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내부 문건이 유출된 데 대해 "국기문란 행위"라며 관련자들에 대한 "일벌백계"를 예고했다. 반면 문건 내용에 대해선 "루머", "근거 없는 얘기",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문건 내용의 진위 여부와 관련 "명명백백하게 실체적 진실을 밝혀 주길 바란다"고 수사를 맡은 검찰에 당부했으나, 무게추는 문건 유출자 색출에 둔 발언이다.
이번 사태가 비선 권력과 이른바 '십상시'로 지칭된 청와대 내 측근 참모진들의 국정농단 게이트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자 박 대통령이 직접 이를 조기에 차단하고 '문건 유출 경위'로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친 모양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이미 정윤회 씨와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사이의 권력 암투설로 진화하고 있어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꼬리 자르기'식 봉합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에 문건을 외부에 유출하게 된 것은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에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청와대에는 국정과 관련된 여러 사항들뿐 아니라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루머들과 각종 민원들이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그것들이 다 현실에 맞는 것도 아니고 사실이 아닌 것도 많이 있다"며 "만약 그런 사항들을 기초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그대로 외부로 유출시킨다면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지고 사회에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고 했다.
문건에 적시된 정 씨와 일부 청와대 비서관들의 '김기춘 축출' 시도 등을 '루머'로 규정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조금만 확인해 보면 금방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 같이 보도를 하면서 의혹이 있는 것 같이 몰아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언론 탓을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 문제는 하루빨리 밝혀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이 문서 유출을 누가 어떤 의도로 해서 이렇게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속히 밝혀야 한다"고 문서 유출자 색출에 방점을 찍었다.
박 대통령은 "검찰은 내용의 진위를 포함해서 이 모든 사안에 대해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서 명명백백하게 실체적 진실을 밝혀 주길 바란다"고 했으나, 이미 문서 내용을 "루머"라고 규정한 만큼,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친 것과 진배없다.
박 대통령은 이어 "누구든지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될 경우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로 조치할 것"이라며 "악의적인 중상이 있었다면 그 또한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만만회를 비롯해서 근거 없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서 다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런 공직기강의 문란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적폐 중 하나"라고 했다. 또한 "이제 선진국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에는 이런 근거 없는 일로 나라를 흔드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며 "이런 일은 국정운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비서실장 이하 여러 수석들과 정부의 힘을 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수석들도 협조를 해 주셔서 속전속결로 빨리 밝히게 해서 국정 혼란을 야기시키는 일이 장기간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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