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포함한 포괄적 방위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습니다."(2012년 11월 5일 박근혜 대통령후보 외교·안보·통일 정책 발표문)
대선 공약집에도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못을 박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외교안보 정책과 대선 공약을 전면 백지화하고 전작권 전환 시점을 무기한 연기했다.
전시작전권은 '전쟁 시에 작전 계획이나 작전명령 상에 명시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휘관에게 위임된 권한'이다. 이 권한은 현재 주한미군 사령관이 갖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넘긴 후 60여 년 간 지속됐다.
작전지휘권은 평시와 전시로 나뉜다. 평시작전권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4년 12월 1일 미국 측과의 협의를 거쳐 되찾아 왔다. 김영삼 대통령은 당시 이를 "제2의 창군"이라고 의미부여했다.
남은 하나,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간에 합의가 이뤄졌다. 2006년 노무현-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전작권 전환에 공감대를 모았다. 이듬해인 2007년 2월 한미 양국은 국방장관 회담에서 2012년 4월 17일자로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기로 합의해 최종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이를 뒤집었다. 2010년 천안함 사건이 터진 이후 전작권 전환 시기 연기론이 피어올랐다. 결국 2010년 6월 이명박-오바마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달리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군부와 보수층을 중심으로 전작권 전환 재연기론이 나왔다.
2013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양국은 오는 2015년 전작권 전환을 위한 작업을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은 한미연합방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 이행돼야 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온도차를 보였다.
그해 7월에는 "우리 정부가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제안했다"는 미국 고위당국자의 말이 보도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심각해진 북한 핵 문제 등 안보상황을 중요한 조건으로 고려하면서 전작권 전환 준비를 점검해 나가자고 미 측에 제의한 상태로 한미 간 논의 중에 있다"고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생략돼 밀실 추진 논란이 일었다. 10대 군사 강국인 한국이 군사주권 포기나 마찬가지인 전작권 재연기를 요청한 것은 명분도 논리도 빈약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23일 한미 국방장관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전환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김영삼 정부 이래 20년, 노무현 정부에서 확정한 이래 8년 간 추진돼 온 전작권 전환은 기약 없이 무산됐다.
청와대는 24일 전작권 전환이 무기한 연기된 배경이나 공약 파기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뚜렷한 답을 하지 않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SCM에서 채택한 코뮈니케 내용을 언급하며 "이 같은 입장은 SCM 합의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며 "어디에 물어보나 똑같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약 파기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덧붙일 말이 없다. 정리된 입장을 말씀 드릴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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