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후 목숨을 끊은 최모 경위의 유서 내용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당황한 모습이다. 최 경위가 유서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사건 관련 회유 정황을 시사했기 때문. 최 경위는 유서에서 자신과 같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동료 한모 경위에 대해 "나는 너를 이해한다"며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 최 경위 유족 '유서 공개'···"청와대서 회유")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14일 오후 서면브리핑에서 "한 경위를 민정수석실의 그 어느 누구도 접촉한 사실이 없고, 따라서 제안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민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은 유서 내용이 알려진 후 2시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나왔다. 시간상 유서 내용이 발표된 후 내부 조사나 감사를 벌였을 확률은 적다.
민 대변인은 또 "한 경위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며 한 경위가 청와대와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부인하는 한편 "언론 보도를 보면 한 경위가 영장실질심사에서 '그런 일이 없었다'고 판사에게 밝힌 것으로 돼 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도 적극 엄호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박대출 대변인 논평에서 "'접촉도 제안도 없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밝힌 것을 토대로 하면, 회유 시도 자체가 애시당초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유서 내용을 놓고 견강부회하거나 왜곡 해석해서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에서는 이런 여당에 대해 "사건의 파장을 우려하기에 앞서 국민적인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대의기관으로서의 본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민정 비서관실에서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라는 말은 청와대의 회유 시도가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며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회유 시도가 있었는지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 13일 <동아일보>가 "민정수석실에 파견된 경찰관이 '혐의를 인정하면 불입건해줄 수 있다'고 한 경위에게 말했다고 들었다"는 최 경위의 생전 발언을 보도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는) 최 경위의 유서 내용을 명백히 뒷받침하는 보도이다. 최 경위의 유족도 민정 라인의 회유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 운영위원회의 즉각 소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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