 위기, 또 노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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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노인병원 폐쇄 위기, 또 노조 탓?

[언론 네트워크] 157억 들인 청주시, '먼 산 불 보듯'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미래가 바람 앞 등불이다. 위탁사업자인 한수환 원장이 지난달 18일 최종적으로 운영을 포기함으로써 새로운 위탁사업자 공모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수탁 희망자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폐쇄까지 거론되고 있다.


운영 포기 선언을 한 한수환 청주시노인전문병원장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 원인으로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투쟁의 결과"라고 지목하며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3억원에서 6억원이 넘는 적자를 봤고, 직원 4대 보험이 4개월 연체된 데다 지난 1월부터는 직원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며 경영난도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조를 탓하는 한 원장의 주장과 달리 한 원장의 잘못된 판단이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파업으로 갈등이 표출된 지난해 3월 이후에도 청주시의 중재 등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노조와 협의하기보다는 정치적인 행보로 일관해 일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해결 의지 있었나? 의문

▲ 한수환 청주시노인전문병원장이 지난 8일 경영 포기 선언을 함으로써 노인병원 사태는 끝내 해결되지 못했다. 청주시는 공모를 통해 새로운 위탁사업자 선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4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수환 원장. ⓒ충북인뉴스
한 원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원장은 자신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CNC재활병원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운영과정에서 빚어진 근로기준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근로기준법 위반의 경우 약식명령으로 진행하는 것과 달리 한 원장에 대해서는 정식 재판이 청구돼 처벌 수위가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갈등의 시작은 간병인 노동 여건이었다. 지난해 초 병원 측은 간병인에 대해 3교대 근무로 전환을 요구했지만 노조는 당시 운영 중이던 격일제 근무를 고수했다. 실질적인 임금 하락과 노동 강도가 높아져 결국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란 게 노조의 주장이었다.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불법 운영과 임금체불 등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노조의 주장 상당수가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오는 14일 청주지법에서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수환 원장에 대한 첫 공판이 진행된다. 검찰은 간병인 등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동자들에게 총 6억 5000만원의 수당 등 임금이 미지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초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이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가 파악한 9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부분 노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해당 노조는 의미있는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한 원장은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의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대해 인정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노동부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이 같은 판결을 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비판으로 일관했다. 한 원장은 지난해 4월 1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태로 글을 게시했다.

내용은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의 행정명령이 사용자 길들이기식 편파적 노동행정지도라는 지적이다. 병원이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은 노조의 불법을 비호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이다. 물론 고용노동부가 사정한 체불임금 또한 근로계약서나 업무 일지는 무시한 채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근거해 산정했다는 것이다. 체불임금에 대해서는 노조의 가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진 상태에서 현재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배임 혐의 수사, 개인이라 무혐의?

한 원장이 개인 자격으로 운영하기 시작된 2012년 이후로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적자 운영이 지속됐다. 이는 한 원장이 경영을 포기한 이유로 제기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같은 기간동안 한 원장의 연봉과 불필요한 인건비 지출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13년 결산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같은 해 적자 규모는 2억여원인 것으로 나타난 반면 한 원장의 연봉은 3억원이었다.

2012년에도 적자였지만 한 원장의 연봉은 1000만원 인상됐다. 2013년에는 근무하지 않은 직원 3명에게 임금을 지급한 사실이 청주시에 적발돼 5900여만원을 반환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친인척이 운영하는 식자재업체로부터 식자재를 납품받았지만 해당 업체는 식품위생법이 정한 기준도 충족하지 못하는 업체로 나타났고, 친형을 채용하기도 했다.

청주시도 지난해 11월 합동 점검반을 편성해 집중 지도점검을 벌여 병원 회계결산서 등에서 배임을 의심할만한 정황을 포착, 지난해 12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청주시는 병원이 식자재나 물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과다하게 지불한 점과 병원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을 고용한 것처럼 속여 임금을 지급한 점을 지적했지만 결과적으로 무혐의로 종결됐다. 당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행위는 배임이지만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이 개인사업자라는 점에서 배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잘못은 했지만 잘못을 꾸짖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원장은 CNC재활병원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장으로 오기 전 CNC재활병원장이었고, CNC병원그룹이 한 원장을 포함해 5명의 의사가 동일하게 투자해 설립한 병원이기 때문이다.

157억원 들인 청주시는 '먼 산 불 보듯'노조·시민단체 "청주시, 책임감 가지고 노력해야"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사태를 바라보는 청주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157억원을 들여 청주시가 세운 공공의료기관임에도 흡사 남의 일인 듯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수환 원장이 경영 포기 의사를 밝히자 청주시는 윤재길 부시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모 기간 동안 수탁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노인전문병원은 폐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논란을 가중 시켰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문제를 노사문제로 규정하며 노조의 탓으로 돌린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민주노총 충북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청주시노인전문병원분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는 책임감을 갖고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주시는 지난달 보건소를 통해 시에 제출된 2014년 회계감사 보고서와 노무진단 보고서, 병원장의 임금과 노조탄압을 위해 쓰인 돈이 얼마인지 원청 장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부당해고와 정직, 징계를 위해 쓰인 돈이 얼마인지 만천하에 공개하고, 경영상의 어려움이 정말 노조 때문인지 자료를 밝혀야 한다"면서 이승훈 청주시장의 면담을 촉구했다.

이들은 윤 부시장의 "노인전문병원 정상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교섭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병원장의 운영 포기에 따라 새 수탁자 공모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청주시가 선량한 수탁기관을 모집해도 모자를 판에 노조 탓을 하고, 심지어 현 근무자를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하는 수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굳이 발표하는 것은 어떤 의도인가"라면서 "수탁을 방해하고, 나아가 폐업을 내정하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도 청주시는 비판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성명을 내고 "청주시는 폐쇄를 운운하기에 앞서 정상화를 위한 노력과 새로운 수탁자를 찾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사 갈등 가운데 위탁포기를 선언하는 것은 공멸하자는 의미이며, 현재 입원환자와 병원을 믿고 맡긴 환자 가족들, 그리고 병원이 정상화되기를 바라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노동자 모두를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하며 "민간위탁을 했지만 관리 주체는 엄연히 청주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충북인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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