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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역대학은 공공재다"

[대학구조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5>] "정원축소는 수도권 대학부터"

자율과 지원 중심으로

지난 1월 9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올해 교육부의 현안으로 제시한 것 가운데 하나가 '지방대학 육성법'으로 지역 에 강소대(强小大)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학 정책은 통제 중심에서 자율과 조장(지원을 의미하는 듯 -필자 주) 중심으로 할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나아가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천명하였다.

황우여 장관은 한 중앙 일간지의 인터뷰에서도 "부실한 대학들은 그냥 놔둬도 자연스레 없어지게 돼 있는데 왜 정부가 나서서 일일이 '교통정리'를 하는가 ? '갑(甲)질'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정부가 대학 죽는 것을 그대로 보고 있으면 큰 혼란이 일어난다. 먼저 지방대학이 사라질 텐데 지방대학이 없어지는 것은 교육 차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이 있던 지역사회가 동반 침체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이 점에서 지방대학은 대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라고 하였다.(<동아일보> 2015.1.12)

이와 같이 올해 초 황우여 장관은 공식적으로 구조개혁에 있어서도 첫째는 지방 경제와 관련하여 지방대학을 보호하겠다는 것과 둘째는 정책적으로도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중시하겠다는 두 가지 점을 크게 강조하였다.

대학이 있어야 지역도 있다

지방대학(지역대학)의 몰락은 단순히 대학만의 몰락이 아니다. 지방의 대학들은 지역 경제와 상생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학의 몰락은 지역 경제의 몰락을 초래하게 된다. 수도권이나 광역권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이 있는 지역에서는 대학이 방학이 되면 이내 경기 침체가 온다. 대학 구조개혁에서 퇴출 대학의 대다수는 지방대이므로 이는 곧 농어촌은 말할 것도 없고 중소도시 지역의 몰락을 초래한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수도권 집중화를 심화시키게 된다. 국가적인 악순환 구조가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역대학들의 고사(枯死)는 지역민의 교육비 증가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타지역에 가서 교육을 받아야 하므로) 인구이탈을 가속화하여 지역 공동화(空洞化) 심화 → 지역 산업의 인력 충원기능 소멸 → 지역 산업의 고사 → 지역 취업의 기피 → 국가 산업의 다양성 상실 등의 일련의 사태로 나타나게 된다.

지역의 황폐함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교육 기초부문이다. 최근 지역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신입생이 0명인 초등학교가 경북 도내 15곳이어서 입학식을 열지도 못합니다. 이는 전남, 강원도에 이어 경북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습니다. 또 신입생 1명으로 '나홀로 입학식'을 여는 초등학교도 경북 도내에만 26곳이나 됩니다. 90% 정도는 거주 인구 자체가 적거나 경제구조가 취약해 이농 현상이 많은 농어촌 지역 분교입니다."(안동MBC 뉴스데스크 2015. 2.18)라고 한다.

그 동안 정부는 지자체의 발전 그 자체에 역점을 두었으나 이것은 난센스(nonsense)다. 왜냐하면 지자체의 지적인 인프라가 고사하면 지자체의 안정적 발전은 불가능하다. 창조적 역량도 사라진다.

따라서 지역대학(특히 非대도시권)들의 붕괴의 파장을 요약하면, ① 교육의 고비용화(高費用化), ② 수도권 인구 집중의 가속화, ③ 사교육비(私敎育費)의 급증에 따른 농어촌 경제의 위기 등을 초래하고 이것은 결국 국가의 ‘전반적 경쟁력 약화’로 인한 국가 위기의 상존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난 2011년 지역 언론의 보도(안동 MBC 2011.7.13)에 따르면, 당시 경북 북부의 문경대학(문경 소재)이 대출제한 대학에 걸리자 문경시에서 이 대학에 60억원을 지원했다고 한다. 당시 문경시 담당자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경대학이 우리 시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지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것은 정부에서 대출제한 대학으로 지정하여 고사 직전에 있는 대학을 지역의 필요에 따라 재생시키기 위해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선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역대학 특히 중소도시 이하나 농어촌 지역에 위치한 지역대학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다. 왜냐하면 지역 균형이라는 국가목표는 지역 경제 발전에서 시작되고, 지역발전에서 지역 대학이 가지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지역 특히 비대도시권에의 인프라 구축 자체가 시장에 의해 공급될 수 없는 공공재(Public)의 성격을 띠고 있다(생각해보라 ! 대학이 아니면 누가 그 시골에 수백억원의 돈을 들여서 각종 운동 시설과 복지시설, 거대한 빌딩들을 짓겠는가?). 또 이를 수행하기 위한 인력을 공급받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국가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입학정원이 1천명 미만인 비대도시권의 소규모 지역 대학들은 구조 개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굳이 대학 자체를 퇴출시키려 하지 말고 애초에 제기한대로 '정원 축소'에만 포커스(focus)를 맞춰야 한다는 말이다.

이삭줍기는 이제 그만

여기에는 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다. 한국에는 4년제 사립대학교가 157개가 있는데 정원이 1천명 미만인 소규모 대학교는 52개가 있고 이들의 입학정원은 모두 합해보아도 전체 순수 입학정원 33만 8748명(전문대 정원 및 정원외 모집 제외) 가운데 6.7%(22,736)에 불과하다. 놀라운 일이지만 한국 사립대학교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이들의 전체 입학정원의 6∼7%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로 이들 대학에서 구조개혁을 통해 정원을 줄여봤자 교육부가 말하는 그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사실상 '하나마다'다. 이른 바 '이삭줍기'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이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매우 크다.(☞ 다음 연재에서 상술)

따라서 굳이 이 대학들을 해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들 대학들은 상당수가 비대도시권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대학 자체가 이미 공공재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농부를 일종의 준공무원으로 인식하자는 운동도 확산되고있다. 즉 농촌이 황폐화 되면 자체적인 식량 공급도 문제지만 벼농사를 포기하면 담수율이 급락하여 홍수의 위험성도 상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촌의 지킴이'들을 단순히 경쟁력이 없는 백수(白首)들의 모임이 아니라 이 나라 '환경 지킴이', '국가 위기 시의 식량 공급자'라는 의미로 보자는 것이다. 하물며 대학의 경우에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들 비대도시권의 지역 소규모 대학들은 각종 다양한 틈새 수요를 대변하고 있고 국민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도 하여 지역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입학정원이 1천명 미만의 대학들은 굳이 정원축소를 할 필요가 없고 시장수요에 맡겨두는 것이 좋다. 특히 이들 대학은 지역경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지역경제의 발전에 불가피한 요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원 축소를 해봤자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는데 왜 굳이 '지역 지킴이', '지역발전의 첨병(尖兵)'들을 죽이지 못해 안달일까? 굳이 이들에게 甲질하려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교육부가 정원이 1천명 미만인 대학들에 대해 구조개혁의 칼을 거둔다면 입학정원이 1500명 미만인 대학의 경우도 자율적으로 정원을 축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1500명 정원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정원을 1천명대로 축소하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동안 교육부가 줄기차게 강조해온 자율적인 정원 축소가 대대적으로 나타나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위기는 별무리 없이 지나갈 수가 있다. 특히 입학 정원이 5백명 미만인 경우에는 대부분 종교계 대학들이기 때문에 취업률 등을 비롯하여 일반대학과의 경쟁도 별 다른 의미도 없다.

[표➀]에서 본다면, 실제로 정원이 5백명 이하인 경우에는 전체의 20% 정도가 비종교계이고 나머지 80%는 종교계 대학교들이다. 예술계까지 포함하면 거의 87%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들 종교계 대학은 대학 구조개혁의 일반적인 지표를 따르기 보다는 다른 형태의 합리적인 지표를 구성하여 대학기능을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교육부 공문 '2015년 대학구조개혁 평가 제외 신청 안내(2015.1.6)'에 따르면, 재학생 전체가 종교지도자 양성이 목적인 경우, 예체능계열인 학과의 경우 등은 구조개혁 평가에서 제외될 수 있다. 다만 이들 종교계 대학들이 종교 대학의 역할에서 벗어나 경쟁력이 없는 일반 학과들도 마구 개설하게 됨에 따라서 구조개혁의 대상이 된 것뿐이다. 따라서 종교계 대학교들은 원래의 종교 취지로 돌아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 구조개혁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대학들은 입학정원이 5백명에서 1천명 사이에 있는 대학들이다([표➁]). 이들 대학들은 대부분이 비대도시권(비수도권, 비광역권)에 위치하여 지역경제에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대학들의 입학정원은 전체 순수 입학정원 33만 8748명 가운데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대학의 수는 5백명 미만의 대학과 합하면 한국사립대학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이다. 또 그만큼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앞서 본대로 정치적 목적이나 대학정책의 들러리로 세우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구조개혁으로 정원 축소를 단행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입학 정원이 1천명 이하인 대학들은 다음의 몇 가지 전제를 조건으로 하여 구조개혁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야 한다.

종교 지도자 양성이 목적인 대학들은 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는 전제하에서 비종교 관련 일반학과를 접고 구조개혁으로부터 자유롭게 대학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1천명 미만의 일반 대학교들은 지역발전의 주축기관으로서 특성화라든가 산학협력 등에 있어서 충실한 역할을 한다는 전제로 대학운영의 자율성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또한 교육부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려면 정원이 거대한 대규모 대학들에 눈을 돌려야 한다.

볏단빼기가 해결책
현재 대규모 대학의 절반이 수도권에 있다. 우리나라 사립대학 4개 중 1개는 학부 정원이 최소 1만 명 이상이다. 세계 대학평가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는 프린스턴大, 예일大, 스탠포드大, 하버드大 등 세계 주요 사립대학 학부 학생 수가 대부분 5~6천 명 수준인 것과 대조적이다.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만 보더라도 연세대(본교) 22.7명, 고려대(본교) 23.5명, 이화여대 25.5명, 성균관대 21.6명, 한양대(본교) 25.6명 등 우리나라 주요 사립대학의 교육여건은 여전히 OECD 국가 평균(15명)에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학부 정원 1만 명 이상인 대규모대학 38개교 가운데 20개교(52.6%)가 전 국토의 11%에 불과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본교 기준) 심각한 지역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다(이수연 "교육부 평가지표 분석 및 대학 구조개혁에 대한 제언" : <'대학구조개혁' 이대로 괜찮은가(세미나 자료집 : 2014.11.24)>).

이들 대학들이 가뜩이나 좁은 국토를 더 좁게 만들고 말았다. 과거 이들 대학들은 수도권 과밀을 막기 위해 캠퍼스를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하여 각종 지원을 받더니 아예 지역과 수도권 모두를 차지하고 말았다. 이들에게는 관대한 정부가 저인망(底引網)으로 왜 실제 효력도 없는 지역의 소규모 대학들까지 다 죽이려고 하는 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 동안 교육부는 구조개혁이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경쟁력 제고를 하기 위한 배경으로 실시되었기 때문에 단순히 대학 입학정원 감소에 대한 선제적인 대비를 위한 정책만이 아니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의 경영개선을 유도하고, 국민 혈세가 부실대학의 연명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도구라고 강조해왔다. 문제는 부실대학으로 선정하는 가장 큰 기준이 충원율, 취업률인데 그것은 대학부실과도 무관한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세계 경제영토가 3위권인 우리나라가 활발하게 전세계 지역과 FTA를 맺어면서도 농수산업을 치열하게 보호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최소한의 국민산업을 유지함으로써 국가적 위기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자는 것이 취지다. 만약 경쟁력이 없다고 농업을 포기하면 유사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일설에는 6.25 당시 풍년이 들었기에, 그나마도 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건졌다고도 한다. 지방대학들도 같은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대학을 보호해야한다는 것이다. 만약 지방대학들이 비대도시권부터 하나씩 사라져 가면 그 지역도 마찬가지로 황폐해 간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이 점을 누차 강조하여 "지방대학이 없어지는 것은 지역사회가 동반 침체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이 점에서 지방대학은 대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해왔지만 그 실질적인 조치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여기에는 아마 두 가지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실제로 수도권이나 대규모 대학들과 이해가 일치한 교육부가 지역균형 발전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으면서 지역대학들에 대한 '반발 무마용 멘트' 즉 '립서비스(Lip Service)'로 한 발언들이거나 또 다른 하나는 교육부가 지역경제를 위해 지역대학들을 보호하고 싶은데도 그 방법을 모르는 경우일수도 있다. 필자가 보기엔 전자일 가능성이 높지만 만에 하나 후자일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할까 ?

답은 간단하다. 거대 대학들이 정원을 줄이면 된다. 왜냐하면 전체 순수 입학정원 33만8748명 가운데, 정원이 3천명이상인 대학들은 전체의 38.6% (13만993명)를 차지하고 2천명 이상인 경우는 25.4%(8만6048명)을 차지하여 이 둘을 합하면 전체의 64%가 되어 정원 축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 축소는 '이삭줍기'로 될 문제가 애초에 아니었다.

구조개혁 평가지표는 수도권 대학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사람과 일자리와 돈의 수도권 집중으로 비롯된 문제를, 원인은 방치해둔 채 결과만 놓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물적·인적 자원의 '인 서울(In Seoul)'인 현실에서 지방대는 신입생 모집율,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 모든 대학 평가 지표에서 수도권 대학에 밀릴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일부 평가지표에 국·공·사립, 수도권과 지방(권역) 등을 도입했지만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불과하다. 오히려 수도권 대학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는 지방대 육성을 통한 지역발전과 국토균형발전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이번 평가지표에서도 지방대 육성을 위한 정책적 고려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현행의 교육이 오히려 대도시권으로 인구를 집중시키고 있는 현상의 이면에 대학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보다 복잡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수도권 집중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현재 한국의 수도권 인구집중은 49.1%로, 수도권 집중이 심각한 일본(32%), 프랑스(18%)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수도권의 거대 대학들의 정원을 축소하는 것이 수도권 집중도 해소하고, 지방 경제도 살리고 정원문제도 해결하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가 있다. 왜냐하면 관련 전문가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이동의 가장 중요한 직접적인 동기는 경제적 동기 및 교육기회에의 접근(노춘희, 1994)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2000년도 업무보고에 따르면, 수능상위 5% 이내의 학생들 중 62.5%가 서울소재 대학에 몰렸으며(<중앙일보>2000.3.3), 2008년 대졸자 전수조사 결과 서울 소재 직장인 중 지방대학 출신의 비율을 살펴보면, 높게는 강원 41.6%부터 낮게는 경남 11.1%까지 나타나고 있다. 또 2010년 기준으로 지방 고교 졸업생의 수도권대학 진학비율은 평균 13.0%, 지방대학 재학생들이 수도권대학으로 편입한 숫자는 2,652명으로 전체 편입생의 46.8%를 차지하고 있다.
【해설】전체 순수 입학정원 338748 가운데 38.6%(130,993)로 40%에 육박하여 정원축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음.

[표③]에서 보면, 입학정원이 3천명 이상 되는 대학들 가운데 국립대는 대부분 포함되어있다. 국립대의 비중은 한국과 일본이 거의 24% 정도에 불과하므로 국민 여론상 정원을 감축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 OECD 국가의 평균 순수 사립대학교의 비율이 15.5%에 불과한 실정이기 때문이다.(OECD. <Education at a Glance 2012>) 즉 거의 대부분의 OECD 국가의 대학교들이 국공립 또는 사립이라도 정부 지원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기초과학과 인문학의 몰락이라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하여 한국의 국립대학들은 이들 학문들을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일부 정원을 내어주는 것도 심도 있게 고려해봐야 한다. 왜 국립대학이 시류(時流)에 편승하여 각종 응용 학문 학과들을 개설했는지를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국립대는 국립대 고유의 영역이 있고 미래 선도 학문을 개척하는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이번 구조개혁을 계기로 국립대는 진정한 학문 발전의 수호자로 다시 태어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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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정원 축소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의 경영개선을 유도하고, 국민 혈세가 부실대학의 연명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도구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대는 학생충원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보기 때문에 수도권으로 캠퍼스를 이전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충청도 지역의 대학들은 수도권으로 이전 중이고 호남 지역은 충청도로 이전하는 중에 있다. 머지않아 호남지역은 물론 경북 지역도 교육 공동화(空洞化)될 것은 자명하다. 구체적으로 수도권에로의 이전이 이미 결정된 대학들도 있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일단 충청권으로 이전하려는 대학들도 있다. 결국 대학 정원축소는 충청권과 수도권으로의 대학 이전을 급격히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다음 연재에서 상술함)

이 같은 현상들을 보면, 그 동안 "정부 지원이 부실대학을 연명시켜왔다" 교육부의 정책 취지로 행해져온 대학구조개혁이 대학들을 점점 더 수도권으로 몰아가는 촉진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지방대는 수도권 대학들과의 차이가 단지 대학의 지리적 입지와 교육 소비자들의 수와 관련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로 집중되는 교육인구 이동이 너무 극심한 한국사회의 일면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교육부의 논리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구조개혁에 따른 평가점수들을 보면 대학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실제로 피해의 대부분은 비대도시권의 소규모 지방대로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1월 25일 대학교육연구소가 전국 4년제 사립대 143개를 대상으로 모의평가를 실시했는데 두 가지의 중요한 결과가 나타났다. 하나는 대학 살생부인 구조개혁 평가가 예상보다 변별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체 감축 규모의 40%를 소형 대학이 감당해야하고 비수도권에서 줄여야 할 정원은 63.6%(6만302명)로 예상된 반면, 서울지역 대학의 정원 감축률은 36.4%(3만4577명)에 그쳤다는 것이다. 즉 모의평가 결과 최하위 2개 대학을 제외하면 1위와 141위 간 점수 차가 8.3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최근 한국외대·경희대·중앙대·덕성여대 등이 학생 반발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학생 평가 방식을 바꾸려 했던 것이다.

이 모의 평가 결과에 따르면, 38개(26.6%)의 대학이 정원을 많이 줄여야 하는 하위권(D·E 등급)에 포함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대규모 대학(입학 정원 3000명 이상)은 단 2개(5.3%)뿐인 반면, 정원 2000명 미만의 중·소규모 대학의 비율은 34개(89.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입학 정원 1000명 미만의 소형 대학이 절반 이상인 21개(55.3%)를 차지했다. 또 자율적 감축 대상인 A등급(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대학)에는 13개교(9.1%)가 포함되는데 이 중에서 9개(69.2%)는 입학 정원 3000명 이상의 수도권 대형 대학이었다. 전문대학을 제외한 4년제 사립대에서만 9년간 9만4879명의 정원이 줄여야 하는데 이 가운데 39.6%(3만7572명)는 정원 1000명 미만의 소규모 대학이 감당해야할 몫인 반면 정원 3000명 이상의 사립대 감축률은 32.5%(3만836명)으로 오히려 소규모 대학보다 줄여야 할 정원이 적다. 또 비수도권에서 줄여야 할 정원은 63.6%(6만302명)인 반면, 서울지역 대학의 정원 감축률은 36.4%(3만4577명)에 그쳤다.(<이데일리> 2015.1.26)

교육부의 대학정원정책의 실패는 오랜 기간에 걸쳐 발생한 만성질환의 성격을 띠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허약한 교육부가 정치권에 지나치게 흔들린 것도 한 원인이다. 교육부는 대학을 통제하는 데는 강력했지만 정치권의 개입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진 못했다. 정치적 이해 때문에 전문대학 정책도 제갈 길을 가지 못하고 정원 정책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였고, 수도권 대학들의 이해에 상충하는 어떤 정책들도 실효를 거둘 수가 없었다. 결국 현재 진행중인 대학의 구조개혁도 대규모 대학들에는 더 없이 여유로운 정책인 반면, 소규모 대학에게는 일부 기자의 표현을 빌면, "마른 수건을 더 쥐어짜야" 하는 형국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나?

그래서 교육부는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논리로 지방대학들을 죽이려 하지 말고 차라리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정원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권고한다.

첫째, 일률적으로 필요한 정원축소 비율을 정하여, 전체 정원의 X퍼센트(%)를 모든 대학들이 감축하라고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정원외 모집'을 '정원내 모집'으로 완벽히 전환하게 되면 정원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둘째, 일률적으로 일정한 퍼센트(%)의 감축이 어려우면 입학정원이 1천명 미만인 대학들은 구조개혁에서 제외시키고 대규모 사립대학들을 중심으로 정원감축을 하면 된다. 만약 국립대의 정원도 동시에 줄여야 한다면, 국립대 본연의 학문 수호적인 측면에서 기초과학과 인문학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국립대 정원이 전체 정원의 25%정도에 불과해서 국민여론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면, 수도권이나 광역시의 거대 사립대학들을 중심으로 구조개혁을 하면 된다. 왜냐하면 이들 대학들이 전체 입학정원의 6∼70%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그 효과가 훨씬 클 것이다.

바보들의 행진

무엇보다도 지방 대학 자체를 없애려고 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비대도시권에 있는 교육 시설은 다른 시설로 전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군대 시설로는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그렇게 사용하기에는 너무 크고 고급스럽고 요양병원 용도로 개조하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또 요양병원이나 복지 시설을 만든다고 해도 그 수요를 창출하기는 더욱 어렵다.

만약 대학이 퇴출되어 버려진 대학 건물들이 있다고 하면, 그 지역은 몇 년이 못가서 지역경제 자체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전락할 것이다. 마치 한국, 일본, 독일 등에 밀려 파산한 디트로이트(Detroit)의 거대한 자동차 공장들이 수십년간 방치되어 도시의 거대한 괴물, 흉물로 전락한 것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난 2011년 중부대(금산)와 청운대(홍성)가 수도권으로 이전하려고 하자 금산·홍성 주민들이 대규모로 "대학의 수도권 이전 결사반대"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아마 이들 지역은 이전까지 일체의 데모라고는 없었던 지역일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대도시권 지방 대학들이라면 예외 없이 겪을 수밖에 없다. 이들 주민들은 "지방대학이 수도권으로 이전할 경우 우리 지역은 심각한 공동화현상을 겪게 되고 인구감소, 경기 및 문화 침체 등 심한 몸살을 앓게 된다."고 주장하면서 "수도권이 살자고 결국 지방을 죽이는 꼴이고 발전 동력이 취약한 홍성과 금산 지역에는 날벼락이고 재앙"이라고 성토했다(<뉴시스> 2011.12.27).(☞ 다음 연재에서 상술)

이는 지방대학이 단순히 교육만 하는 단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충남도는 관내 지역들이 처한 엄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수도권 지자체들의 지방대학 이전시도를 원천봉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구체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까지의 분석을 통해, 우리는 지역대학이 퇴출되면 왜 안 되는 지를 알 수 있다. '지역대학의 고사 = 지역경제의 몰락 = 중소도시의 황폐화'라는 등식이 단순히 지방대학이 생존하기 위한 구호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은창익의 대학만평 ⓒ은창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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