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득 분배 불평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번째로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불평등 상황을 없애려면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학계의견이 제시됐다.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창출과 복지정책을 해법으로 내놓은 학자도 있었다.
◇한국, 칠레·멕시코 만큼 소득 불평등 심각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경제학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12일 주최한 '한국의 소득불평등' 정책세미나에서 한국의 소득분배 불평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칠레, 멕시코, 터키, 미국에 이어 5번째로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소득세 자료에 의한 접근' 보고서에서 "가계조사에 의한 통계청의 소득분배 지표는 불평등도의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상위 소득자의 누락, 금융소득 축소 보고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계청의 오류를 바로잡아 분석한 결과 2010년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가 0.415, 가처분소득 기준이 0.371로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는 통계청이 내놓은 0.339, 0.308과 상당한 차이를 의미한다.
김 교수는 한국이 1945년 해방 이전에는 소득불평등이 매우 높은 사회였지만 해방 이후 불평등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후 고도성장기인 1970∼1980년대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평등이 급속히 악화하는 'U'자형의 양상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안주엽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한국의 임금 불평등' 보고서에서 불평등 상황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금소득 불평등도(임금지니계수)가 1994년 0.277을 기록한 이후 2012년 0.330으로 전반적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상위 10%의 임금 소득은 하위 10%의 5.7배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일용직은 근로자별 임금 격차가 9배 이상 수준으로 벌어지기도 한다.
남성 내 격차는 16배인 반면, 여성 내 격차는 25배로 성별 차이도 있다.
특히 임금근로자의 32%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은 월평균 임금이 143만원으로 정규직의 56%에 불과했다. 근로시간은 정규직의 84%에 달했지만 시간당 임금은 66%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안 연구위원은 이런 임금 불평등의 원인으로 원하청 거래의 불공정성 등을 들었다.
성명재 홍익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분배구조의 특징과 변화 추이' 주제 발표에서 "우리나라의 소득세는 주요 선진국보다 소득재분배효과(지니계수 변화율)가 작은 편"이라면서 "소득세 세수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1995∼2000년에 비해 최근 소득세의 누진도는 커졌지만 소득재분배 효과는 4.3%(1995년)에서 3.2%(2009년)으로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최고세율 인상·부유세 도입" vs "경제성장이 해법"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불평등 축소: 다차원적 접근'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한국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과 부유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구체적으로 소득세의 경우 과표 3억원 이상의 구간을 신설해 45% 한계세율을 적용하고 법인세 최고 세율은 이명박 정부 이전인 25%로 인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모든 자산을 합한 것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10억원 이상에 1%, 50억원 이상에 2%의 세금을 각각 부과하는 방식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부유세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그는 밝혔다.
유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이 소득 격차가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미국의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세율이 높을 때에도 성장률이 높았다"면서 "역대 정부가 성장을 통한 분배를 추구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길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부와 여당은 담뱃세·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대주주 배당소득 감면, 가업상속 공제한도 확대, 손자 교육비 면세, 부가가치세 인상 고려 등 역진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소득분배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소득분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에서는 경제성장이 양질의 상용근로자 일자리 증가로 이어져 소득분배가 개선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하면 총취업자가 0.3%, 평균 6만명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상용근로자는 0.7%, 평균 5만명 정도, 임시·일용직근로자는 0.3%, 평균 2만명 정도 각각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 교수는 "일자리 창출로 소득분배 구조를 개선하려면 획기적인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 활성화와 지식기반형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육성, 첨단기술 강소 중소기업 육성, 성장촉진형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성장과 복지정책을 통한 소득불평등완화' 주제 발표를 통해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해 성장과 보호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면서 변화된 경제에 맞지 않는 고용구조 , 노동시장 제도 및 관행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꿔야 하고 복지·노동 정책의 부처 칸막이 등을 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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