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디스패치>를 왜 인터뷰하는 거예요?"
인터뷰 시간 조정을 위해 사진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갑작스럽게 질문을 받아야만 했다. '정론지(?)'를 표방하는 <프레시안>이 연예전문 매체인 <디스패치>를 '뜬금없이' 인터뷰 하냐는 게 요점인 듯했다. <디스패치>가 그간 진행해온 <프레시안> 인터뷰 대상과는 결이 다른 게 사실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터뷰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 <디스패치>의 취재 방식, 보도 내용, 보도 행태, 어느 것 하나 논쟁 거리가 아닌 게 없었다. <디스패치>는 숱하게 '욕'을 먹고 있지만, 이전의 연예매체에 비해 분명 진일보한 매체다.
지난 23일 <디스패치>는 배우 이민호와 '국민여동생' 수지와의 열애를 보도했다. 그들의 런던 데이트를 단독 보도했다. 서울에서 시작해, 파리를 거쳐, 런던까지 이어진 그들의 동선을 따라붙은 결과였다. 이전과 동일한 취재방법을 선택했다. 일명 '잠복취재'다.
보도 직후 여러 말이 쏟아졌다. 연예인의 사생활에 개입했다는 비판의 화살이 <디스패치>에 꽂혔다. 김연아 열애, 원빈-이나영 열애, 비-김태희 열애 등을 보도한 <디스패치>는 보도 직후 늘 이러한 논란에 휩싸였다. 그 결과, '파파라치저널리즘'을 표방한다는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이병헌 협박논란' 때나 '클라라 성적 수치심논란' 때에는 당사자 간 주고받은 사적인 문자 내용을 공개해 사생활 침해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연아 열애 보도 때는 스포츠 선수를 공인취급하면서 사생활을 공개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디스패치>를 인터뷰해보고자 한 이유는 그런 비판에도 자기네 취재방식을 시종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름의 보도기준과 논리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기자 개인으로는 소스(열애설 정보 등)를 어디에서 얻게 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인터뷰는 27일 서울 강남 논현동 <디스패치> 사옥에서 임근호 뉴스팀장과 서보현 뉴스팀 기자가 참여한 가운데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인터뷰 내용은 두 회에 걸쳐 싣는다.
*<디스패치> 기자들은 자신들의 얼굴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인터뷰 사진 촬영을 정중히 거절했다. 수차례 단독을 터뜨리면서 신변의 위협을 많이 받게 됐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이에 <디스패치> 인터뷰 기사에는 인물 사진이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디스패치> 편집국 모습을 담았다.
"예원 논란, 질책을 받을 수 밖에 없다"
* 인터뷰가 진행된 날에는 공교롭게도 '이태임 욕설파문' 사건 관련, '예원 반말 동영상'이 SNS를 통해 전파됐다. <디스패치>는 앞서 제3자의 목격담을 통해 예원이 반말하지 않았다고 최초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동영상에는 예원이 이태임에게 반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 "이태임 욕설 수위는?"…해녀가 목격한 그날 하루)
임근호 뉴스부장 : 당시 '이태임 욕설' 논란이 있을 때, 논란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촬영이 진행된 제주도로 내려갔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거기서 촬영현장을 목격한 제주도 해녀와 베트남인 해녀를 만나 당시 상황을 들었다.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가장 먼저 목격자를 찾는다. 제3자의 증언은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중 베트남인 해녀가 예원이 욕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목격담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하지만 영상에서 공개된 내용에서는 예원이 반말을 했다. 취재를 통해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했지만, 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셈이다.
* <디스패치>는 예원 반말 동영상이 SNS를 통해 유포된 다음 날인 28일, 관련내용에 대한 해명기사를 올렸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 '[D-eye] "그래서, 제주도를 가야 했습니다"') 여기서 <디스패치>는 "베트남 해녀는 예원의 말투를 '반말'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예원을 "붙임성 좋고, 친절하고 친근한 아가씨"로 표현할 정도였습니다"라면서 "목격자의 증언에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것, 그의 말은 '절대적 진실'이 아니라 '참고할 사실'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 신중하고, 더 신중하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프레시안 : <디스패치>는 여느 연예매체와는 달리 현장 취재 중심인 듯하다. 논란이 되는 현장을 직접 취재해 사실에 근접한 보도를 하려는 듯하다. 성과도 상당하다. 가끔 '예원 반말'과 같이 스텝이 꼬일 때도 있지만 '박시후 꽃뱀 논란', '유재석 프로포폴 논란' 등에서는 취재를 통해 진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임근호 뉴스부장은 과거 스포츠서울닷컴 시절, 신정환의 뎅기열 논란을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해외원정 도박혐의로 신정환은 징역 8월 선고를 받고 복역했다. 당시 신정환은 불법도박 혐의가 제기되자 "'뎅기열'에 걸렸다"면서 응급실에 누워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신정환이 뎅기열에 걸려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는 사진은 조작인 것으로 밝혀져 망신을 당했다.
임근호 : 스포츠서울닷컴 때 일이다. 뎅기열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다며 공개한 사진을 보고는 변명이라고 생각했다. 곧바로 필리핀 세부로 날아갔다. 현장에 가면 '카지노 관계자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병원에 가면 진단서도 혹시 확인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취재가 안 되더라도 가볼만 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운 좋게 병원에서 진단서를 보여줬다. 진단서를 보고서 신정환이 뎅기열에 걸린 게 아닌 것을 확인했다.
카지노도 취재했다. 신정환이 어느 규모로 도박을 했는지 취재했다. '이태임 욕설논란'도 마찬가지였다. 제주도 촬영장에서 욕설논란이 발생했다. 이런 논란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제주도 현장으로 가서 확인하면 된다. 그래서 제주도로 가서 목격자 등을 취재했다.
물론, 현장에서 취재한 게 100% 완벽하지는 않다. 당사자가 아닌 제3자 취재로는 부족한 게 있다. 당사자 간 나눈 대화록이 있더라도 둘이 나눈 전화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 거기에는 대화록 이외의 또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여러 사실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사실의 조각을 모아 '이렇지 않을까, 저렇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최대한 논리적으로 연결해 기사를 쓴다. 기사를 쓸 때,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한다. 우리는 '사실'이라고 생각해서 보도하지만 이것이 '진실'에 얼마나 가까울까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사실과 진실은 다르지 않나.
그렇게 해도 잘못된 기사가 나올 수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고 받아야 한다. 다만, 우리 나름대로는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연예매체에서 진실에 가까운 보도를 위해 사실을 취재하는 곳이 있느냐는 점이다.
"단 한 번도 연예인 코디‧매니저가 정보 준 적 없어"
프레시안 : 이야기를 돌려보겠다. 그간 수많은 단독 기사를 썼다. 개인적으로도 궁금한 게 <디스패치>는 취재 소스(스타 열애설 등)를 어디에서, 어떻게 얻느냐는 점이다.
서보현 : 정보원은 매우 다양하다. 많은 사람이 열애설 소스는 연예인 코디나 매니저가 준 게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 보도한 것 중에 그들에게 소스를 받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오히려 그들의 정보는 정확지 않다. 연예계 쪽에 있어 이런저런 소문을 많이 들으니 '카더라'식 정보가 많다. 되레 일반인이 더 정확하다.
프레시안 : 연예인 목격담을 제보로 받는 것인가.
서보현 : 그렇다. 연예인의 측근, 측근의 지인, 연예인 커플이 갔던 식당 종업원 등이 정보원이다. 물론, 정보를 얻었다고 곧바로 잠복취재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정보가 맞는지 주변 지인 등에게 이중, 삼중 확인 절차를 거친다. 그 뒤 확신이 생기면 취재를 시작한다.
프레시안 : 이민호-수지 열애는 어떻게 알게 됐나.
서보현 : 일단 그들 측근에게 두 사람이 서로 관심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직접 둘이 있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프레시안 : 그렇게 열애 정보를 입수해도 연예인 급에 따라 취재를 할지 말지 결정한다고 들었다.
서보현 : 우리 기준으로 '이 사람은 A급이다, B급이다, C급이다'로 등급을 정해 '우린 A급만 보도한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 나름의 기준은 우리 기사로 당사자들이 피해를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취재 대상으로 삼는 기준은 하나다. 우리 기사가 나갔을 때 이 사람의 향후 작품 활동이 흔들릴 것이냐 아니냐다. CF나, 영화 출연, 음반을 못 내는 경우가 생길 수 있겠다 판단하면 정보를 입수해도 취재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열애설이 터졌다고 출연 작품이 끊기는 일이 발생할 수 있나.
서보현 : 예전에 A배우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 가상결혼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었는데, 열애설이 터지면서 오랜 시간 비호감 연예인으로 낙인찍히면서 작품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우리가 톱스타만 취재하는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우리가 이민호 열애를 보도했다고 앞으로 그가 활동에 지장을 받을까. 출연 중인 CF에서 하차할까. 아니다.
프레시안 : 정보를 입수하고도 자체적으로 커트한 사례도 있나.
서보현 : 숫자로 말하긴 그렇고 상당히 많다. 보도로 인해 작품 활동이 흔들릴 거라고 판단하면 취재를 아예 하지 않았다.
"이민호-수지 열애 보도가 MB의 2800억 원 덮으려는 의도라니…"
프레시안 : 많은 스타커플의 열애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해당 연예인 소속사에서는 <디스패치>를 괘씸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들에게서 압박이나 협박 같은 것을 받지는 않았나.
서보현 : 없었다. 물론, 누가 좋아하겠나. 열애 보도는 안 나가는 게 베스트다. 그러나 우리가 취재한 것을 물러 줄 수는 없으니 취재한 내용은 모두 보도됐다. 대신 보도를 두고 여러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가장 큰 의혹은 연예인 열애 사진을 다시 찍었다는 '재촬영 의혹'이다. 기사에는 그런 댓글도 많이 달린다. 그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매체 기자들도 상당수 있다. '다시 찍었다며?', '재촬영했다며?' 이렇게 당연하게 질문한다. 아니라고 해도 '그래,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겠지' 이러면서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믿어버린다. 그런데 우리는 매우 바쁘다.
프레시안 : 예전에 들은 이야기가 있다. 한 언론사에서 스타커플 열애설을 보도하며 공원에서 서로 웃으면서 손잡고 있는 사진을 보도했다. 그런데, 그 언론사에서 애초 포착한 사진은 스타커플이 모텔에서 나오는 거였다고 했다. 공원 사진으로 대체된 것은 매체와 소속사가 논의한 결과라고 했다. <디스패치>에서 보도한 연예인 커플사진이 연출한 것처럼 다정하게 나오는 사진이 많아서 그런 의혹도 받는 듯하다. 그리고 연예매체와 기획사간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받는 듯하다.
서보현 : 한 번도 그런 적 없다. 몇 번이나 아니라고 말해도 늘 그런 의혹이 제기된다.
프레시안 : 열애 보도를 두고 그런 의혹만 제기되는 게 아니다. 일례로 이민호-수지 열애 보도를 두고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2800억 비자금 의혹 보도를 덮으려는 의도라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임근호 : 나도 그 음모론은 안다. 우리 보도가 MB의 2800억 원을 덮으려고 나왔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디스패치> 페이스북에 그걸 왜 덮느냐며 우리가 이전에 쓴 ‘MB의 시간'을 읽어보라고 했다. 사람들이 한쪽만 보고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스패치는> 24일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23일 이민호와 수지의 런던 데이트를 보도했습니다. 그 시각 MB의 자원외교 비리의혹 기사도 떴습니다"라며 "음모론을 좋아하는 분들은 MB를 덮기 위한 열애설이 아니냐고 합니다. 그래서 이 기사를 퍼왔습니다. 열애설 때문에 보지 못했다면, 여기 있습니다“라고 MB 자원외교 비리의혹 기사 링크를 붙였다.
이들은 "덧붙여, '디스패치'가 일전에 썼던 < [d-톡스] '펀치', 현실정치에 한방…"그래서 카.타.르.시.스"> 기사도 다시 한 번 읽어주길 부탁드립니다"라며 "드라마 '펀치'를 보면서 MB가 떠올라 썼던 글인데요. 많은 분들 보지 못했더라고요. 이 기사가 묻혔을 때, 수지가 이민호의 여자라는 사실보다 더 가슴아팠죠"라고 자신들의 과거에 쓴 이명박 풍자 기사도 링크를 붙였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 ☞ : [d-톡스] '펀치', 현실정치에 한방…"그래서 카.타.르.시.스")
그러면서 "지난주 금요일, 런던 현지에서 힘든 취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이민호는 토요일에 홍콩에서 팬미팅을 했습니다. 세상 어느 매체에서 이런 단독을 일요일에 보도하겠습니까. 그래서 월요일입니다"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뉴스에 정치 사회 뉴스가 가려지는 건, 저희도 원치 않습니다. 오비이락이라 할지라도, 디스패치는 절대로 그럴 리가 없습니다. 여러분, 이거 다~ 음모인거 아시죠?"라고 해명했다.
임근호 : 연예뉴스로 정치비리 등을 덮으려 한다는 음모론은 연예매체에는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언론사가 보도시점을 사정기관과 조정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많은 매체가 있지 않나. 그들을 국정원이 보도 시기까지 관리할 수 있을까. 기껏해야 댓글이나 다는 애들 아닌가. 그런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웃음) 다만, 사정기관에서 연예인 비리 등을 발표하는 것에는 음모론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용만 도박건이 터졌을 때는 검찰에서 조사하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이 무혐의 처분 났을 때였다. 사정기관은 서로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으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디스패치>가 연예인 열애설을 취재하는 능력으로 정치인과 경제인 비리를 취재해 보도해달라는 요구도 상당하다.
임근호 : 사실 연예매체 기자는 정치‧경제‧사회 분야 기자들이 취재하는 것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대단히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우리가 취재하려는 대상은 유명 연예인이기 때문에 목격자가 많다. 취재가 수월한 이유다. 그런데 예를 들어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들어보자. 그를 한눈에 알아보고 '홍준표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누가 알겠나. 그가 룸살롱을 간다 해도 누가 그를 법무부 차관으로 알겠나. 그런 점에서 연예인 취재는 좀 더 현장 취재가 쉽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특별한 게 아니라, 현장에 가는 연예매체 기자가 없는 게 문제다. 그래서 그나마 현장 취재를 하는 우리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듯하다.
정치인 비리 등을 취재하는 것은 <프레시안>과 같이 하면 좋을 듯하다.(웃음) 정치인 얼굴을 잘 모른다. TV에 나오는 정치인만 알 뿐이다. 그나마도 그 정치인이 몇 선이고 얼마나 중요한 보직을 맡고 있는지 등은 전혀 모른다. 아는 게 연예분야라서 그것만 팠다. 지금은 다들 그쪽 분야에 관심이 없다. 역량도 안 되고….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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