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개혁 발표
지난해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2014.1.28)'을 앞세워 2023년까지 대학의 정원을 16만 명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대학평가를 통해서 대학을 등급화하여 등급별로 정원을 차등감축하고, 일부 학교는 폐교시킨다는 것이 대학구조개혁의 주요 골자이다. 교육부는 2014년 9월 30일과 11월 11일에는 한밭대에서 각각 1차와 2차에 걸쳐 공청회를 갖고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와 평가방식을 공개하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23일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 기본계획'을 최종 발표하여 대학구조개혁평가지표를 확정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은 두 단계로 평가한다. 즉 60점 만점인 1단계 평가는 정성·정량평가를 혼합, 항목별로 국립·사립, 수도권·지방을 구분한 점도 특징이다. 그 동안 불리했던 지방대의 주장이 일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예를 들어 학생 충원율). 뿐만 아니라 졸업생 취업률(5점)은 수도권, 충청, 경북, 경남, 호남·제주, 강원 등 6개 권역으로 세분화해 평가한 점도 지방대의 입장을 일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40점 만점인 2단계 항목은 모두 정성평가다. 1단계 평가 결과로 A∼C등급이 정해지고 하위 그룹을 대상으로 2단계 평가를 진행, 1단계 점수와 2단계 점수를 합산해 D∼E등급이 정해진다. 이제 올해 8월이면, 대학은 5개 등급으로 구분한 평가 결과를 받고 하위 2개(D, E) 그룹은 정부 재정지원이 제한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일단 지난 2014년의 평가방식과 비교해 보면 약간의 차이는 있다.
2014년(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2015년의 평가기준은 신입생 충원율과 재학생 충원율을 수도권과 지방으로 구분해 평가하고 취업률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인문·예체능계열을 제외하는 것뿐 아니라 권역별로 나눠 평가하고, 계열과 성비를 고려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를 보면 "대학의 소재지에 따라 불리함이 생기지 않도록 구조적 여건을 고려했다"고 강조한 교육부 관계자(박대림 과장)의 말이 한편으로는 지방대를 고려한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엄밀히 본다면, 교원확보, 교육비, 학생충원율 및 취업률 등 대다수 평가지표가 2014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에도 반영돼 특별한 것이 없고 전체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눈 후 하위 등급 대학의 정원을 대폭 감축하고 퇴출하는 방식이 기존의 하위 15% 대학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하는 방식과 동일하기 때문에 결국은 지방대학 중심의 정원 감축이라는 뻔한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결국 지방 소규모 대학이 타겟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하위 20~25% 사이의 대학들이 D,E 그룹(그룹2)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대략 40개 내외의 4년제 대학과 30개내외의 전문대학이 1단계 평가에서 걸러져 대폭적인 정원 감축과 퇴출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지방대 육성정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레드오션(Red Ocean)으로 가는 길
현재 여당과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개혁법은 교육부 장관이 학교폐쇄는 물론 법인의 해산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법을 추진하면서 교육부는 대학이 자진하여 정원을 축소하라고 요구한다. 향후 7년간 모든 대학이 구조개혁 평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1단계에서 A·B·C 그룹에 속하면 2단계 평가는 없지만, D·E 단계에 속하면 2단계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한번 받은 평가는 3년간 유효하다(3년 주기 평가). 그렇지만 2015년 1월 현재 구조개혁법 자체는 아직도 통과는 안되었다. 야당이 이에 대해 철저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반대는 주로 재단 해산과 관련된 부분이 문제시되고 있지 구조개혁 지표 자체를 크게 문제 삼는 분위기는 아니다. 또 이 법이 통과되지 않았다 해도, 평가기준은 이미 확정되었고 평가결과에 따라 재정지원제한 등의 수순을 밟게 된다.
문제는 최고점과 최저점이 겨우 5점차에 불과하여 대학간의 매우 심각하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즉 교육부가 준비한 평가지표와 평가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 보다는 대학 전체를 레드오션(Red Ocean)으로 몰고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고등교육의 80%가 사립대학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어떤 평가방식을 도입한다고 해도 생사의 치킨게임(Chicken Game)이 되어버린다. 그 동안 재정지원제한 대학의 선정에서 보아왔듯이 왜곡과 편법, 그리고 평가기관에 대한 로비 등이 난무할 뿐이다. 정상적인 대학 발전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A 등급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은 불과 10여개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지방대 감축률은 서울의 3배 이상
그동안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로 나타나는 대학 학생 소비자의 감소에 따른 파국을 막기 위해 정원 축소를 요구해왔다.
위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1주기의 정원 축소 목표치는 4만명이다. 김태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국정감사 자료(2014.9.30)'에 따르면, 1주기 학생 정원 감축 현황은 3만 5,507명으로 목표치의 88.8%를 달성한 것으로 되어있다. 대학교육연구소 확인 자료(2014.11.14)에 따르면, 2014년 10월기준 정원 감축 현황은 3만 9,700명(99.3%)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감축인원의 78%(2만 7,753명)가 지방대로, 지방대 감축률이 서울의 3배 이상 높아 심각한 지역 불균형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줄어드는 대입정원 80%가 지방대라고 한다(<한국일보> 2014.10.1). 바로 이 점이 문제다. 김태년 의원은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행·재정적 낭비와 부작용을 양산하는 대학 평가를 통한 구조조정은 중단해야 한다"며 :현행 교육여건 관련 법정기준을 강화하고 수도권 대규모 대학 정원감축을 실질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한국일보> 2014.10.1)
이대로 가면 2030 대학은?
2011년 한 언론사가 현재의 방식대로 대학의 퇴출시킬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변화에 대해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면 참담하다. 실제 197개 대학이 2030년까지 퇴출되면, 2010년 현재 인구 1만명당 도내 대학 수가 0.157개인 강원도의 경우 0.041개로 줄어들고 경북도 인구 1만명당 대학 수가 0.155개에서 0.049개로 줄어드는 등 서울을 뺀 모든 시·도의 고등교육 여건이 크게 악화된다 (<한겨레> 2011.6.30). 지자체가 아무리 공장 부지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정부가 경제특구를 만들어도 기업이 지방에 안 내려오는 것은 지방에 대학이 없고, 인력이 없기 때문인데 이것이 앞으로 훨씬 심각해질 것이다.
여기서 몇 년이 더 흐르면, 아마도 서울 경기, 부산, 대구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학들이 퇴출될 것이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은 이들 지역으로 몰려가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결국 ‘서울공화국’의 대학교들만이 존재하는 날이 오게될 지도 모른다.
그 동안 교육부는 입만 열면, 지방대학들의 어려움을 고려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구조개혁의 피해는 지방대에 집중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총회에서 지방 소규모 사립대학 총장들이 이에 크게 반발하여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이나 구조개혁이 결국은 수도권과 대규모 대학들에게만 유리하게 되어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교육부의 정책이 사실상 조삼모사식 정책 변화를 제시했을 뿐, 사실상 대학 구조조정의 기본방향을 '지방 소규모 사립대학 중심의 퇴출 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지방대학이 무능해서만 생긴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 경북대, 부산대 등의 수준이나 연고대 수준과 큰 차이가 없었다. 1977년의 경우 부산대 상대(商大)의 합격자 예비고사 평균성적(258.5)은 연세대 영문과(252.9)나 고려대 정치외교과(253.3)와 비슷했고, 충남대 사회계열(233.9)은 이화여대 문학부(233.7)나 연세대 중문학부(227.3)보다도 약간 앞서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지방 국립대는 서울 지역의 하위 대학들보다 못한 수준이다. 이것은 보다 구조적인 문제다.
지방 대학들은 진학 기피로 인하여 학생 충원이 어려우니 대학 재정이 악화되고, 재학생 유출이 심화된다. 이 같은 악순환 구조와는 달리, 수도권 대학은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도권 집중이 워낙 심하니 학생 충원이 수월하고, 학생 충원이 수월하니 대학재정의 확충도 용이하다. 그러나 그것은 국가적으로 보면 엄청난 악순환 구조다. 왜냐하면 선순환의 구조만큼이나 인구 집중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국가의 장래로 보면 이만큼 악순환 구조가 없다는 말이다. 수도권 인구 집중은 심각한 수준을 이미 넘었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가 되고 또 경기변화에 쉽게 영향을 받게 된다. 전문가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지가는 미국의 지가총액과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서울 강남구의 땅만 팔아도 부산시를 사고도 남고, 지난 10년 동안 수도권과 지방의 땅값 격차는 10배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서울공화국, 이대로는 안된다
참여연대가 주도하고 있는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 대학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는 구조개혁이 발표되자 곧 바로 성명을 발표하여 "교육부는 대학평가를 통한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구조개혁을 실시하라(2014.12.29)"고 요구하였다. 이 날 성명에서 "지난 20년 동안 교육부는 신자유주의정책을 고등교육에 일방적으로 강요하였다. 소위 고등교육을 시장으로, 대학을 기업으로 간주하는 상업화, 영리화 정책이었다"고 전제하고 "대학 통제 목적의 대학평가를 반대하고, 대학을 5단계로 등급화하고 차등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구조개혁의 결과를 예상한다면, 고질적인 대학 서열화는 더욱 고착화되고 수도권과 지방으로 양극화될 것임은 자명하다. 왜냐하면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지원 같은 재정부담 관련 지표는 지방대에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취업률을 권역별로 나눠 평가하고, 권역 평균값을 만점으로 적용하는 것은 지역 대학들을 협력이 아니라 레드오션(Red Ocean)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띠고 있다.
결국 교육부가 제시하는 평가 잣대는 수도권 대학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물적·인적 자원의 '인 서울(In Seoul)'이라는 현실을 아예 무시하였다.
일반적으로 '거대도시(metropolis)'는 100만명 이상을 말하는데, 서울은 2~3개의 거대도시가 들어갈 자리에 10개나 모은 것과 같은 꼴이다. 중앙 집중으로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은 수도권 인구가 32%, 프랑스는 18%에 불과하다(<동아일보>2001.3.29). 그러나 한국은 2011년을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49.1%)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지방대는 신입생 모집률,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 모든 대학 평가 지표에서 수도권 대학에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의 수도권 집중화가 가속화 하고 있는 마당에 교육부는 일부 조정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동일한 평가 기준에 의한 대학 구조조정 방식은 열악한 지방대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구조개혁, 무슨 근거로?
교육부가 발표한 '2015년 대학 구조개혁 평가 기본계획'은 9월과 11월 두차례 공청회를 거쳐 구체적인 평가지표와 방식을 최종 확정한 것이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즉 2014년 4월 김희정 의원(새누리당 : 현 여성가족부장관)이 발의한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대학구조개혁법)'이 지방대학에 불리하고 자발적 법인 해산에 따른 잔여 재산을 세금없이 손쉽게 설립자가 취득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둔 점 때문에 국회 교문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교육부가 이번에 발표한 평가계획도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더욱 큰 문제는 3개월 동안에 332개교에 대한 평가를 모두 마쳐야 한다는 점이다. 각 대학들은 3월 말까지 자체 평가보고서를 완성해야하고 이렇게 제출된 보고서를 5월 중순까지 모두 평가를 해야한다(1단계 평가). 즉 기간이 너무 짧아서 보고서 작성도 문제지만, 이 많은 대학들을 평가위원들이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고, 일부 평가지표도 정성평가여서 객관성 및 공정성 확보가 어렵다. 특히 정성지표의 경우에는 누가 심사를 맡느냐에 따라 대학별로 희비가 교차될 수도 있어 객관성 시비가 불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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