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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명박의 저주'를 멈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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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명박의 저주'를 멈출 것인가?

[초록發光] 신고리 3·4호기를 막아라

설 연휴 전에 올린 '초록發光' 칼럼에서 이명박 정부가 한국형 핵발전소라고 자랑해온 신고리 3·4호기의 문제점을 2013년 이후 드러난 사건, 사고에 한해 정리해 보았다. 그렇다면, 핵 마피아는 왜 이 모든 난관(?)을 뚫고 기어이 신고리 3·4호기를 가동시키려는 걸까? 핵마피아가 신고리 3·4호기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곧 우리가 중단시켜야 하는 이유와 통할 수밖에 없다. (☞관련 기사 : 진짜 '이명박의 저주'가 남았다!)

한국형 원자로-수출-비리

핵 마피아에게 신고리 3·4호기는 무엇보다 한국형 원자로의 미래다. 여기서 잠깐 한국형 원자로를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형 원자로라 하면 한국 표준형 원자로(OPR-1000)와 한국 (차세대) 신형 원자로(APR-1400)를 일컫는 이름이다. 다음 표는 우리나라 핵발전소의 현황이다.

▲ 2015년 1월 기준, 우리나라 핵발전소 현황. PWR은 가압 경수로, CANDU는 캐나다가 개발한 가압 중수로, KSNP는 한국 표준형 원자로(경수로), OPR-1000은 한국 표준형 원자로의 국제브랜드, APR-1400은 한국 (차세대) 신형 원자로(경수로)다. 신월성 2호기는 2014년 11월 1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운영 허가를 받았으며 올해 7월말 상업 운전 예정이다. 신고리 5·6호기는 2014년 1월 29일 전원 개발 사업 실시 계획 승인을 받았고, 신한울 1·2호기는 2012년 7월 10일 콘크리트 공사를 시작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표에서 PWR과 CANDU를 제외한 나머지를 한국형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형 핵발전소의 모태가 된 것은 영광(한빛) 핵발전소다. 영광 1·2호기는 시작부터 핵발전소 건설 기술 자립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국가 차원의 목표를 가지고 추진된 발전소다. 원자로와 터빈 발전기 설비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공급했지만, 한국전력공사의 주도 아래 설계 분야 44%, 기자재 분야 35%로 국산화 비율을 높였다.

이후 영광 3·4호기에서 처음으로 국내 업체가 주계약자 위치에서 미국 회사 설계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용량 변경 설계해 한국 표준형 핵발전소 모델의 효시가 되었다(기술 자립도 95%). 이것은 한국 핵 마피아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전력 공급을 임무로 했던 핵 산업이 그 자체로 새로운 산업의 지위를 가지게 된 기점이기 때문이다.

영광 3·4호기를 바탕으로 한국 표준형 핵발전소 1호가 된 것은 1998년 완공된 울진(한울) 3호기이며, 뒤이어 울진 4·5·6호기와 영광 5·6호기까지가 이에 해당한다. 이후 국제 브랜드 명칭을 KSNP에서 OPR-1000으로 바꾼 표준형 핵발전소의 마지막은 작년 운영 허가를 받은 신월성 2호기이다.

그리고 등장하는 것이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10년간 독자적으로 개발한 차세대 원자로 APR-1400이다. 그 첫 핵발전소가 바로 이명박 정부의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핵발전소의 모델이기도 한 신고리 3·4호기다.

말했듯이 이제 핵발전소 건설·운영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또 그 산업의 이익집단이 핵 마피아다. 사실 핵 마피아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핵발전소의 밀집도가 높은 탓에 한국에 신규 핵발전소를 짓는 것은 명백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핵발전소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더 이상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니 이러나저러나 핵 산업의 미래는 핵발전소 수출에 있다. 그래서 원조 핵 마피아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공을 들여 핵발전소 수출을 추진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해외 시장도 녹록치 않다. 핵발전소가 한국보다 더 환영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수요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경쟁도 치열하고, 따라서 그들에게 UAE 수출은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종합하자면 신고리 3·4호기는 한국형 원자로의 미래이자 핵발전소 수출의 미래이다. 그래서 핵 마피아들이 지금 가장 노심초사하는 약한 고리이기도 하다. 밀양·청도 송전탑 반대 투쟁에 대한 어마어마한 물량 투입과 전면 탄압이 바로 그 증거다.

중앙 집중형 시스템의 해체-신규 핵발전소 중단

그렇다. 신고리 3·4호기가 중요한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바로 밀양·청도 송전탑이다. 신고리 3·4호기 중단은 대규모 집중형 발전과 이 때문에 생겨나 이를 뒷받침하는 초고압 송전망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핵 마피아의 이익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지어진, 그리고 짓고 있는 발전소들이 넘친다. 반면 이 발전소 건설의 명분이었던 전력 수요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1월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전력 판매량은 2013년 대비 0.6% 증가한 4,776억 킬로와트시로 최종 집계됐다. 그리고 이는 많은 이들이 예상한 대로 역대 최저치다.

전력 수요 증가율은 이미 2003년 5%대에서 꾸준히 하향세를 기록해 왔고 마침내 0%대로 진입한 것이다. 2014년 1월 정부가 수립한 제2차 에너지 기본 계획에서 전망하고 있는 2035년 전력 수요 80% 증가를 완전히 무색하게 하는 수치다. 신고리 3·4호기는 '실제로' 필요가 없다. 이제 분산형 체제는 사회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래서 신고리 3·4호기 중단은 '신규' 핵발전소 중단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사실 '신규' 핵발전소라는 말은 매우 모호하다. 누구는 계획된 것 이상으로 지으려는 것(삼척, 영덕)을 신규라 하고, 누구는 지으려고 하는 것(신고리 5, 6호기 등)을 신규라 하고, 또 누구는 상업 운전을 시작하지 않은 그러니까 신고리 3·4호기와 같은 경우를 신규라 하기 때문이다.

필요한가 여부만 따지자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신고리 3·4호기는 없어도 된다. 그리고 국내 최초 1400메가와트급 대용량 신형 핵발전소인 신고리 3·4호기를 멈추지 못한다면 고리, 월성 1호기를 폐쇄시켜도 그보다 월등히 많은 전력을 핵발전소를 통해 생산해낼 것이고, 탈핵은 그만큼 멀어질 것이다.

2030년이나 2040년 탈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신고리 3·4호기를 멈춰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반핵 세력은 앞으로 급속한 탈핵을 이뤄야 하는 짐을 안게 된다. 그래서 무엇을 신규로 규정하는지는 그 세력의 탈핵에 대한 입장과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정률 98%의 핵발전소를 '신규' 핵발전소로 간주하고 멈추려는 세력은 거의 없어 보인다.

반면 탈핵이 대세를 이룬 유럽은? 아니, 유럽까지 갈 것도 없이 가까운 타이완(대만)을 보라! 대만의 성난 시민들은 똑같이 공정률 98%의 제4핵발전소를 기어이 멈춰 세웠다. 신고리 3·4호기는 탈핵을 가속화시킬 핵심 고리다. 이 고리를 붙잡을 이는 결국 없는 걸까? 이미 우리는 늦은 것일까?

가장 용감한 탈핵 세력이 필요한 때

후쿠시마 사고로 달라진 것은 핵 발전을 놓고서 다양해진 이슈만이 아니다. 각 이슈별로 주력 부대가 형성되고 있을 뿐더러, 이제 선거에서 표를 부르는 기준이 되기까지 했다.

우선 노후 핵발전소 폐쇄에는 시민 사회는 물론이고 일부 찬핵 인사까지 동의를 표한다. 또 300~400만에 육박하는 표심을 두려워하는 정치 세력이 원외 정당인 녹색당부터 여당인 새누리당에 이르기까지 군집해 있다. 노후 핵발전소만큼은 심지어 찬핵 세력 사이에서도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승인된 계획을 넘어서 지으려는 삼척과 영덕 신규 핵발전소 중단에는 전통적으로 그래왔듯이 지역 주민들이 중심을 잡고, 후쿠시마 이후 새롭게 형성된 탈핵 운동 진영 일부가 모여 있다. 사회 전체의 세력 판도를 염두에 두면 아직은 미약하지만, 이들 역시 활발한 활동으로 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또 영광(한빛) 핵발전소 문제를 건드린 그린피스 같은 국제 조직뿐만 아니라 기존 정당도 핵 발전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탈핵이 창당의 주요 원동력이기도 했던 녹색당(탈핵특별위원회)은 물론이고 원내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원전대책특별위원회)과 정의당(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도 핵 발전 관련 주요 기구가 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봤듯이 탈핵의 실현을 더 앞당길 것인가, 늦출 건인가에 큰 영향을 주고, 핵 마피아들의 숨통을 조일 핵발전소 수출에 제동을 걸 신고리 3·4호기의 중단 운동에 나선 세력은 아직 아무도 없다. 지금이야말로 가장 용감한 탈핵 세력이 필요한 때다. "누구 없소? 누가 신고리 3·4호기를 멈추어 주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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