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 지위가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1부(정창근 부장판사)는 25일 기아차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499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468명에 대해 "기아차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고, 기아차에 고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원고 중 기아차에 신규 채용된 28명은 소는 각하했으며, 고용 기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한 1명에 대해선 기각 판결을 내렸다.
기아차와 도급계약을 맺은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인 원고들은 기아차 생산 라인에서, 기아차 소속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업무를 담당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들은 각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뒤 기아차의 지휘, 명령을 받았다"면서 "기아차와 사내협력업체 간 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들은 입사일로부터 2년을 초과해 기아차에서 계속 근무했다"며 "고용 의무 규정에 따라 기아차는 이들에 대한 고용 의사를 표시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하청업체를 통한 비정규직 고용이 '도급'이 아니라 '불법 파견'이며, 따라서 파견법의 취지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의 경우 정규직 지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10년 싸움' 끝 승리…눈물의 현대차 비정규직)
특히 재판부는 지난 현대차 불법 파견 판결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공정에서의 모든 사내하청이 '불법'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그간 현대, 기아차 등 자동차 업계들은 생산공정 일부에 대해서만 도급 계약을 맺었으므로 고용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재판부는 이날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이용한 공정 뿐만 아니라 그 밖 공정에서의 일련의 작업은 연속적으로 진행돼 작업 결과에 대한 구분이 어렵다"며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밖에도 임금 및 손해배상금 청구에 대해선 전체 111억 원 중 약 16억 원을 인용해 기아차가 이들에 대한 체불임금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원고들은 지난 2011년 7월 "기아차 소속 정규직임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냈고, 3년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법원으로부터 '기아차 정규직 노동자'라는 판결을 받게 됐다.
이날 판결에 앞서 지난 18일과 19일에는 현대차 비정규직 900여 명이 같은 재판부로부터 정규직 지위가 인정된다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 24일 항소의 뜻을 밝혔지만, 노동자들의 연이은 승소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에 만연한 불법 파견을 바로잡기 위해 유사한 소송이 잇따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사건 이외에도 서울중앙지법엔 삼성전자서비스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1500여 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며, 현대하이스코, 한국GM 등도 비슷한 심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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