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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무효 판결 받았는데…"'기다림'과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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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무효 판결 받았는데…"'기다림'과 싸운다"

[현장] 쌍용차 해고노동자, '근로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 판결 촉구 삼보일배

제법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었지만 연신 땀이 흘렀다.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에서 수원지법 평택지원까지 꼬박 3km.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며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 30여 명이 6일 사흘째 삼보일배를 이어가고 있었다.

"고법에서 이기고 나니까, 사람들이 다 복직한 줄 알아요. 그런데 실제로 복직한 해고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의 '정리해고 무효' 판결 이후, 쌍용차 해고자 153명은 지난 5월 법원에 '근로자 지위 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을 냈다.

6년을 기다린 끝에 얻은 '해고 무효' 판결이었지만, 회사가 상고하면서 복직은 커녕 공장 출입조차 하지 못한 탓이다. 최종심인 대법원 판결이 언제 나올지도 기약이 없다. 해고 무효 판결 이후에도 해고자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25번째 희생자였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낸 가처분 신청이지만, 그조차도 5개월째 선고가 미뤄지고 있다.

법원이 빨리 판결을 내려달라는 뜻에서 시작한 삼보일배였다. 지난달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법원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며 8일간 단식을 벌였던 것처럼, 일터가 아닌 거리에 있는 노동자들은 늘 '기다림'과 싸우고 있는 셈이다.

ⓒ프레시안(선명수)

꼬박 3시간을 걷고, 또 절하며 법원을 향해 갔다. 해고자들은 "6년을 싸웠는데, 이 정도는 힘들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창근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의 말처럼, "끝을 몰라서 답답한 삼보일배"였다. 이미 지난 7월18일 심문 기일이 종결됐지만, 사측이 그 이후에도 추가 서면자료를 제출하는 등 차일피일 시간을 끈 끝에 선고는 아직도 내려지지 않고 있다.

이날 삼보일배에 참여한 해고자 고동민(39) 씨는 "신차 생산을 앞두고 인력 증원이 필요함에도 사측은 증원이 아닌 작업 교대제를 바꾸는 방식으로 해고자를 밀어내고 있다"면서 "가처분신청은 법원 판결을 제발 이행하라고 긴급하게 낸 것인데, 그조차도 시간을 끄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역시 2009년 해고된 윤충렬 정비지회 부지회장은 "두렵다"고 했다.

"2009년 2명 중 1명 꼴로 해고됐어요. 해고자들 중에는 우수 사원이라며 사장상을 받은 이도, 대통령상을 받은 사람도 있어요. 시키는대로 열심히 일했는데 쫓겨났고, 6년 동안 25명이 돌아가셨습니다.

법원이 정리해고 무효 판결을 내렸다고 언론들이 떠들었지만, 복직된 해고자는 한 명도 없었어요. 그러면서 회사는 내년에 희망 퇴직자들을 채용할 수도 있다면서 이번엔 희망 퇴직자를 상대로 '희망고문'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좀 두렵습니다. 고법에서 승소했는데, 이게 또 뒤집어지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우리 해고자들은 그때는 어떤 심정일까…그게 가장 두렵습니다."

ⓒ프레시안(선명수)

오후 12시께. 해고자들의 삼보일배 행렬이 법원 100m 앞에 다다랐다. "법원 100m 이내에는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법 규정에 따라, 여기서부터는 인도로 걸어가야 한다. 가을 바람에 흘러내린 땀을 닦으며,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넸다. 삼보일배에 동참한 꼰벤뚜알 프란치스코수도회 서영섭 신부가 외쳤다.

"삼보일배 하기 좋은 날씨가 아니라, 일하기 좋은 날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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