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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핵발전소 유치과정을 추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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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핵발전소 유치과정을 추적해보자

[함께 사는 길] 삼척시민의 뜻을 따르라

강원 삼척시의 원전유치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역사적인' 주민투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지금 96.9퍼센트의 유치 찬성 서명부에 계속 매달려야 할지, 85퍼센트의 유치 반대 주민투표에 따라야 할지 기로에 서 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삼척핵발전소 유치과정을 추적해 보자.

유치결정부터 주민투표에 이르기까지

2010년 12월 당시 김대수 삼척시장은 주민의견 수렴 없이 시의회 동의만을 받아 삼척핵발전소 유치 신청서를 한수원에 제출한다. 그러나 삼척핵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가 시의회에 동의안 의결 시 조건부로 약속한 주민투표를 끈질기게 요구하자, 주민 수용성을 찬성서명부로 보여 주겠다며 유치협의회를 내세워 유권자 5만8339명 중 5만6551명이 찬성하였다는 96.9퍼센트의 찬성 서명부를 작성, 삼척시와 유치협의회 명의로 2011년 5월 한수원, 국회, 총리실, 산통부 등에 제출했다. 그리고 이는 2012년 9월 삼척핵발전소 예정구역 지정 고시 시 주민수용성의 근거로 사용되었다.

삼척핵반대 단체는 제출 당시부터 그 허구성을 지적하며 찬성 서명부 열람을 줄기차게 요구하였으나 찬성 서명부는 증발하고 정부는 ‘찬성률 96.9퍼센트’만 가지고 주민을 압박했다.

하지만 주민 5만8339명 중 5만6551명이 찬반을 떠나서 서명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어느 지역이든 군대 입대자의 경우나 타 지역 또는 해외에 머무르는 경우 물리적으로 서명 참여가 불가능한 부재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핵단체에서는 96.9퍼센트의 찬성서명부를 인정할 수 없으니 의회에 삼척시가 약속한 주민투표로 진정한 주민의 핵발전소 수용성을 확인하고자 요구하였다.

▲ 탈핵과 민주주의를 위한 축제의 장, 삼척 원전 유치 찬반 주민 투표를 알리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삼척시민들. ⓒ이옥분

그러나 삼척시는 "이미 수용성 문제는 96.9퍼센트의 찬성서명부가 있으니 끝난 문제다. 그러므로 주민투표는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반핵 투쟁을 하는 어떠한 사람도 찬성서명부에 서명을 한 적이 없었다. 허위가 분명했다. 주민투표만이 진정한 주민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었다.

결국, 주민투표를 계속 거부하는 당시 삼척시장을 주민소환하고 새로 뽑은 시장을 통해 주민투표를 실현하기 위해 2012년 주민소환운동을 벌였다. 2012년 10월 주민소환투표를 실시하였으나 갖은 압박과 투표참여 방해로 투표율이 25.9퍼센트에 머물러 주민소환에 실패하였다.

그러나 그 실패는 헛되지 않아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드디어 반핵후보를 62.4퍼센트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시키는 결과로 표출되었다. 응어리진 민심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새로이 선출된 김양호 삼척시장은 공약에 따라 신속히 삼척핵발전소 유치신청 철회 의견을 묻는 동의안을 의회에 송부하고, 2014년 8월 26일 시의회는 만장일치로 동의안을 가결했다. 마침내 주민투표의 한을 풀게 되었다고 시민들은 환호하였다. 96.9퍼센트의 주민이 핵발전소 유치를 찬성한다는 억울한 누명에서 벗어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주민투표 동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당일 오후 ‘국가사무이므로 주민투표대상이 아니다’라며 주민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독립적 헌법기관인 선관위도 투표관리를 거부하였다.

허위 서명부 주민고소인단 모집 운동 돌입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2004년 부안의 주민자체관리 주민투표의 선례가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삼척시민들은 뜻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민간인자율투표관리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에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지낸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을 추대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2014년 10월 9일을 투표일로 결정하였다. 또한 하루 전인 10월 8일을 사전투표일로 공고하였다.

▲ 김대수 전 삼척시장과 유치협의회가 정부에 제출한 유치찬성서명부. 서명란이 모두 동그라미로 돼 있다. ⓒ함께 사는 길
그런데 삼척 탈핵 역사, 아니 대한민국 탈핵 역사를 새로 쓰게 될 역사적 사건이 투표전날인 2014년 10월 8일에 일어났다.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96.9퍼센트의 찬성서명부가 김제남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에 의해 국정감사자료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4년 동안 삼척시민들을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게 했으며, 핵발전소에 대하여 모두 찬성하는 의식도 영혼도 없는 주민으로 치부하게 하며 억압의 수단이었던 서명부였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서명부에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의사결정권을 가진 주권자 이름이 도용된 채 한 페이지에 15명 이름이 한 사람 필체로, 서명란에는 동그라미만 그려진 채로 작성돼 있었다. 주소를 따로 적기도 귀찮아 점 두 개로 대신한 허위서명부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이 허위문서에 의해 한 지역을 넘어 우리나라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핵발전소 유치가 결정되었던 것이다.

정부가 이 서명부는 허위가 아니며 각각 다른 주민이 작성했다는 것을 입증해 내지 못한다면 찬성 서명부는 주민 수용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 사용할 수 있는 공문서로서 효력을 상실한다.

그러므로 이 허위문서에 근거한 삼척핵발전소예정구역 고시는 효력을 상실하며 원천무효다. 이제 삼척원전백지화 범시민연대는 1만인 허위 서명부 주민고소인단 모집 운동에 돌입할 것이다. 주권을 도용당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고소 당사자가 되어 이 허위 찬성 서명부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이용하여 위계에 의하여 국가사무를 농락한 당사자들의 처벌을 사법당국에 요구할 것이다.

그리하여 뒤에 숨어서 거짓으로 세상을 피멍 들게 한 시대의 죄인들이 어떻게 정리되며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고 승리한다는 것을 세상에 보일 것이다.

정부는 삼척시민의 뜻을 따르라

삼척시민은 민간자율투표관리로 68퍼센트의 투표율, 85퍼센트의 핵발전소 반대 의사를 세상에 보여주었다. 영혼 없고 의식도 없이 96.9퍼센트 찬성하는 죽어 있는 주민이 아니라, 6.4지방선거와 똑같은 68퍼센트 투표율에 15퍼센트 찬성도 있고 85퍼센트 반대도 있는 성숙한 살아 있는 민주시민임을 보여준 것이다. 핵발전소 유치는 이미 허위서명부로 사망선고를 받았음에도 이번 주민투표결과를 부정하는 정부의 입장표명은 지방자치를 부정하는 것이며 주권재민을 부정하는 것이다.

삼척시민은 처음부터 핵발전소를 반대하여 왔다. 이미 삼척은 1982년 5공 정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핵발전소 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 되었지만 16년간 항쟁을 통하여 전국 최초로 1998년 12월, 정부로부터 고시해제를 받아내고 원전백지화기념탑까지 세운 역사의 땅이요 저항의 땅이다. 2005년 핵폐기장도 막아내었다.

▲ 핵발전소 철회와 삼척시민들의 주민투표를 지지하는 교수들. ⓒ이옥분

그로부터 6년 후인 2011년 삼척 주민이 모두 정신을 잃은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3.1퍼센트를 빼고 96.9퍼센트가 찬성서명부에 자기 이름을 쓸 수 있단 말인가. 그 후 그 치욕의 상태에서 무소불위의 지방권력과 싸우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갔는가. 이제야 허위서명부도 발견되고 주민투표로 진정한 민의도 드러났다.

정부는 사과하고 즉각 고시 해제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96.9퍼센트의 허위 서명부를 정부가 고집하는 한 정부는 핵발전소 예정지역 지정고시의 정당성을 잃게 되고 국가정책의 신뢰를 송두리째 잃을 것이다.

85퍼센트의 반대 민심을 이제라도 즉각 수용해야 한다. 수용되지 않으면 이길 때까지 삼척은 30년이고 300년이고 싸울 것이다. 핵 없는 삼척, 핵 없는 대한민국, 핵 없는 세상을 위하여 32년째 싸우고 있는 땅, 삼척은 탈핵의 최전선이다.

삼척은 이미 16년 전 전국최초로 핵과의 싸움에서 이겨 원전백지화기념탑을 세운 탈핵의 성지요, 탈핵의 희망이다.

삼척 핵발전소 유치 철회 주민투표 일지


1998년 : 12월 30일 정부, 삼척 핵발전소 부지 예정지 해제 발표
2005년 : 8월 30일 삼척시의회 핵폐기장 유치동의안 부결
2008년 : 이명박 정부 “2030년까지 140만㎾급 원자력발전소 10기 추가 건설” 발표
2010년 : 11월 26일 한국수력원자력(주), 삼척 등 4곳을 신규 원자력발전소 부지 후보지로 선정, 유치 신청 요청
: 12월 15일 삼척시의회, 삼척시가 제출한 ‘원자력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원자력발전소 유치 동의안’ 조건 부 통과. “주민 수용성 조사 시 ‘주민투표’ 실시”
: 12월 16일 삼척시, 한국수력원자력(주)에 원자력발전소 유치 신청서 제출
: 12월 22일 삼척 핵발전소 유치 백지화 투쟁위 사무실 개소, 본격적인 반대 활동 돌입
2011년 : 2월 13일 삼척시원자력유치협의회, 중앙부처와 한국수력원자력(주)에 전달하겠다며 주민 서명운동 전 개, 이후 "19세 이상 삼척시 유권자의 96.9%에 해당하는 5만2551명이 원자력 발전소 유치에 찬성하는 서명을 했다" 주장
: 3월 4일 삼척 핵발전소 유치 백지화위원회, 유치중단 촉구와 공개토론회 및 주민투표 요구하는 기자회견 진행 / 공무원노조 삼척시지부 논평 “주민 서명운동에 공무원 동원을 중단하고, 겸허히 주민 의사를 들어 유치 결정을 하기 바란다.” 발표
: 8월 29일 강원지역 정당·종교·사회단체들 ‘핵 정책 전환 및 핵발전소 신규 부지 선정 중단 촉구 강원도민 선언’ 발표
: 12월 23일 한국수력원자력(주), 삼척시 근덕면 일대와 경북 영덕군 영덕읍 일대 등 2곳 신규 원전 후보 부지로 선정 발표
2012년 : 3월 11일 삼척 주민들, “신규 원전건설 취소하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년을 맞아 대규모 집회 개최
: 4월 28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에서 개최하던 경북 영덕과 강원 삼척 원자력 발전소 사전 환경성 검토를 위한 주민 설명회, 주민들 반대로 파행. 반대 주민들 연행
: 5월 25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 반대주민들 출입 막고 사전환경성검토 초안 설명회 개최
: 6월 21일 삼척지역 주민들, 김대수 삼척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 시작
: 9월 14일 지식경제부, 경북 영덕군 영덕읍 일대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일대 신규 원자력 발전소 예정 구역으로 지정 고시
: 10월 31일 삼척시장 주민소환 투표 결과 투표율 25.9퍼센트로 주민소환 무산
2014년 : 1월 14일 정부 2차 에너지 기본 계획 확정 ‘원전 비중을 현재의 26퍼센트에서 29퍼센트로 확대’
: 2월 4일 삼척 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26일 동안 탈핵 희망도보 순례 진행
: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반핵을 내세운 김양호 후보 당선
: 8월 19일 삼척시, 원전 유치 철회 주민투표 실시 동의안 시의회에 제출
: 8월 26일 시의회 삼척 원전 유치 철회 주민투표 실시 동의안 의결
: 9월 1일 삼척시 선거관리위원회 주민투표 사무관리 수탁 불가 통보
: 9월 12일 삼척 원전 유치 찬반 민간 주민투표관리위원회 출범식
: 9월 15일 삼척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 공고

: 10월 8일, 9일 삼척 원전 유치 찬반 사전 주민투표 및 주민투표 실시


*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함께 사는 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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