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 대한 여권 안팎의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이 '복지 축소'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증세에 대해선 '국민 뜻에 따라야 한다'는 교과서적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무상복지나 보편복지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키우는 발언엔 적극적인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는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연찬회에서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진다"면서 "복지 수준의 향상은 도덕적 해이가 오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태가 만연하면 부정부패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며 재정 적자와 관료 사회 부패로 몸살을 앓아 온 그리스의 사례를 언급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 망하는 복지를 해선 안 되지 않느냐"면서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한국적 복지 모델을 찾아가는 노력은 등한시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여당 일각에서 '국민 나태', '도덕적 해이', '부정부패'란 부정적 어감의 수사를 거듭 사용하는 데에는, 증세 보다는 복지 축소에 방점을 찍고 세제 개편 논쟁을 끌어가 보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예산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낮고 평균 근로 시간도 매년 순위권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국민 나태와 복지 과잉을 경계하는 것은 기우 수준이 아닌 정치적 의도가 섞인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복지 축소'를 시사하는 이들의 발언이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의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유 원내대표는 '중부담-중복지'론자로,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에 비교적 호의적인 편이다.
그는 5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세금을 올리는 것도 어렵지만 줬던 복지를 뺏는 것은 더 어렵다"며 "새누리당이 복지를 축소할 것처럼 오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 문제에 대해서도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태도가 엇갈린다.
유 원내대표는 그간 '법인세는 성역이 아니다'라며 원점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지만, 김 대표는 이날 경총 연찬회에서 "법인세 인상은 제일 마지막에 할 일이다. 현재도 장사가 안 돼 세금이 안 들어오는데 거기다 세금을 더 올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