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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파업 2000일, "죽음의 시간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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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파업 2000일, "죽음의 시간은 여기까지…"

[현장] 대법원 판결 임박…"판결로 더 이상 동료 잃지 않길"

6년 전, "해고는 살인"이라고 외치며 옥쇄파업을 벌이던 이들이 대법원 앞에 섰다. 당시 공장 곳곳에 내걸렸던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는 꼬박 2000일의 시간이 흐른 뒤 이렇게 달라졌다.

"고통과 죽음의 시간은 여기까지이길."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이후 그 6년 동안, 스물 다섯 명의 해고자와 그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 중 14명은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년 전, 해고는 곧 살인이라던 그들의 경고를 온 사회가 묵살해온 탓이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파업 2000일을 맞아 11일 대법원 앞에서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선명수)

쌍용자동차 파업 2000일을 맞은 11일 대법원 앞. 이틀 후로 예정된 대법원의 해고무효 소송 선고를 앞두고 쌍용차 해고자들은 매일 법원을 향해 2000배를 올리고 있다.

지난 2월 서울고법은 원심을 깨고 2009년 쌍용차의 정리해고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회사가 곧바로 상고하면서 공장으로 돌아가자는 그들의 희망 역시 다시 한 번 유보됐다. 당시 재판장은 "해고자들의 인내의 시간이 더 이상 길지 않길 바란다"는 말로 선고를 끝냈다. 2000일의 싸움 끝에 이제 대법원의 최종 판결만을 앞두고 있다.

해고자들은 법원을 향해 "부디 공정하게만 판결을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 정리해고로 인한 이 '죽음의 행렬'을 이젠 대법원이 막아달라는 것이다. 해고자 복기성 씨는 "이번 판결로 또 동료들을 잃을까봐 가장 두렵다"고 했다.
고공농성, 단식, 삼보일배, 노숙농성 등 안 해본 것 없이 '버틴' 2000일이었다. "파업을 풀면 선처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노조 간부 등 22명이 파업 직후 구속됐고, 25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기에 노조와 해고자들이 47억 원(회사에 33억 원, 경찰에 13억70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도 내려졌다. 메리츠화재가 노조를 상대로 낸 110억 원의 보험금 구상권 청구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지난 6년 동안 25명의 동료와 그 가족이 죽었고, 가정이 파탄났고, 이혼했고, 아직도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는 동료들이 많다"면서 "해고된 뒤 거리에서 지낸 2000일은 고통과 패배의 시간이었지만 한 번도 공장으로 돌아간다는 희망을 저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반드시 승리한다는 사실을 전국에 있는 벼랑 끝에 몰린 다른 노동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2009년 옥쇄파업 당시부터 줄곧 노조의 언론 담당이었던 이창근 기획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업 당시의 사진 한 장과 짧은 글을 올렸다.

"바람과 햇살 그리고 저 구름을 함께봤던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내일을 믿었고 내일이 올 것이라 믿었던 이들입니다. 그 내일이 2000일이 지난 오늘도 닿지 않는 내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내일에 닿고 싶습니다."

▲ 2009년 쌍용차 노조의 '옥쇄파업' 당시 평택공장의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옥쇄파업 당시 쌍용차 평택공장에 있었던 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내일을 믿습니다"라고 쓰인 커다란 회사의 광고판 문구를. 거리에서 여섯 번째 겨울을 맞는 해고자들은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 '내일'에 닿을 수 있을까.

ⓒ프레시안(최형락)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일지

2009년 1월8일 쌍용차 법정관리 신청
2009년 4월8일 쌍용차 2646명 정리해고안 발표, 첫 번째 사망자 발생
2009년 4월13~14일 노조 쟁의행위 찬반 투표, 84%로 총파업 가결
2009년 5월13일 쌍용차노조 평택공장 70미터 굴뚝농성 돌입
2009년 5월22일 쌍용차노조 전면총파업 돌입
2009년 5월 27일 두 번째 사망자 발생
2009년 5월31일 쌍용차 평택공장 직장폐쇄
2009년 6월8일 쌍용차 사측 정리해고 단행
2009년 6월10일 쌍용차 사측, 관제데모 시작
2009년 6월11일 세 번째 사망자 발생
2009년 6월21일 네 번째 사망자 발생
2009년 6월22일 쌍용차 사측, 노조에 50억 원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노조 간부 9명에 가압류 신청
2009년 7월2일 다섯 번째 사망자 발생
2009년 7월20일 여섯 번째 사망자 발생
2009년 7월21일 경찰, 평택공장에 최루액 살포 시작
2009년 7월22일 경찰, 파업 조합원에 테이저건 사용
2009년 7월30일 쌍용차 노사 교섭 시작
2009년 8월2일 교섭 결렬 및 공장 내 전기공급 중단
2009년 8월4~5일 경찰특공대 투입해 파업 진압
2009년 8월6일 노사 협상 타결 (정리해고 대상자 중 462명 무급휴직, 353명 희망퇴직, 165명 정리해고)
2010년 2월20일 일곱 번째 사망자 발생
2010년 4월25일 여덟 번째 사망자 발생
2010년 5월4일 아홉 번째 사망자 발생
2010년 11월10일 정리해고자 156명 해고무효소송 제기
2010년 11월19일 열 번째 사망자 발생
2010년 12월14일 열한 번째 사망자 발생

2011년 1월13일 열두 번째 사망자 발생
2011년 2월26일 열세 번째 사망자 발생
2011년 3월1일 열네 번째 사망자 발생
2011년 5월10일 열다섯 번째 사망자 발생
2011년 10월4일 열여섯 번째 사망자 발생
2011년 10월10일 열일곱 번째 사망자 발생
2011년 11월 2일 쌍용차, 인도 마힌드라사에 매각
2011년 11월8일 열여덟 번째 사망자 발생
2011년 11월10일 열아홉 번째 사망자 발생

2012년 1월12일 법원, 해고무효소송 원고 패소 판결(1심)
2012년 1월20일 스무 번째 사망자 발생
2012년 2월13일 스물한 번째 사망자 발생
2012년 3월12일 경찰, 수사 우수 사례로 쌍용차 진압 선정
2012년 3월30일 스물두 번째 사망자 발생
2012년 8월4일 한상균 전 노조 지부장 석방
2012년 10월8일 스물세 번째 사망자 발생
2012년 11월30일 해고자들, 송전탑 농성시작(171일)
2012년 12월4일 새누리당,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이후 대선 뒤 무산)

2013년 3월5일 쌍용차 무급휴직자 등 489명 복귀
2013년11월29일 수원지법, 쌍용차 사내하청 노동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
사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노조가 46억8000만 원 배상 판결

2014년 2월7일 서울고법, 해고무효소송 원고 승소 판결(2심)
2014년 4월23일 스물다섯 번째 사망자 발생
2014년 10월13일 수원지법, 해고자가 신청한 근로자지위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 기각
2014년 11월4일 쌍용차 해고자, 대법원 앞 노숙농성 및 2000배 돌입
2014년 11월13일 대법원, 해고무효소송 최종 선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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