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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내란 선동 유죄라는 대법원, 정말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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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내란 선동 유죄라는 대법원, 정말 맞을까

[시민정치시평] 내란 선동의 인정과 표현의 자유 ①

대법원은 이석기 전 의원 등의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해 최종적으로 유죄를 확정하였다. 이번 판결로 표현의 자유가 심히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면서도 위와 같은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이 옳은지에 대해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증거에 대한 판단, 내란 선동의 법리에 대한 판단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 제기가 되고 있다.

오늘 여기서는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대법원의 판단이 과연 옳다고 할 수 있는가를 살피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사법적 판단의 기준을 우리나라보다 훨씬 오랜 기간 동안 벼려왔던 미국의 사례와 비교를 해보려고 한다.

왜 미국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우선 미국은 연방 헌법에서 언론의 자유 등 표현의 자유를 그 어떤 기본권보다 우선한 것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헌법체계와 평면적으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으나, 우리나라 역시 생명권 다음으로 표현의 자유를 소중하게 여기는 헌법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므로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법원이 미 연방대법원에서 발전시킨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기준을 인용하고 사용하고 있으며 점차 그 수용의 폭을 넓히고 있기에 우리 법원이 표현의 자유에 대해 취할 모습을 예측하고, 바람직한 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데 도움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사법적 판단기준

통상적으로 표현 즉 언사 그 자체는 특별한 정황의 매개 없이 해악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저 창문에 돌을 던져라'라는 의사표현은 그것을 들은 사람이 수긍하여 실제 행동으로 나아갔을 때만 유리창의 손괴라는 해악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표현 자체에는 규제를 정당화할 해악이 동반되지 않는다. 그래서 자유주의 하에서 표현 행위에 대한 규제는 일반적으로 긍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표현 행위에 대한 처벌 혹은 제한의 불필요성'은 소위 사상의 자유시장이론에 의해 뒷받침된다. 이 이론은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통해 허위 표현과 진실을 담은 표현이 구별되고 위험한 표현은 걸러질 수 있기에 진리의 발견과 위험한 표현의 차단을 위해 표현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표현 행위들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물론 사상의 자유시장이론은 사상의 자유시장이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하도록 기다릴 수 없는 예외적 의사 표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자유주의 철학에 기반을 둔 미국의 사법기관은 이러한 예외적 의사 표현을 어떤 기준으로 골라내느냐를 두고 많은 변천을 겪어 왔다.

명백하고 임박한 위험의 원리

홈스 미연방 대법관은 1917년 솅크 판결에서 표현 행위가 이루어진 상황(context)을 고려하였을 때 명백하고 임박한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을 야기하는 표현 행위만을 제한해야 한다는 원리를 제안했다. 그는 제한되어야 하는 표현 행위로 사람이 많은 극장에서 갑자기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이후 명백하고 임박한 위험 원리는 여러 판결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기준으로 성립되어 갔다.

과격한 정치적 표현에 대한 제한

그러다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하고, 그에 기반한 매카시즘의 광풍이 몰아칠 무렵 있었던 Dennis 사건에서 빈슨(Fred Vison) 대법원장은 "해악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감안하고 난 뒤에도 해악이 표현의 자유의 침해를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 고려하라"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 새로운 기준은 당초의 명백하고 임박한 위험 원리와는 매우 다르다. 종전에는 표현이 실체적인 해악을 초래하는지 여부와 그 해악의 출현이 임박했는지를 고려했으나 이 새로운 기준은 해악의 실현 가능성(probability)과 그 중대성(gravity of the evil)을 함께 고려할 것을 제시했다. 다시 말해 표현이 과격하여 그 표현이 담고 있는 해악이 중대할수록 실현 가능성이 낮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과 외국 공산당과의 연계를 입증할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공산당이 활개 치는 세계정세와 공산당이 봉기한 여러 나라의 예에서 바로 억압을 정당화하는 근거를 찾았다.

불법을 선동하는지에 대한 추가적 고려

이후 미 연방대법원은 Dennis 사건에서 사용한 기준을 손볼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데니스(Dennis) 사건에서 제시된 판단 기준은 발언이 담고 있는 내용의 해악이 큰 경우 그 해악의 실현 가능성은 따지지 않았기에 정치적 발언이 과격하다면 그 실현 가능성과 상관없이 더 이상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되지 않게 되어 정치적 표현의 폭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만들었다.

1957년 Yates 사건에서 할랜(John Halan) 대법관은 미 의회가 스미스 법(Smith Act)을 통과시킨 것은 '추상적인 원리에 대한 주장을 금지하려는 것이 아니고, 불법행위를 조장하려고 하는 주장만을 금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주장을 단순히 믿게 하려고 그 말을 한 것이냐, 아니면 어떤 행동을 하도록 하기 위해 그 말을 한 것이냐를 구분해서 처리하자는 선동 기준(incitement test)을 제시한 것이다.

참고로, 이석기 전 의원 등에 대한 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4도10978 판결에서도 최종 판단과 상관없이 위와 동일한 문구가 등장한다. 미 연방대법원에서 사용했던 여러 어구를 갖다 사용하면서도 결국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법원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다음에 계속)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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