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주말 사이 격화됐던 이번 시위는 29일에도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6일 정부 청사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던 학생 시위대에 대해 홍콩 당국이 70명을 무더기로 연행하는 등 강경 대응하면서 격화됐다. 이로 인해 주말 사이 일반 시민들까지 참여하고 홍콩 주민들의 여론이 시위 지지로 돌아서면서 '민주항쟁'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 홍콩 센트럴(금융중심지) 일대 주요 도심도로는 전부 대중교통이 차단될 정도로 마비상태로 변했다. 시위대는 코즈웨이베이 등 홍콩 번화가의 주요 거점을 점거하면서 주룽반도와 몽콕 등 외곽지역까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시위를 주도하는 '센트럴(홍콩 금융중심지)을 점령하라' 측은 26일 시위에 최고 5만 명이 참여한 데 이어 28일 시위에는 6만 명 이상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시위는 중국 정부가 2017년부터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실시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홍콩 최고위직을 임명하는 체체에서 직선제로 선출하겠다면 민주화를 진전시키는 조치같지만, "중국에 충성하는 자"라는 후보 출마 조건이 문제가 된 것이다.
'무늬만 직선제' 방안에 홍콩 시민 민주화 요구 분출
중국 정부는 홍콩장관 직선제에 대한 홍콩의 여론의 반발이 커지고, 이 여론이 중국에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고심해왔다. 지난 7월초부터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중국에서만 갑자기 불통이 된 배경도 중국 당국이 일방적인 차단조치 때문 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중국 정부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나 사진공유 사이트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 통로를 차단하고 있다.
홍콩 주민들은 영국에서 중국으로 홍콩이 반환될 때 중국 정부가 약속한 '1국2체제'를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국식 민주주의와 금융중심지로서의 홍콩 사회에 적합한 체제를 유지할 것을 중국 정부가 보장했기 때문에 '무늬한 직선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 정부는와 친중국 성향의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은 시위세력을 '불법 행위'로 비난하고 있다.
렁 장관은 28일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 의견을 표시할 때도 합리적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불법적인 시위에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홍콩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렸을 때 한국농민들의 항위 시위 이후 처음으로 홍콩 경찰이 최루탄을 살포하며 40여 명이 부상을 당할 정도로 강경진압에 나섰지만, 시위는 더욱 격렬해지고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서방 외신들은 최류탄 살포에 우산을 쓰고 맞서는 시위 광경을 빗대 '우산혁명'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는 "이번 홍콩 민주화 시위가 홍콩 역사에 역사점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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