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광주에서 역동적 복지국가의 기치를 높이 들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우리의 아이들을 차가운 물속에서 죽게 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나섰습니다. 국회의원 몇 명이나 집권당의 이름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민생불안을 없애고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는 '복지국가'를 주창합니다.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도청을 사수했던 시민군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은 '제2의 민주화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운동의 선봉에 설 조직체로 광주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출범을 엄숙히 선언합니다."
지난 1월 20일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센터에서 500여 명의 회원들이 광주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출범시켰다. 위의 인용문은 이날 광주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단이 발표한 출범선언문의 마지막 문단이다.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첫 번째 공식 지역조직이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심장인 광주에서 출범했다는 것은 '역동적 복지국가' 운동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역동적 복지국가의 담론과 정책 개발을 넘어 복지국가 국민운동과 함께 복지국가 정치세력화를 추동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역동적 복지국가" 운동이 중요한 이유
작년 이맘때는 경주리조트 붕괴사고로 수많은 대학생들이 죽거나 다쳤다. 그리고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로 우리는 또 수백 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그 후에도 이런 종류의 사고와 참사는 끝없이 이어졌다. 군부대 내에서의 총기 난사, 지하철 환풍구 붕괴 참사, 그리고 요양병원의 화재 등으로 수많은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지난 1년은 국민의 안전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참혹한 한해였다. 그런데 올해도 벌써 의정부와 양주에서는 아파트가 불탔고, 파주에서는 가스가 유출되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교사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되어 온 국민이 분노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어디에서도 안전하지 않다.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어느 연령층도 안전하게 살기가 어렵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OECD 국가들 중 자살률이 가장 높고 출산율은 가장 낮으며, 자산과 소득의 격차는 미국 다음으로 심각하다. 그래서 우리국민의 행복지수는 OECD 34개 국가 중 32위로 최하위 권에 속한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전체가구의 절반이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하층민이라고 응답했다.
그래서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 때는 여야 정당과 후보들이 앞 다투어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었다. 그러나 이후 복지국가 대선공약은 파기와 후퇴를 거듭했다. 선거를 앞두고 벌어졌던 찬란한 말의 성찬은 모두 사라졌고, 박근혜 정권은 시장만능의 '줄·푸·세' 노선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현 정부는 다수 국민의 행복 보장 보다는 재벌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권리 보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지금 우리 국민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상태"에 가까운 '경쟁과 시장 만능'의 나라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역동적 복지국가 운동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2007년 7월 창립총회를 개최했으며, 그해 10월 국회 사무처에 사단법인으로 등록되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출범 당시부터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 현상에 주목하였으며, 그것의 근본적 원인으로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와 잔여주의 선별적 복지체제를 지목하였다.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강화된 신자유주의 '작은 정부' 노선이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적 양극화를 확대하고 재생산했다. 그리고 이런 신자유주의 양극화 성장체제는 중산층을 포함한 대부분 국민의 삶에서 5대 민생불안을 지속적으로 야기했다.
일자리 불안, 보육․교육 불안, 주거 불안, 노후 불안, 건강․의료 불안이 그것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민생의 5대 불안을 구조적으로 해소하고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을 최고의 지향으로 삼아, 경제와 복지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역동적 복지국가'를 건설하고자 노력했다. <복지국가 혁명>,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 등 10여 권의 책을 냈고, '복지국가 담론과 정책'의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언론 기고, 토론회 및 강연회 조직, 연구와 교육 및 홍보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왔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역동적 복지국가'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하고 시민적 참여를 요청하는 등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시장만능주의가 극심하던 어려운 시기를 돌파해온 꾸준한 활동들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복지국가 담론과 운동의 원천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2010년 3월 15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여의도에서 주최했던 '대국민 복지국가 제안대회'는 주요 언론에 크게 보도되어 우리 사회에 역동적 복지국가의 담론과 정책들을 공론화하는 데 기여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했던 무상급식을 '보편적 복지'의 논리로 뒷받침하면서 '보편주의 복지국가' 운동을 시민사회에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이런 노력은 2010년 10월 3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보편적 복지'가 정당의 목적으로 명시된 당헌이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복지국가 담론은 더욱 확산되었고, 이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지지도 높아졌다. 민심의 이런 흐름은 여당 일부에도 반영되었는데, 2010년 말 박근혜 의원의 '한국형 복지국가 구상' 발표가 그것이다.
이후 친박계는 보편적 복지를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라는 이름으로 지지했고, 2011년 연초부터 민주당이 "3무 1반(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무상복지 정책을 발표하자, 여야 간에는 복지 경쟁이 벌어졌다. 이런 흐름은 2011년 선별적 복지를 강조하던 오세훈 전 시장의 낙마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던 박원순 시장의 당선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복지국가'는 대한민국 정치의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선공약이었던 "한국형 복지국가"는 사라졌다.
결국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는 사실상 취소되었고, 그 자리를 '줄·푸·세' 노선의 규제완화와 경제활성화가 차지했다. 이에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국가 대선공약 폐기와 후퇴를 강력하게 비판했으며, 보편적 복지국가 대선공약을 내세웠던 야권의 분발과 유효한 대응을 촉구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대선공약이었던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한국형 복지국가" 대신에 '줄·푸·세' 노선인 규제완화와 경제활성화로 회귀했고, 제1야당 또한 지난 2년 동안 복지국가 공약의 실천을 위해 한 것이 거의 없었다.
광주와 호남에서 제2의 민주화운동이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
지난 1월 20일 출범한 광주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첫 번째 공식 지부조직이다. 우리는 이후 전국의 주요 도시에 순차적으로 공식 지부조직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광주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비롯한 지역조직들은 ① 역동적 복지국가의 담론과 정책을 지역사회에 확산하는 특강과 홍보 등의 '복지국가 국민운동', ② 지역 현안에 대한 복지국가 해법을 강구하는 연구 및 토론회의 개최 ③ 복지국가 정치세력화 추동 등의 사업들을 추진할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역동적 복지국가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의지가 정치적 민주주의의 산실인 광주광역시에서 첫발을 내디디게 되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960년대부터 진행되었던 대한민국의 산업화는 이후 30년 동안 큰 성과를 남겼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민주화 운동의 성과인 '1987년 체제'의 안착으로 인해 이후 10여 년에 걸쳐 우리나라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달성했다.
우리나라는 양당제를 초래하는 승자독식형의 비례성 약한 선거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제외하면 누가 보더라도 외형상의 '정치적 민주주의'는 국제적 수준에 도달했다. 이렇게 정치적 민주주의를 달성한 데는 광주와 호남의 기여가 매우 컸다. 광주와 호남은 민주화운동의 중심이었다. 또 호남이 낳은 걸출한 민주주의 투사인 고 김대중 대통령과 호남 중심의 민주주의 정당이 정치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더 이상 "민주 대 반민주"의 대립구조가 지배적인 국가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확립된 시장만능의 양극화 성장체제로 인해,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사회는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 대 경제사회적 민주주의(복지국가)"의 대립구도로 바뀌었다. 경제사회의 양극화와 경쟁만능의 격차사회가 초래한 '만성적인 민생불안'이 우리 사회의 주요 모순이며, 정치적 민주주의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주요 모순의 지위에 있지 않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경제사회적 민주주의, 즉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공정한 경제, 혁신적 경제가 통합된 역동적 복지국가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광주와 호남의 시민사회 일부와 이 지역을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삼는 제1야당은 여전히 시대정신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과거의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다. 광주와 호남이 정치적 민주화에 이어 새로운 시대정신인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에 앞장서야 한다. 광주와 호남이 이렇게 하지 않으면 복지국가 건설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여당은 신자유주의 경제사회 질서를 유지하려는 보수적 자유주의 정치세력이므로 야당이 복지국가 정치세력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제1야당의 기반인 광주와 호남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금은 진짜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실천과 역동적 기여를 했던 광주와 호남이 시장만능의 경제사회 질서가 초래한 양극화와 민생불안의 불행한 대한민국을 경제사회적으로 더 민주적인 "역동적 복지국가"의 새 시대를 여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이런 이유 때문에 가장 먼저 광주에서 첫 번째 공식 지부인 광주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출범시킨 것이다. 우리는 역동적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열망이 광주와 호남에서 전국으로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마음을 다잡고 힘을 결집하여 시민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국가 대선공약 철회라는 정치적 배신행위와 여야 정치권의 무능과 실패를 보면서 우리 국민이 느꼈을 깊은 좌절과 계속되는 민생불안을 이대로 방치할 순 없기 때문이다. 어둠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지금이 패러다임 전환의 적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야한다. 이런 제2의 민주화운동이야말로 진짜 "국민행복시대"를 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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