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의 지속적인 모욕에 시달리다 분신한 강남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의 경비 노동자가 7일 오전 끝내 사망했다. 분신 한 달만으로, 모욕을 준 입주민의 사과는 끝내 받지 못한 채 숨졌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에 따르면, 강남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던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이모(53) 씨가 이날 오전 9시30분께 숨을 거뒀다.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그는 지난 한 달간 세 차례에 걸쳐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지난 5일 3차 수술을 앞두고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져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인은 화상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한양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이 씨는 지난달 7일 한 입주민과의 언쟁 끝에 유서를 쓴 뒤 아파트 내 주차된 차량 안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했고, 이로 인해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었다.
그의 동료들은 "경비, 이거 받아 먹어"라며 5층에서 음식을 던지는 등 일부 입주민의 폭언과 비인격적 대우가 분신 배경이 됐다고 주장해 왔다. 이 씨 역시 평소 가족 등에게 "일이 힘들다. 그만하고 싶다"고 토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불거진 뒤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공동대책위가 가해 입주민과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의 사과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이들이 사과는 커녕 면담조차 거부하면서 결국 이 씨는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관련 기사 : '경비 분신' 강남 아파트 입주민, 사과·대화 거부)
앞서 민주노총은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는 오는 9일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에서 집회를 예정이었다. 민주노총은 이 씨의 부고가 전해진 뒤 성명을 내고 "애도와 분노의 마음으로 9일 신현대아파트로 집결한 것"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 다른 생이 있다면 부디 사람이 대접받고 노동이 존중받는 곳에서 행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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