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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토론회' 빙자한 '홍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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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토론회' 빙자한 '홍보회'?

[현장] 토론자 7명 중 5명이 '국정화 찬성'…편향성 논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여부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교육부가 주최한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검토' 토론회가 25일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렸다. 찬반 양론의 입장을 고루 다루도록 하는 토론회의 형식이 무색하게, 이날 초대된 패널 중 다수가 국정화 찬성 입장에 치우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취임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자라나는 학생에게 중요한 부분은 정권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한가지로 가르쳐야 국론 분열의 씨앗을 뿌리지 않는다"고 한 점을 미뤄 볼 때, 이날 토론회가 '국정 홍보회'가 아니냐는 물음도 나온다.

25일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검토' 토론회 시작 직후 보수-진보 단체 간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프레시안(서어리)

이날 토론회에 초대된 이들은 발제자 2명, 토론자 7명으로 총 9명이었다. 여기서 토론자 7명 가운데 찬성 입장을 밝힌 이들이 5명이었다. 찬성 토론자 중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선거기구 국민행복추진단에서 추진위원을 역임했다. 또 발제자 가운데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상임대표는 '학부모 대표'격으로 나왔으나, 노골적으로 국정화 찬성 입장을 내보였다. 조 대표는 뉴라이트 계열의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에서 임원진으로 활동한 데다 반(反)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운동을 펼쳐온 우편향 인사다.

조 대표는 토론 시작과 함께 전교조 피켓 시위로 소동이 일자, 발제 도중 "자기들과 이념성향과 안 맞는다고 해서 피켓을 들고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말해서 객석의 항의를 받았다. (☞관련 기사 : "퇴행적 교과서 국정화" vs "전교조는 북한 가라")

토론자 7명 중 5명이 "한국사 국정화 찬성"

토론 참가자 중 다수를 점한 국정화 찬성 측 대부분은 검인정 체제에서 좌경화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를 국정화의 근거로 내세웠다. 토론자로 나선 고영을 고구려대학교 이사장은 "8종 교과서가 모두 합해 829건의 수정 권고를 받았다"며 "국정 교과서로의 전환 논쟁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조 대표는 역사교과서 속 오류가 이념 편향에 기인한 서술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 우편향 교과서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7종 교과서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견된다고 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 친일파 불완전 청산을 이유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정통성마저 부정하고,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 경제 발전에 헌신해 온 기업 경영인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민중사관의 관점에서의 비판적 서술로 가득 찬 역사 교육으로 인해 청소년들은 국가에 대한 자긍심 고취는커녕 자기 부정, 자기 비하, 반자본주의적 역사 인식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는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미성숙함을 강조했다. 이헌 대표는 "보통교육의 과정에 있는 학생은 사물의 시비, 선악을 합리적으로 분별할 능력이 미숙해 선별 수용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공교육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가 어떤 형태로 이에 관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경자 대표는 한국사의 특수성을 들었다. 그는 "아이들이 좌편향 교과서로 배웠다니 기가 막히다"며 "세계 유일 분단 국가로 호시탐탐 침략 위협하에 있으며 전교조, 사법부, 언론 등 미처 느끼지 못하는 사이 진행된 좌경화가 심각해 국민일체감을 위해 또 역사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국정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주최로 마련된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검토' 토론회 참가자 7명 중 5명이 찬성 입장을 드러냈다. ⓒ프레시안(서어리)

"검정 체제가 사회적 혼란 줄인다"

토론 참가자 다수가 국정화 찬성 입장을 드러냈으나, 교육부 연구 위탁을 받은 최병택 공주교원대학교 교수는 "현행 검정 체제를 유지하는 게 사회적 논란을 줄이는 방안"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최 교수는 발제를 통해 △국가발행제, △국정·검정 병행 발행 체제, △공공기관에 의한 교과서 발행을 전제로 한 검정제 유지, △현행 검정제를 유지하되 검정 절차 강화 등 네 가지 방안을 비교했다.

그는 국가발행제에 대해 "국가발행제로 전환될 경우 집필진 구성에 따라 이른바 '이념 논쟁'이 더 확산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국가발행제 하에서는 교과서 내용에 대한 검증 체제가 약화돼 오히려 내용 오류가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검정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선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면서도 그 운용이 개선된다면 교과서 질의 향상을 담보할 수도 있다"며, 개선 방안으로 △집필 안내 자료 작성, △2단계에서 3단계 심사로 검정절차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대 시위를 벌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프레시안(서어리)

'통합사회 국정화' 논란 일자 토론회 발제문서 삭제?

이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수순이라는 비판을 받은 통합사회·통합과학 발행체제에 대한 언급은 발제문에서 빠졌다. (☞ 관련 기사 : "통합사회 국정화 검토 '한국사 국정화' 수순 논란")


교육부는 이날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검토' 토론에 앞서 오전엔 '2015 문·이과통합형 교육과정 개정 추진에 따른 교과용도서 구분 기준 검토' 토론회를 진행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 토론회 첫 순서로 '교과서 국·검·인정 기준(안)' 발제를 맡은 교육부 정책연구 책임자인 김국현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2018학년도부터 신설되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교과의 발행체제를 국정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가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이날 발제문에서 "국정교과서 개발은 1종이 아니라 2~3종으로 확대해 교과서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22일 밝힌 "우선 국정교과서로 발행한 뒤 다음 교육과정 개편 때 검정으로 전환한다"던 것과 다소 거리가 있는 이야기다. 이에 통합사회, 통합과학 교과서 국정화 검토 계획이 한국사 국정화 문제와 맞물려 논란이 되자 토론회 전에 급하게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연구진 안인데 교육부 방안으로 확정된 것처럼 알려져 연구자가 자체적으로 해당 내용을 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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